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형 사과나무의료재단 가정의학과장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건강 유지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역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다. 그중에 잘 먹고 잘 싸는 것은 모두 소화기관 담당이다. 여기에 건강 조건을 하나 더 덧붙인다면 정신건강인데, 정신건강이 무너지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중요한 정신건강이 장 건강과 연결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속속 나오고 있다. 소화기관의 건강이 건강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우리는 바깥 환경이나 무수한 미생물과 접촉하며 살아가고 있다. 몸 안과 몸 밖은 서로 분리된 것 같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람의 몸은 입과 코부터 시작해 식도, 위, 장을 거쳐 항문까지가 관(tube) 구조로 바깥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몸 내부 기관의 표면은 전부 볼 안쪽과 같은 부드러운 점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점막 위로는 수많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서식하며 무수히 많은 미생물과 음식을 비롯한 외부 물질이 지나다니면서 면역반응이나 여러 생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이 와중에 미생물과 외부 물질들이 점막을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켜 장 기능을 손상하고 이런 과정이 만성화되면 신체 기능이 약화하면서 전신에 악영향이 생겨 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위·장 건강 관리의 핵심은 소화기관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서 기능을 향상할 수 있는 식생활을 유지하고, 유해한 미생물의 과잉증식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어떤 음식이 위와 장에 이로운 음식일까? 조리과정에서 영양소가 적게 파괴되고 화학 첨가물이 적은 음식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음식들은 유익균의 먹이(프리바이오틱스)가 되고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미세 영양소가 풍부하므로 면역기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음식으로 통곡류, 김치를 비롯한 발효 식품,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와 과일, 버섯류, 견과류 등을 들 수 있다. 다만 다양한 음식에 대한 소화 반응은 개인 차이가 있으므로 타인이나 언론에서 권하는 음식을 무조건 선호하기보다는 식사 후 속이 편안한지 변이 좋아지는지 등에 대해 평소 잘 관찰해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알아낼 것을 권한다. 

야채 섭취가 무조건 좋다는 생각에 생채소를 너무 많이 먹으면 지나친 섬유질이 위와 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데치거나 익힌 채소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음식에 담긴 최대한의 영양소 섭취를 하기 위해서는 유기농 등 오염이 덜 된 식품을 구매해 가능하면 껍질, 뿌리 등을 포함한 모든 부위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 

이와 반대로 튀긴 음식, 찬 음식, 정제염을 사용한 음식, 가공 육류, 단순 당류 비율이 높은 음식 등은 특히 위와 장에 부담을 주는 음식이므로 지양해야 한다. 유제품이나 밀가루 음식이 장 독소로 작용하는 때도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유해한 미생물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몸의 입구인 구강 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 기상 후 물이나 음식 섭취 전 양치를 해서 밤새 증가한 구강 세균을 제거하자. 양치할 때는 치간 칫솔, 치실, 혀 클리너, 구강 세척기 등을 통해 입안 구석구석의 세균 수를 줄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살균 효과와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제산제의 지속적 복용은 피해야 한다. 반대로 유산균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스 제제를 이용해 유해균을 억제하고 장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주형 사과나무의료재단 건강증진센터 가정의학과 과장
강주형 사과나무의료재단 건강증진센터 가정의학과 과장

다만 프로바이오틱스의 경우 누구에게나 똑같은 효과를 내지 않을뿐더러 장기간 복용 시 배변 개선 등의 효과가 없어지기도 하므로 제품 선택과 복용 방법은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추천한다. 앞으로는 포스트 바이오틱스라 불리는 사균 제제 등 장 면역 개선 제품이 다양해 지고 있어서 장 건강을 위한 개인별 맞춤 처방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강주형 사과나무의료재단 건강증진센터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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