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방학'

[고양신문]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작한 밸런스 게임이 여전히 유행입니다. 굳이 밸런스 게임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질문을 받아보면 금방 이해가 갑니다. 

짜장 vs 짬뽕, 산 vs 바다 중에 하나를 택일하는 것은 아마 현재 밸런스 게임의 원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택지가 균형을 유지해야 밸런스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어려운 내용이 추가되었네요. 예를 들어 탕수육의 부먹이냐 찍먹이냐는 균형과 단순함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고민이 되긴 하지만 하나를 택했다고 해서 실패도 손해도 없습니다. 최근의 밸런스 게임 질문을 한번 확인해보시죠.

△ 나 빼고 다 천재인 팀에서 숨 쉬듯 자괴감 느끼기 vs 내가 유일한 희망인 팀에서 혼자 밭 가는 소처럼 일하기
△ 잘 생기고 재미없는 남자와 결혼하기 vs 못 생기고 재미있는 남자와 결혼하기
△ 내 애인이 파워 집순이 집돌이(데이트하려면 1시간 설득해야 함) vs 내 애인이 파워 인싸(최소한 한 달 전에 데이트 약속 미리 잡음)
△ 30억 받고 평생 맨밥만 먹기 vs 그냥 살기
△ 직장에서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말 계속하는 선배와 한 팀 되기 vs MZ세대는요~ 하면서 선 긋는 후배와 한 팀 되기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솔직히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약간 슬픈 느낌도 있고요. 그야말로 웃픈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이 서로 극단적으로 펼쳐집니다. 중간은 존재하지 않으니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입니다. 웃자고 하는 게임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 같아 불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회적 놀이는 그 사회의 현상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이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한때 유행했던 복불복(나만 아니면 돼)놀이가 우리 사회의 각자도생을 통합해 반영한 투게더 아이스크림이라면, 밸런스 게임은 질문 하나에 사회적 모순을 하나씩 담은 개별 포장이 되어 있는 엑설런트 아이스크림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위의 5가지 질문 중에 유독 결정이 어려운 것이 있으시다면 그 속에 담긴 문제가 여러분을 가장 힘들게 하고 있지 않을까 강력하게 추측해 봅니다.^^

△ 전공하고 싶은 과에 합격한 지방대생 vs 관심은 없는 과에 합격한 in 서울 대학생

호랑이가 전자담배 피우다가 금연하는 요즘에 벌어지고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 고3 교실의 밸런스 게임입니다. 중간도 없고 균형도 없는 이 웃픈 게임을 보고 있노라면 세계적인 메가 히트작 오징어 게임이 생각나네요. 오징어 게임은 1명이 남으면 종료되기라도 하는데, 이 밸런스 게임은 모두 죽을 때까지 계속될 것 같아 후속작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는 9월 4일은 교육할 수 없는 상황에 좌절해 생을 마감하신 서울 서이초 선생님의 49재가 있는 날입니다. 현장과 괴리된 모순적인 제도와 변화 속의 진통을 성숙하게 전환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방관이 만들어낸 비극입니다. 지금까지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즉흥적인 대안만 쏟아집니다. 학생 인권이냐 교권이냐라는 천박한 밸런스 게임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선택의 밸런스 게임이 판치는 학교는 각자도생으로 귀결됩니다. 누군가는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절망과 무력함으로 희망의 끈을 놓게 됩니다. 밸런스는 선택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나란히 서 있을 때 가능합니다.   

송원석 문산고 교사
송원석 문산고 교사

짬짜면으로 인류의 오랜 고민을 해결한 우리입니다. 극단의 삶은 행복할 수 없으니 함께 중간에 모여 밸런스를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다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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