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최근 폭염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고생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어렵게 유치한 잼버리 행사가 전 지구적인 폭염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폭염은 금년 여름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금년 여름 폭염은 단순히 금년만의 일회적인 상황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20여년 전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지난 2015년 파리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하여 순배출을 0으로 함으로써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1.5℃ 상승으로 멈추자고 하는 탄소중립대책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모든 국가들은 이를 위해 국가 단위의 감축목표를 정하고, 탄소중립법을 제정하여 전 세계가 당면한 기후변화문제 해결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우리 정부 역시 2015년 37%의 온실가스 감축안을 발표하고, 2020년 12월에는  온실가스 감축 정부안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2021년 8월에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법(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탄소중립법을 제정한 2021년 8월,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의  1.5℃ 평균온도 상승이 2050년이 아니라 2040년으로 10년간 앞당겨졌다고 발표하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전 지구 차원에서 생물다양성 유지에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열대지방 바닷속에서 자라는 산호는 목욕탕과 같은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인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 폭염에 강한 선인장조차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말라 죽고 있다. 2021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협의체(IPCC)와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정부가 협의체(IPBES)가 자연기반해법을 통해 기후변화문제와 생물다양성 감소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해법으로 자연기반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이란 2016년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에서 도입한 개념으로 인류의 복지와 생물다양성 보전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자연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기법이다. 예를 들어 탄소흡수와 온도 저감을 위해 나무를 심고 가꾸어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 이에 해당된다.

사실 자연기반해법은 세계자연보호연맹에서 도입하기 전인 2008년 세계은행에서 먼저 제시한 바 있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태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기반해법을 제시하였다. 자연기반해법은 2019년 UN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9가지 대책 중의 하나로 채택하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우리 정부도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연기반해법을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대책의 하나로 채택하였다.

자연기반해법은 과연 충분한 효과가 있을까? 필자가 2008년 도시숲이 가지는 온도저감효과를 연구한 결과 폭염이 심한 8월에 나무가 많은 산림의 온도가 건물이 밀집된 시가지에 비해 약 10℃ 낮았다. 나무를 심는 경우에도 한 층의 나무만 심는 경우보다 크고 작은 나무를 섞어서 복층으로 심는 경우에 약 4℃ 이상 온도를 더 낮추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도를 낮춰 냉방기 사용을 줄여주는 효과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주로 목재를 생산하거나 도시경관을 개선하는 등과 같은 측면에서만 나무 심기를 해왔다.  하지만 기후변화 시대에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고, 도시 온도를 낮추어주는 자연기반해법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폭염이 심한 지구를 구하는 방법은 나무를 심는 것이 기계를 활용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 지금보다 더 많은 나무를 더 심어야 한다.  구미의 국가들은 도시에 나무 두배 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배출된 탄소를 흡수하고,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이 필요하다. 나무 심기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연기반해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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