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함윤희 도예전

작품 따라 전시공간 새롭게 변신
~8월 31일까지, 마리나 갤러리

[고양신문] 지난해 가을, 현대백화점 킨텍스점과 연결된 레이킨스몰 2층에 마리나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카페형 갤러리가 아닌, 오롯이 전시만을 위한 공간으로 크기는 아담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곳만의 매력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직사각형 형태로 반듯한 전시공간과는 다르게 가벽을 이용해 꾸며놓은 이곳은 전시작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마리나 갤러리에서 만나는 2023 여름 전시는 함윤희 갤러리 대표의 도예전이다.

도예작품전을 여는 함윤희 마리나 갤러리 대표.
도예작품전을 여는 함윤희 마리나 갤러리 대표.

함윤희 작가는 원래 의과학대학교를 나와 국내 유명한 종합병원에서 의료 행정 일을 했다. 관련 논문도 발표하고 바쁜 직장생활 틈틈이 사진과 판화를 배우며 살다가 쉼이 필요해 떠난 여행에서 도자기 역사서 한 권이 삶의 방향을 바꿨다. 

“어느 나라든 역사책 거의 첫 부분에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자 기본 생존 수단인 토기를 소개하고 있어요. 박물관마다 소장된 나라별 역사·문화적 배경이 담긴 도자기들을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순간을 표현하고 싶은 호기심이 강하게 일어났죠. 그렇게 도예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가슴속 깊이 묻어 뒀던 예술 감각과 재능이 도예와 목공예 작업으로 확장되어 이제는 작가의 길을 걸으며 갤러리 대표라는 직함까지 얻게 되었다.
“작년 2월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힘들었어요.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작업실로 마련해놨던 공간을 갤러리로 만들었어요.”

복어 연적 작품.
복어 연적 작품.

작품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

‘마리나’는 라틴어 ‘바다’에서 온 이름이며 함윤희 대표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마리나 갤러리가 예술을 사랑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들이 바다처럼 활짝 열린 마음으로 즐겁게 소통하는 행복한 공간이 되길 소망한다는 함대표는 “처음에는 홍보를 위해서 인지도 있는 작가의 전시를 열어야한다고 주변에서 권했지만 내 작품으로 개관전을 열어 보완해야 될 점을 알고 다른 작가들을 응대하는 법도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아직까지는 전시공간을 필요로 하는 젊은 작가나 중견 작가들을 대상으로 초대전을 하고 있다”고 갤러리 운영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전시에 따라 공간 구성이 달라지는 마리나 갤러리. 
전시에 따라 공간 구성이 달라지는 마리나 갤러리. 

지난 몇 차례 초대전을 통해 회화, 도예, 목공예,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했던 그는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직접 작품을 보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전시여부를 판단한다고 한다. 전시를 마무리한 후에는 작가들과 의견을 나누며 다음 전시에 대한 도움말과 격려도 주고받는 등 꾸준히 소식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이 공간이 독특하고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구조가 아니라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고 할까요? 공간의 가변성이 최대 장점으로 갤러리 후문 쪽에는 전망 좋고 탁 트인 테라스가 있어 활용할 수도 있어요. 레이킨스몰이 현대백화점과 공동으로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어 주차도 편하고 무료라 관람객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작품을 운반하기도 좋고요.”

관람객들은 대부분 입소문이나 쇼핑몰에 들렀다 우연히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전시회를 열어 데이터를 쌓은 후 아트페어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코발트 빛깔의 도자기 작품들. 
코발트 빛깔의 도자기 작품들.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찰나의 순간을 담다

작품 시리즈이자 이번 전시의 제목인 ‘센터 피스(Center Piece)’는 우리가 머무는 공간, 또는 테이블의 중앙 장식을 말한다. 작가는 흙, 물, 바람, 태양 같은 자연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다. “나, 너,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분인데 너무 쉽게 취하고, 쓰고, 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는 함대표는 “작가로서의 소임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내 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진실된 예술적 표현에 도달하고자 애쓰는 일”이라며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엄마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 ‘품’.
엄마를 생각하며 만든 작품 ‘품’.

흙장난을 하며 뛰놀던 작가의 유년시절,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나뭇잎 배를 갖고 놀던 기억 속 작업들이다. 그때의 순수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인위적인 개입을 최대한 피하려고 물레를 쓰는 대신, 느리지만 손으로 하는 코일링(coiling, 가래성형 혹은 타래성형이라 하며 손으로 점토를 둥글고 길게 말아 쌓아 올려 형태를 만드는)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이다. 

꽃잎을 흔들리게 하는 바람, 바람이 일으킨 물결 등 숨어 있는 것과 보이는 것의 만남을 형상화한 작품들은 마리나 갤러리에서 8월 내내 만날 수 있다.

주소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로 817 (레이킨스몰 2층 260호)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5시 (월·화 휴무)
문의 010-3766-8280
인스타그램 marina_h_gallery

갤러리 중앙에서 포즈를 취한 함윤희 작가.
갤러리 중앙에서 포즈를 취한 함윤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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