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초록의 자연에 안긴 아름다운 미술관 건물
한국 현대미술 거장 장욱진 체취 곳곳에
고양에서 가까운 장흥, 주변 볼거리 가득

푸르른 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푸르른 자연의 품에 안겨있는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사진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고양신문] 2014년에 문을 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관장 이계영, 이하 장욱진미술관)은 고양시에 인접한 양주시 장흥면에 자리하고 있다. 미술관 앞으로는 석현천이 흐르고, 뒤편으로는 개명산이 푸르르다. 산을 배경으로 서있는 하얀색의 미술관은 싱그러운 녹색과 조화롭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는 가족들의 풍경이 여름날의 평화로움을 더한다. 한 달 전에 방문했을 때는 밤꽃 향기가 짙게 풍겼는데, 어느새 앙증맞은 밤송이가 달려 있다. 햇살이 환한 날과 비 내리는 날의 미술관은 각기 다른 운치가 있었다. 

친근하면서도 사색적인 작품세계

장욱진미술관 안에는 미술관만 있지 않고 잔디밭, 조각공원, 카페도 있다. 야외조각공원에는 우리나라의 현대조각 1세대인 민복진 조각가의 작품들이 있다. 사랑, 자매, 가족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들이 입장객들을 가족처럼 맞이한다. 젊은 조각가들의 설치작품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고양이, 자동차, 돈키호테 등 재기발랄한 작품들은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잘 가꿔진 공간 곳곳이 포토존이다. 

다양한 조형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야외조각공원.
다양한 조형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야외조각공원.

미술관으로 가는 구름다리 너머 잔디밭 위에는 커다란 인물조각상이 서 있다. 망원경으로 먼 곳을 보고 있는 이 작품의 제목은 ‘Here’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저곳’은 그리 멀지 않다고 말하는 듯하다. 미술관 건물은 또 다른 세계다. 자연 채광을 살린 커다란 창들이 바깥의 초록 풍경을 풍성하게 흡수하고 있다.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총면적은 2020㎡ 규모이다. 

건물은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장욱진 화백의 ‘호작도’를 모티브로 설계됐다. 하늘에서 조감하면 호랑이가 걸어가는 모습이다. 직사각형의 기다란 전시장은 보는 각도에 따라 각각 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층고가 높아 여유롭고, 내부 공간은 규격화되지 않은 독특한 구조다. 부부 건축가 최성희와 로랑 페레이의 합동 작품으로 2014년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했고, BBC 선정 ‘세계의 8대 신미술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미지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미술관 건물의 모티브가 된 장욱진 화백의 작품 '호작도'. [이미지제공=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장욱진은 ‘심플’을 모토로 평생 창작에만 몰두한 화가다. 토속적 소재로 사물을 단순하게 표현한 그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거장이다. 해와 달, 하늘과 나무, 까치와 참새, 아이와 가족 등 친근한 소재를 동화처럼 표현했다.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동양적 세계관이 깃들어 있는 그의 작품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말해준다. 

기획전시 <추상미술 개척자들>

미술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4일부터 ‘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들’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시작됐다. 장욱진 화백을 비롯해 김환기, 백영수, 유영국, 이규상, 이중섭 등 한국 추상화의 선두주자들의 작품 26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나라의 현대회화를 꽃피운 거장들이자 순수미술동인인 ‘신사실파’에서 함께 활동한 작가들이다. 오픈식에는 장욱진 화백의 장녀 장경수 명예관장과 차녀들, 강수현 양주시장, 정성호 국회의원, 김명애 백영수미술관장과 원로 화가들이 참석했다. 

'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들' 전시 오프닝 행사.
'한국 추상미술의 개척자들' 전시 오프닝 행사.

이계영 관장은 “한국의 현대미술을 이끌었던 6인의 도전과 실험 정신은 지금까지 이어져서 한국의 추상미술을 해석하는 틀로 작용한다”면서 “이번 전시는 장욱진 예술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3년간의 전시 중 두 번째에 해당한다. 작년의 미학적 접근, 올해의 형상적 접근, 내년에 진행할 미술사적 접근을 통해 장욱진 예술의 가치와 아름다움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2층의 상설전시실에는 장욱진의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채움의 방식’이라는 전시를 통해 화가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평생 동안 가족에 대한 사랑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은 작품을 통해 그의 사랑을 깊게 느꼈다고 한다. 장욱진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자신만의 표현 방식으로 채워 나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장욱진의 작품 속 가족 이야기로 제작한 영상 전시물.
장욱진의 작품 속 가족 이야기로 제작한 영상 전시물.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영상실에서는 장 화백의 작품 속 가족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상영된다. 바로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아름답고 정겨운 작품들을 감상하면 좋다. 라이브러리에서는 작품에 대한 해설을 보고 들을 수 있다. 한쪽 벽면을 장식한 ‘동물가족’ 벽화도 스토리가 있다. 장 화백이 경기도 덕소의 화실 벽에 그렸던 그림으로, 벽 자체를 떼어온 것이라고 한다. 

길 건너엔 ‘민복진 미술관’ 

미술관 입장권을 구입하면 길 건너편에 위치한 ‘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도 입장이 가능하다. 그곳에서는 한국 구상조각의 거장으로 불리는 ‘민복진과 전뢰진’ 2인전이 진행 중이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가나아트센터, 안상철미술관, 송암천문대, 두리랜드 등 문화명소와 맛집이 즐비하다. ‘자연은 나의 화실’이라고 말하는 장욱진 화백의 말처럼 미술관은 개명산과 장흥계곡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다. 

미술관과 조각공원 사이를 흐르는 석현천 계곡.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미술관과 조각공원 사이를 흐르는 석현천 계곡.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미술관에서는 초등생과 중등생을 대상으로 매월 다른 장르의 예술가와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7월에는 조세랑 화가의, 8월에는 한지민 작가의 교육이 준비돼 있다. 신청은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여름철 아이나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가볼 만하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주소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
문의 031-8082-4245

2층 '채움의 방식' 전시실.
2층 '채움의 방식' 전시실.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갤러리 모습.
2층에서 내려다 본 1층 갤러리 모습.
계단참에 있는 넓은 창밖으로 녹색의 야외 풍경이 보인다.
계단참에 있는 넓은 창밖으로 녹색의 야외 풍경이 보인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입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입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