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유자시설로 복구하라는 구청
‘시정명령 취소’ 안 받아들여져
500여 미인가 대안학교에 여파   
학부모 “대안교육 현실 감안해야”   

[고양신문] 21년간 일산동구 지영동에서 대안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한 ‘고양자유학교’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함으로써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 이영한)는 5일 고양자유학교가 고양시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고양자유학교가 건축물대장상 용도인 노유자시설이 아닌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시설물 원상복구’ 시정명령을 내린 고양시 손을 들어준 것. 시설물 원상복구는 21년간 운영된 고양자유학교에 대해 교육 행위를 일절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양자유학교와 학부모들에게는 과도한 행정처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만약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매년 1억원 정도 반복 부과된다. 

고양자유학교가 건축법상 ‘교육연구시설’이 아닌 아동복지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을 의미하는 ‘노유자시설’로 지정된 것은 교육부의 정식 인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은 교육연구시설 중 ‘학교’로 인정하는 것은 정규 초·중·고교와 대학교,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각종 학교’로 나와 있는데, 교육부가 인정하는 대안교육기관만을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각종 학교’에 포함시키고 있다. 

고양자유학교가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은 것은 대안학교마다 갖는 특성과 관련 있다. 교육부는 실제 대안교육기관으로 운영되는 학교라 하더라도 교육과정이나 교원자격, 학력인정기준 등을 학교라는 공교육 기준에 일정정도 맞춰야만 ‘학교’로 인정한다. 하지만 고양자유학교 같은 많은 대안학교들은 다양한 경험, 실험적인 교육 등 대안학교만의 특성을 제한 받기보다 자율성을 보장 받기를 원하고 있다. 

작년 개교 20주년을 맞이했던 고양자유학교는 현재 학생수 약 100명을 헤아리고 있다.
작년 개교 20주년을 맞이했던 고양자유학교는 현재 학생수 약 100명을 헤아리고 있다. 사진제공=권용재 시의원. 

따라서 이번 행정소송 결과는 고양자유학교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건축법상 ‘교육연구시설’이 아닌 시설에서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모든 대안교육기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행정소송에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고양자유학교 행정명령 취소 지지 온라인 서명운동’에 1800명이 동참했는데, 전국 500여개의 비인가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한 ‘대안교육연대’에서 힘을 보탰다. 고양자유학교 학부모이자 대외협력 담당자는 “교육연구시설로 등록된 대안교육기관, 즉 교육부로부터 학교로 인정받은 대안교육기관은 10%밖에 안 된다. 나머지 90%는 실제로는 대안교육기관임에도 노유자시설, 근린생활시설에서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대안교육의 현실을 지적했다.

고양자유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으로 대안교육연대와 경기대안교육협의회와 협력해 대응하며 과도한 행정처분으로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받고 있다는 점을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신수경 고양자유학교 운영위원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지난달 학부모 총회에서 만약 1심 패소 시 항소한다는 것을 의결했다”라며 “건축물 용도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많은 대안학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일 고양자유학교 행정소송 관련 대책회의에 참여한 권용재 시의원은 “우리나라 대안교육기관의 역사에서, 그리고 현재 500개의 대안교육기관에서 이러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을까 싶다. 건축법 시행령 준수 여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안교육 현실에 통용되는 관습법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개교 20주년을 맞이했던 고양자유학교는 초중등(1∼9학년)과 고등(10∼12학년)과정 등 12년제로 운영하는 미인가 대안교육 기관으로 학생수 약 100명을 헤아리고 있다. 이러한 고양자유학교에 대해 작년 5월 ‘학교가 건축물 용도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민원을 접수한 일산동구청이 ‘건축법 위반’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맞서 고양자유학교는 작년 8월 일산동구청 행정처분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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