[신간 소개]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 (최여정, 틈새책방)

풍부한 예술 지식과 작가 자신의 진솔한 고백 
사랑과 이별 경험, 다채로운 연극 작품에 녹여
2016년부터 DMZ국제다큐영화제 사무국 출근
“다음 달 26일, 서촌에서 첫 북토크 엽니다”  

책 속 프롤로그에서 인용한 문장들로 디자인한 책 표지. 책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 [이미지제공=틈새책방]
책 속 프롤로그에서 인용한 문장들로 디자인한 책 표지. 책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린다. [이미지제공=틈새책방]

[고양신문] 2019년 연극 관람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이럴 때, 연극』으로 우리 삶의 대표적인 상황에 맞는 연극 처방전을 제시했던 최여정 작가가 4년 만에 자신의 경험을 솔직담백하게 담은 사랑 에세이로 독자를 만난다. ‘연극에서 길어 올린 사랑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다소 긴 제목의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가 바로 그 책이다. 

공연홍보마케팅 관련 공저를 제외하고 벌써 세 번째 책으로, 현재까지의 삶을 관통하며 겪은 사랑과 이별의 경험을 다채로운 연극에 잘 녹여 엮어내는 감각이 탁월하다. 사랑 앞에서 방황한 작가를 치유한 아홉 편의 연극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로 아파하는 독자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의 손길을 내밀어준다.

책의 제목은 작가가 정말 좋아하는 다사이 오사무의 소설 『사양』의 한 문장에서 가져와 붙였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문장으로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제목은 없는 듯 오랫동안 작가의 가슴에 품어두었기에 운명적인 만남이다. 

신간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를 발간한 최여정 작가. [사진제공=최여정]
신간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를 발간한 최여정 작가. [사진제공=최여정]

작가는 “처음엔 『이럴 때, 연극』에서 못다 한 연극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왜 연극을 볼까? 아니면 왜 안 볼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연극을 통해 내 삶이 바뀌었고 그런 내 이야기를 해야 공감할 것 같아서 글을 다시 썼다”고 말한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에서 에우리피데스의 그리스 비극으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출연한 흑백영화에서 엔톡 라이브(NT Live, 영국 국립극장이 시작한 공연영상 생중계 프로젝트)로 만나는 영국 국립극장의 무대로, 연극과 책과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발견하고 탐구하는 사유의 과정은 추천사에서 꼽은 ‘지적이고 예술적인 풀코스의 파인다이닝’에 초대받은 듯 지적 희열을 느끼기에 충만하다.

희곡과 연극, 작가와 배우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진솔하고 담백한 작가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무대와 현실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더 애틋한 마음으로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한다.

이 책에는 아홉 편의 연극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작품과 그보다 더 많은 인생과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다. 십 대의 안타깝고 서투른 사랑부터 뜨거운 열정과 분노, 시대상을 반영한 사랑의 모습, 자녀로부터 독립해야 하는 부모의 모습, 나이든 부부의 잔잔한 편안함 등 모두 우리의 모습이기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희곡에는 ‘사이’라는 지문이 있다. 대화 중간의 말 없음, 이어지는 행동 앞의 잠시 멈춤,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사이…. 그 수많은 ‘사이’들 중 로파힌과 바랴의 이별 장면의 사이가 가장 쓸쓸하다.
왜 날 떠나는 거니, 그 이유가 미치도록 궁금할 때가 있었다. 그 이유를 끊임없이 채근해서 들으려 했다. 하지만 사랑에 이유가 없듯, 이별에도 뭐 그리 대단한 이유가 있을까. 싸우고, 화해하고, 이별을 말하며 나누었던 수많은 말들은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의 마지막을 진심으로 예감할 때는,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안부를 묻고, 침묵할 수 있었다. 안녕, 이라는 인사도 필요 없다. 두 사람은 그저 바라본다. ‘사이’.
(‘너와 나, 이별의 ‘사이’ 안톤 체호프의 『벚꽃 동산』 중)

작가는 짧은 사랑과 이별의 아픈 시간 속에서 감정을 정리하며 연극 속 인생이 다양하듯, 연극보다도 더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래도 괜찮다”라고 말하며 사랑으로 방황했던 경험이 있는 이에게 용기를 내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완성되는 사랑을 마주하게 한다. 

“하루만 사는 공연을 영원히 븥잡고 싶어서 글을 쓴다. 같은 대본, 같은 무대, 같은 배우일지라도 어젯밤 보았던 공연이 오늘과 같을 수 없다”는 최여정 작가는 경기도 문화의전당 공채 1기로 입사해 다양한 이력을 쌓은 공연문화기획 전문가이다. 특히 문화계를 달군 대학로의 ‘연극열전’을 기획·진행했고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는 한국 창작 연극을 알리는 일을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에술경영지원센터 ‘한-불 상호 교류의 해’ 사무국에서 국제 교류 사업을 했고, 2016년부터 일산동구 백석동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사무국에서 홍보를 담당하다 현재는 경영지원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처럼 걸었다』, 『이럴 때, 연극』, 『공연홍보마케팅매뉴얼 AtoZ』가 있다.

지난 4월에 출간된 이 책의 첫 번째 북토크가 6월 26일(월)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서촌에 자리한 북카페 ‘북살롱 텍스트북’에서 진행된다. 책을 읽으며 못다 한 연극과 사랑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작가와의 만남을 놓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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