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준공영제 현황과 과제② 서울 사례로 본 문제점과 대안

​공공교통네트워크, 우리모두의 교통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등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개선 및 공영화 로드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정의당 서울시당 홈페이지)
​공공교통네트워크, 우리모두의 교통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등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버스준공영제 개선 및 공영화 로드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정의당 서울시당 홈페이지)

 

노선 유지하면 지자체 지원
수입 보장받고 서비스 뒷전
버스회사에 일방적 유리

업체별 아닌 노선별 지원필요
민영제+공영제, 부분공영제 
다양한 방식 검토·논의해야


[고양신문] 버스준공영제는 흔히 공영제와 민영제의 장점을 결합한 절충안 모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운영되는 준공영제는 공영제적 요소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실상 민영제에 가까운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기존 개념정의에 따르면 준공영제는 노선관리형과 위탁관리형으로 구분되고 여기서의 핵심은 ‘노선의 공적 소유’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버스준공영제 중 공공이 노선권을 바탕으로 더 나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의미한 사례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재의 준공영제는 사실상 민간회사 운영에 공공재정만 지원하는 민영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준공영제가 민간버스회사의 이윤보장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온갖 편법과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와 인천시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모펀드 버스회사 먹튀’논란이 대표적이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 버스준공영제 도입의 시발점이었던 서울시 사례를 통해 준공영제의 문제점과 부작용 등을 살펴보며 대안을 모색해본다. 


운영비용은 지자체 지원
번 돈은 투자자에 배당

“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준공영제로 운영하는 서울과 인천, 대전의 시내버스 회사를 무더기로 인수한 뒤 이 버스회사들이 벌어들인 425억여원보다 71억여원이나 많은 497억여원을 금융회사와 대기업에 배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버스회사들은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지방자치단체 재정 지원에 의존하면서 적정 이윤까지 보장받는데, 번 돈을 시내버스 운영에 재투자하지 않고 배당금으로 소진한 것이다.”
-6월 19일자 한겨레 ‘시내버스 먹어치우는 차파트너스…’ 중

 
지난달 19일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19년부터 서울과 인천 대전 등 준공영제 버스회사 17곳을 매입해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액수를 수익으로 배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을 위한 대중교통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버스회사가 수익 창출을 위한 먹잇감이 된 것이다. 

이처럼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수익배분이 가능한 것은 버스준공영제가 갖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다. 일례로 서울시는 2004년부터 버스노선에서 나온 수입금 전체를 통합한 뒤 지자체와 사전에 합의한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운영비용과 이윤을 각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수익금공동관리형 버스준공영제’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적자노선운영 버스회사들의 부담을 공공재정으로 메꿔주는 방식인데 문제는 수입금을 통합관리 하다 보니 실제 노선별 적자여부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운영이익을 다른 곳으로 빼돌려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서울 강북구의 한 차고지에 서있는 시내버스 모습.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서울 강북구의 한 차고지에 서있는 시내버스 모습. (사진제공: 오마이뉴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현재 서울시 준공영제는 업체별 정산방식인데 적자노선운영에 따른 영업 손해뿐만 아니라 가령 버스회사 운영을 위해 대출을 받았거나 차고지 구매를 위해 쓴 비용같은 경우도 모두 운영비용으로 잡혀 재정지원 대상이 된다”며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지자체 재정지원을 통해 이윤도 보장받고 이와 별개로 운영차고지 매각이나 쥐어짜기 운영 등으로 얻은 이익 또한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사모펀드들이 버스준공영제 지역 회사들을 인수해 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과 차고지 등 버스회사 주요 자산 매각, 쥐어짜기 운영 같은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는 반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부담은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2019년 2915억원에 불과했던 시내버스 재정지원금이 작년인 2022년 8114억원으로 2.8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해당 사모펀드들이 향후 투자금 회수나 대출금 변제를 위해 버스회사를 다시 매각(엑시트)하는 소위 ‘먹튀’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조차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상 시민의 세금으로 사모펀드의 배만 불리는 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버스회사만 배불리는 현행 준공영제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러한 사모펀드의 버스산업 진출에 활로를 열어준 계기가 버스준공영제에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29일 ‘버스 준공영제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버스회사를 어떻게 운영하든 표준운송원가에 정해진 실비를 지원받고 이윤도 보장받게 되니 사모펀드 입장에서 이보다 더 편하게 돈 버는 투자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버스회사들은 준공영제 하에서 기존 노선만 유지하면 해당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받아 안정적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 반면 정작 시민들에게 필요한 대중교통 서비스 질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준공영제 하에서 버스 운영회사가 노선을 소유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준공영제 시초인 2004년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조합 협약서에 따르면 버스회사의 운영적자에 대해 공공이 지원하도록 명시한 반면 노선에 대한 배타적 권리 즉 소유권은 민간회사에 그대로 남겨둔 채 고작 ‘협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서울시는 지금까지 매년 시내버스에 수천억원의 재정지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버스노선 조정 권한은 제대로 행사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최근 서울시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경기도 등에서 노선입찰형 방식도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준공영제 하에서 공공에서 노선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행사해온 사례는 없다”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버스준공영제는 공공재정만 지원할 뿐 운영체계나 소유체계는 모두 민영제의 틀을 갖고 있다. 차라리 ‘이윤보장형 보조금 제도’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정리하자면 현재의 우리나라 버스준공영제 제도는 버스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도입됐으며 시민들의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현행 준공영제의 업체별 지원방식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업체별 지원방식은 버스운영에 투입되는 재정을 비용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노선에 대한 감축과 배차 확대 등 비용 절감방식으로 나타나게 된다”며 “따라서 버스노선은 기본적으로 공공이 맡아야 하고 비용이 아닌 투자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업체가 아닌 노선별 지원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준공영제의 업체별 정산 방식은 모든 노선의 운송수입금을 합친 금액이 전체 버스의 표준운송원가 합계에 미치지 못하면, 지자체 재정으로 차액을 채워주고 있다. 즉 버스업체의 모든 운영손실을 다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보니 실제 노선별 운영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어떤 노선이 흑자이고 어떤 노선이 적자인지 비교분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버스운행에 대한 재정지원은 ‘수익성 없는 노선’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노선별 정산방식을 도입해야 업체들의 정확한 운영비용이 산출되고 이에 따른 재정지원도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준공영제 말곤 방법 없나
화성시 부분공영제 대안 

버스준공영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영체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테면 민간사업자의 수익보장과 지자체의 공공성을 병립시키는 민영제+공영제 혹은 부분 공영화 방식을 이야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2020년부터 시내버스 부분공영제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데 주요 골자는 흑자운영 노선에 대해서는 기존 민영제 방식을 유지하는 대신 적자운영 노선에 대해서 화성시 도시공사가 직접 공영제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화성시의 경우 부분공영제를 도입하는 데 고작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일부 우려와 달리 공영제 도입에 따른 시스템적, 제도적 어려움도 크게 없었다”며 “핵심은 지자체가 버스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직접 제공할 것이냐에 대한 정책적 의지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하루아침에 모든 노선을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업체들이 운영을 포기한 비수익노선을 중심으로 공영노선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보니 초기비용도 크게 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버스준공영제 도입여부를 검토 중인 고양시 또한 부분공영제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상철 정책위원장은 “준공영제는 불가피하게 재정지원이 많이 투여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며 이를 통해 시민들의 대중교통 편의성이 증가한다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앞서 도입한 지자체들은 비용상승과 노선축소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민영제와 공영제를 혼합한 버스 운영구조의 다양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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