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으로 본 세상 - 『완벽한 계란 후라이 주세요』

도서관은 수많은 후라이들이 가득한 곳이다. 각자 완벽하다고 생각되는 후라이를 꺼내, 같은 테이블에 앉아 먹는. 

[고양신문] “완벽한 계란 후라이 주세요. 이따 찾으러 올게요.” “잠깐만요! 먀옹 요리사는 잠깐 나갔는데요!” 새로 문을 연 먀옹 식당. 먀옹 요리사가 화장실 간 사이 급하게 ‘완벽한 계란 후라이’를 주문하고 사라진 손님. 먀옹 식당 개업 잔치를 벌이고 있던 친구들은 모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른다. “그런데 완벽한 계란 후라이가 대체 뭐지?” ‘엄청나게 커다란 계란 후라이?’ ‘동글동글 잘 익은 계란 후라이?’ ‘비싼 걸 말하는 걸까?’ ‘완벽한 계란으로 만든 걸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낸 친구들은 많이 만들다 보면 완벽한 계란 후라이 하나는 나올 거라 생각하고 이런저런 계란 후라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때 먀옹 요리사가 돌아오고 ‘완벽한 계란 후라이’를 주문한 손님도 찾아온다. 먀옹 요리사는 신선한 계란을 골라 깨뜨리고 묻는다. 
“간은요?” “반숙? 완숙?”

그림책 『완벽한 계란 후라이 주세요』(보람 글·그림, 길벗어린이)가 던지는 질문은 간단하다. ‘완벽한 계란 후라이는 뭘까?’ 3분의 2쯤 익은 노른자. 넉넉히 두른 뜨거운 기름이 적당히 있어야 하고, 흰자는 거의 다 익어야 한다. 끝이 살짝 타들어간 상태이면 더 좋고.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계란 후라이는 이런 모습이다. 짐작하건대 아마 100명에게 물으면 100개의 다른 완벽한 계란 후라이가 나오리라. 

그렇게 다 다른 생각들. 그 다른 생각들을 적은 책을 모아두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모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일부 지역에서 성평등 관련 책, 위안부 관련 그림책, 성교육 책들이 어린이 청소년 유해도서라고 규정하고 그 책들을 도서관에서 빼라는 움직임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완벽한 계란 후라이’만 놓으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정신적 자유권을 제19조 ‘양심의 자유’, 제21조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제22조 ‘학문과 예술의 자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도서관법 제2조(기본이념)에서 ‘국민의 자유롭고 평등한 접근과 이용을 위하여 도서관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보장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IFLA(국제도서관협회연맹)의 ‘도서관의 지적 자유에 관한 선언’에서도 ‘도서관은 정보를 자유롭게 수집, 조직, 배포하며 어떠한 형태의 검열에도 반대한다’고 되어 있다. 더불어 ‘도서관은 모든 이용자들이 자료와 서비스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인종, 신념, 성별, 연령, 그 외의 어떠한 다른 이유에서도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완벽한 계란 후라이’를 모두에게 적용하라는 요구를 하며 지역의 정치권력까지 동원하고 있는 사람들로 인해 도서관 업무가 마비되고, 도서관의 지적 자유를 지켜야 하는 사서들은 모진 풍파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 어느 곳보다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켜나가야 할 도서관이 무너지면 그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

먀옹 요리사는 짭쪼름하고 반숙을 원하는 손님에 맞는 ‘완벽한 계란 후라이’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모인 친구들은 각자가 만든 완벽한 계란 후라이를 놓고 다 같이 식사를 한다. 누구도 서로의 계란 후라이를 비난하지 않고, 자기 계란 후라이만 강요하지도 않고도 즐거운 식사 자리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던 끼토와 토토가 말한다. “있지. 우리는 완벽한 계란 후라이를 아직 못 찾았어. 토끼는 계란을 안 먹거든.” 
과연, 이 식사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 원래 표준어로 ‘후라이’가 아니라 ‘프라이’가 맞지만, 그림책 언어의 효용성을 살려 ‘후라이’로 적었음.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