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현근 에코락갤러리 대표

국내 최대 온라인 미술플랫폼 운영 
‘미술품 할부 금융’ 도입 화제 모아  
삼송 갤러리에선 다양한 전시·강연 

에코락갤러리를 찾은 19일, 임지영 작가가 어린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그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에코락갤러리를 찾은 19일, 임지영 작가가 어린이와 부모를 대상으로 그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고양신문] 미술 애호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미술품을 소장하려고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에 발맞춰 미술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사람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덕양구 동산동에 자리한 ‘에코락갤러리(ECO樂 GALLERY)’의 장현근 대표는 온라인 갤러리 플랫폼과 미술품 할부 금융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미술계에 화제를 몰고 온 인물이다. 현재 에코락갤러리는 신진 작가들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컬렉터들의 신뢰할만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에코락갤러리에서는 판화가협회의 작가 18명의 단체전이 진행 중이다. 전시를 했던 작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된 상설전도 열리고 있다. 매주 흥미로운 강의도 무료로 진행된다. 그림 즐기기, 좋은 작가, 좋은 작품 고르는 법 등 미술시장 대중화를 위한 인문학 강연이다. 특히 여름방학 중에는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미술 교실을 계획하고 있다. 

하림그룹 금융회사인 에코캐피털의 대표이기도 한 장현근 대표는 7년 전 강남에서 에코락갤러리 오픈을 주도했다. 오프라인 갤러리를 고양시로 이전한 것은 3년 전이다. 동산동 갤러리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장 대표의 본사 사무실에는 책과 미술품들이 빼곡히 들어차있다고 했다. 다독가답게, 많은 미술 이야기를 들려줬다.

에코락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한 장현근 대표.
에코락갤러리에서 포즈를 취한 장현근 대표.

온라인 플랫폼 ‘에코락갤러리’를 오픈하게 된 배경은.

그림을 꼭 갤러리에서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려면 어려서부터 그림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그림을 앉아서 봐도, 누워서 봐도 된다는 걸 알려주려고 해요. 공교육 시스템이 못하는 걸 해보려고요.


우리나라가 성장기를 거치면서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했는데요. 그것을 받쳐주는 인문학적인 측면은 부족한 것 같아요. 그 둘이 함께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리라 봅니다. 그러려면 인문학 교육이 중요하다고 봐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술을 통해서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거예요. ‘누가 집을 샀더니 부자가 됐다더라’, 그러면 땅에 대한 관심이 생기겠죠. 그림을 샀더니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사람들은 집을 보러 다니듯이 미술품을 보러 다닐 거예요.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아야 좋은 작품을 선별할 수 있습니다. 욕망이 공부를 하게 만들지요. 


이제는 미술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작년에는 MZ세대들이 그림을 사기 시작해서 붐이 일었지요. 지금 같은 초입단계에는 오르락내리락 주춤하겠지만 점차 확산되리라 봅니다. 주식시장에 ‘엘리어트 파동이론’이 있는데요. 탐욕으로 움직이는 인간의 대중심리를 이론화한 거지요. 제 생각대로는 되고 있는데, 속도가 빨라 당황하고 있어요.

그림과 책으로 채워진 장현근 대표의 사무실. [사진=장현근]
그림과 책으로 채워진 장현근 대표의 사무실. [사진=장현근]

오프라인 갤러리를 강남에서 삼송으로 이전한 이유가 있나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미술사를 보면 위대한 화가들은 모두 바닥에서부터 올라왔더라고요. 청년작가들은 중앙이 아니라 주변부에서부터 성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삼송은 서울과 밀접해 있고요. 교통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고, 중산층이 많이 살고 있어요. 그야말로 최적지이더군요. 이곳을 안테나숍으로 운영해보고 정착이 되면 하나로마트 모든 매장으로 확장할 생각입니다.


여기 하나로마트 2층은 거의 방치돼 있었는데, 우리가 들어오고 난 뒤에 거짓말처럼 차버렸습니다. 동네 사랑방처럼 누구나 올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려고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했어요. 삼송이 장차 프랑스의 바르비종처럼 예술의 집결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다독가로 유명하시던데. 사무실 책상 위에도 많은 책들이 쌓여 있고요. 

창조라는 말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생겼대요. 사실 하늘 아래에 새 것은 없어요. 우리가 봤던 것, 읽었던 것, 들었던 것들이 창조적인 것으로 변하는 거죠. 새로운 맥락과 의미있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게 창조라면, 독서는 창조를 뒷받침합니다. 


우리회사는 직원들이 책을 읽고 회사로 가져오면 책값을 줘요. 그러면 또 다른 책을 사서 읽고 가져오지요. 회사 내에 도서관이 있는 셈인데요. 보통 독서경영이라고 하면 회사에서 책을 사놓고 읽으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읽게 하지요. 그 덕분인지 창사 이래 적자 한 번 안 나고 있습니다. 

농협하나로마트 삼송점 2층에 위치한 에코락갤러리
농협하나로마트 삼송점 2층에 위치한 에코락갤러리

국내 최초로 시작한, 미술품 60개월 무이자 할부구입 아이디어가 탁월해 보이는데요.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있어요. 저희가 만든 ‘미술품 거래소’라는 앱에는 현재 2385명의 작품 3만6114점이 등록돼 있는데요. 누적 판매 작품 수는 1720점에 24억2900만원이고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미술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앱에는 그동안 판매했던 실거래가를 모두 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1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계시다고요. 기준이 있나요.

예전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작가들이 전시를 끝내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게 안쓰러워서 작품을 한 점씩 구입했는데, 지금은 소장 기준이 바뀌었어요. 나중에 걸작이 될 만한 것으로 선택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400여 명의 청년작가들 중에서 미술사에 이름을 올릴 사람들이 분명히 나올 거라고 봐요. 르네상스기를 봐도 그렇거든요. 우리나라의 현재 시점이 그때와 유사한 문화 부흥기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에코락갤러리 한켠에 마련된 상설전시장.
에코락갤러리 한켠에 마련된 상설전시장.

대표님이 눈여겨 보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해 주세요.

20~30대가 창의성이 가장 풍부하지요. 젊음을 불살라서 작업한 것들이 의미가 있다고 봐요. 제가 공부한 프레임으로 보면 김보미 작가가 1위에요. 6년 전부터 시작해서 작품 94점이 모두 팔렸어요. 위대한 작품은 인간의 생존과 번성에 대한 본능, 원초적 본능이 발현된 작품인데요. 김 작가는 그걸 다 담고 있어요. 


또 다른 작가는 이하진이에요. 부친이 해외 주재원이라서 어려서부터 여러 나라를 경험했는데요. 그게 작품으로 드러나지요. 지금 런던에서 전시 중인데 작품에 힘이 있어요. 채정완 작가도 재미있고 즐거워요. 해학으로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대표님의 미술 사랑이 느껴지는데요, 앞으로 계획을 들려주세요.

11월에는 하나은행 을지로에 있는 아트센터에서 청년작가들의 전시가 예정돼 있고요. 내년 4월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비씨카드와 아트 페어를 함께할 예정입니다. 사람들은 갤러리에 들어오는 것을 어려워하는데요. 작가들은 관심을 가지고 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한답니다.  

에코락갤러리
주소  고양시 덕양구 동송로 20
        (농협하나로마트 삼송점 2층)
문의  02-381-9595

현재 진행 중인 판화가협회 전시. [사진=에코락갤러리]
현재 진행 중인 판화가협회 전시. [사진=에코락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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