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전 주독일대사
정범구 전 주독일대사

[고양신문] 밴댕이는 음력으로 5~6월이 제철인 생선이다. 요새는 냉동시설이 잘 돼 있어서 1년 사시사철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제철로는 이제 끝물인 생선이다. 새삼 이 밴댕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고양신문(1626호)을 받아들고서였다. 1면에 올라와 있는 ‘159개 언론에 6억 9천만원, 고양신문은 0원’이란 기사제목을 읽으면서 언뜻 이 생선 이름이 떠올랐다. 밴댕이는 몸체에 비해 내장(속)이 작은 생선으로, 특히 성질이 급해 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죽어버리기 때문에 예로부터 속 좁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종종 쓰였다.

고양시가 올해 159개 언론사에 6억8966만원의 광고홍보비를 지출하면서 고양신문은 대상 언론사에서 아주 제외를 시켰다고 한다. 중앙지 23개, 지방일간지 33개, 주간지 17개, 특히 인터넷신문 68개사에도 홍보비를 집행하면서 고양지역을 대변하는 유일한 유료신문인 고양신문을 제외한 것이다. 왜일까? 그건 고양신문이 시청사 이전문제 등 현 고양시정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써왔다는 이유 외에 달리 해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밴댕이 소갈딱지라니.

얘기가 나온 김에 지역언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먼저 짚어보기로 하자. 지역언론은 풀뿌리 민주주의라 일컬어지는 지방자치와 궤적을 같이 한다. 한국전쟁 때(1952년)와 이승만 독재시절(1956)에도 실시됐던 지방선거가 폐지된 것은 5·16 쿠데타 이후이다. 서울시장과 도지사를 뽑는 마지막 지방선거가 1960년 12월 29일 실시된 이후, 1991년 3월 26일 시·군·구 의회의원 선거를 치르기까지 30년간 지방은 중앙에 종속된 존재로, 주민들은 지역현안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한 채 중앙에서 임명된 관료들의 통치대상이었을 뿐이다. 

1991년, 비록 단체장을 제외한 의회 의원 선거에 제한된 것이었지만 지방자치선거가 재개되자 지역주민들의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과 열망도 높아졌다. 그리고 이 때를 전후하여 시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지역언론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전국 지역신문의 모델이 되었던 옥천신문이 1989년 창간되고, 고양신문도 같은 해 창간된다. 그리고 남해신문이 1990년 창간된다. 

여러 지역에서 발행되고 있는 지역신문들.
여러 지역에서 발행되고 있는 지역신문들.

옥천신문은 인구 5만명 지역에서 유료부수 3071부, 남해신문은 인구 4만2000의 남해에서 2700부 유료부수를 찍어낸다. 옥천은 2만5000 가구가 3070부를 구독하니 평균 8가구에 한집 꼴로 지역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옥천에서는 신문이 나오는 금요일 아침마다 옥천군청 공무원들이 신문을 받아가기 위해 줄을 선다고 한다. 지역 민심이 궁금한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풀뿌리 언론이 필요하다. 4년에 한 번 투표장에서만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가 아니라 1년 365일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이 선출한 지방정부와 의회를 감시하는 시민언론이 필요하고, 시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제를 시정의 중심에 올려놓는 토론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지역언론을 자기들 비위에 안 맞는다고 차별하고 배제한다면 그건 결국 시민들을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행위이다. 밴댕이가 다시 떠오른다.

지역언론은 시민 입장에서도 반성적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고양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시민운동이 발달되어 있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산황산 골프장 증설문제를 막아낸 것도 고양시 시민운동의 중요한 성과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주민들은 지역 이슈보다는 중앙 이슈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아마 서울의 위성도시로, 신도시를 중심으로 발전해 오면서 고양시민으로서의 정체성 형성이 약한 이유도 있을 법하다. 언젠가 지역의 한 모임에서 ‘유명인사’ 몇 분과 식사를 하는데 고양시 현안이 되고 있는 시청사 이전 문제를 모르고 있었다. 일산 신도시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분들이….

새삼 지역언론의 역할과 사명이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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