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극한호우, 극한폭염… 이상기후의 일상화 
호수공원 두루미 부부, 올해도 부화 실패
고양시 탄소중립 실마리 장항습지서 찾아야 
람사르습지도시 지정하면 시민들에게 혜택
 

장항습지 버드나무숲 전경. [사진=에코코리아]
장항습지 버드나무숲 전경. [사진=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어마어마한 물 폭탄이 쏟아져 내리더니 곧바로 살인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린다. 올 초부터 이례적으로 높은 바다 온도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탄소중립 정책은 잰걸음이거나 뒷걸음질이다. 이젠 기후위기에 대한 각종 경고음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차츰 무감각해진다. 가뭄과 호우, 폭염의 무한 반복과 일상화 시대가 왔다. 그러니 언론에서는 ‘극한호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켜 자극하기도 한다. 아마도 곧 ‘극한폭염’ ‘극한가뭄’ 등의 단어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극한 기상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 피해는 동물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지난 6월부터 40여 일간 알을 품었던 호수공원의 두루미부부는 결국 새끼를 품에 안지 못했다. 사실 지난 7년 동안 매번 실패했던 부화였지만, 올해는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매번 무정란을 산란해서 1주일을 못 넘기던 지난 포란 시기와 다르게 40여 일을 넘겼기 때문이다. 많은 기대감 속에 시민과학자들이 매일 모니터링을 해왔지만, 극한호우와 폭염은 이들의 새끼를 다시 앗아가고 말았다.   

교대로 포란을 하고 있는 호수공원의 두루미들. [사진=에코코리아]
교대로 포란을 하고 있는 호수공원의 두루미들. [사진=에코코리아]

습지의 놀라운 탄소저장능력 

이러한 기후위기의 일상 속에 검증되지 않은 탄소포집기술이나 자연기반해법을 도용한 개발행위가 오히려 탄소중립을 그르치기도 한다. 이렇게 무늬만 자연인 정책들을 ‘그린 워싱’이라 한다. 어설픈 기술보다는 자연보호지역을 늘려 숲이나 습지의 탄소저장고를 확대하는 것이 비용대비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무는 탄소를 저장한다고 쉽게 이해하는데, 습지가 어떻게 탄소를 저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나무는 매년 나이테가 늘어나는 만큼 공기 중 탄소를 유기물로 저장하니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습지 탄소는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습지식물이 공기 중 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면 체내에 유기물이 저장되며, 이 유기물들이 습지 토양에 떨어져 쌓이게 되면 습지를 덮고 있는 물에 의해 공기와 분리되어 혐기성 환경이 된다. 이렇게 되면 썩지 않고 물속에 계속 유기물이 저장될 수 있고,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습지토양 깊숙이 탄소가 격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세계 습지에는 탄소가 얼마나 있을까? 과학자들이 추정한 결과 지구의 5~8% 정도밖에 안 되는 습지 토양에 지구탄소 35%가 저장되어 있었다. 특히 습지가 물에 잘 잠겨 있을 때 축적된 탄소량이 3배가량 많았기 때문에 습지를 축축하게 유지하고 수심을 깊게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환경부에서 추정한 국내 내륙습지에 저장된 탄소량은 약 1486만 톤이며 연간 약 4만4453톤 정도가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항습지 수변부를 따라 새로 재생되는 어린 선버들숲. [사진=에코코리아]
장항습지 수변부를 따라 새로 재생되는 어린 선버들숲. [사진=에코코리아]

장항습지가 선사하는 다양한 이익들

습지에서는 습지식물이 지상에 저장하는 탄소량보다 지하에 저장하는 탄소가 더 크다. 15년 전쯤 장항습지 버드나무숲이 매년 생산해 내는 유기물량을 측정한 적이 있었다. 청소년기의 버드나무숲은 왕성한 성장력을 보였고 더군다나 말똥게가 공생을 해서 탄소저장량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 연간 자동차 3786대와 맞먹는 양이었다. 맹그로브숲이 약 2650대 정도이니 그 효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 

물론 그 후 버드나무숲이 다소 늙고 자기솎음 현상으로 죽는 개체도 많아지면서 탄소 저장 능력은 다소 둔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고양시의 미세먼지를 줄이고 산소를 생산하여 도시에 공급하며 탄소축적을 통해 기후위기도 줄이는데 큰 공을 세우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니 탄소중립은 장항습지의 버드나무숲과 습지를 잘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고, 습지보호지역의 생태계를 도시로 확장하여 고양시민이 그 혜택을 골고루 누리도록 ‘람사르습지도시’를 지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장항습지 버드나무 수령별 생장율. [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버드나무 수령별 생장율. [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버드나무숲 낙엽량 조사. [사진=에코코리아]
장항습지 버드나무숲 낙엽량 조사. [사진=에코코리아]
습지는 가장 효율적인 탄소 저장고다. [사진=에코코리아]
습지는 가장 효율적인 탄소 저장고다. [사진=에코코리아]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