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의회 당시 계류됐던 조례 재상정 논란
"금정굴 민간인 학살 가해 행위 부정하는 꼴"
보훈단체 아닌 특정 민간단체 지원근거 부족
시민사회 "조례안 상정 철회해야"

태극단 묘가 안치된 일산서구 덕이동 고양시 현충공원
태극단 묘가 안치된 일산서구 덕이동 고양시 현충공원

[고양신문] 고양시의회가 이번 임시회에서 태극단 선양회 지원 조례안 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시민사회로부터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앞서 이철조 국민의힘 시의원은 9월 임시회를 앞두고 태극단 선양회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한국전쟁 당시 고양지역에서 활동했던 태극단을 추모·기념하고 소속 단원ㆍ유족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태극단 선양회’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주요 지원사업은 △태극단원 추모기념사업 △태극단 합동묘역 및 안보시설 순례 등이다. 

이철조 시의원은 "태극단은 625전쟁 당시 학생, 교직원 등 민간인 중심의 청년 반공유격대로서 3개월간 많은 전공을 세웠지만 고양에만 있었던 조직이고 정식 군대가 아니다보니 그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라며 "이분들을 선양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추모할 수 있는 근거마련을 위해 조례를 발의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례안은 지난 2018년 통과된 일명 ‘금정굴 희생자 지원 조례’(6ㆍ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조례)의 제정목적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정굴 민간인 학살’은 한국전쟁 당시 고양경찰서장의 지휘 아래 153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사건으로 2006년 정부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금정굴 사건에 대해 경찰 책임하의 불법 학살로 공식 인정됐으며 이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국가배상까지 이뤄진 바 있다. 문제는 당시 가해자 집단에는 고양경찰서뿐만 아니라 그의 지휘를 받는 태극단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이현옥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사무국장은 “태극단이 금정굴 사건 희생자에게 직접 총살한 기록이 국가 공식기록에도 남겨있고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해 사실관계가 입증된 상황”이라며 “이제 와서 가해자인 태극단을 추모·기념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금정굴 희생자들이 학살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상위법 근거 없이 특정 단체를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김재환 고양시민연대회의 사무국장(고양청년회 대표)은 “태극단 선양회는 현재 국가에서 인정받은 보훈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상위법에 지원 근거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함에도 굳이 특정 단체만을 위한 별도의 지원 조례를 마련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법적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2015년 7대 시의회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김홍두 시의원(당시 새누리당)은 이철조 시의원과 마찬가지로 ‘태극단 선양회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태극단 선양회가 법적 보훈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보훈기본법’ 대상이 아니라는 점 △특정 비영리단체를 위한 지원 조례를 만드는 것에 대한 상위법 근거가 없다는 점 △태극단 유가족들의 경우 이미 국가유공자 대우를 받아 지원받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상임위에서 ‘계류’ 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고양시 35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고양시민사회연대회의는 6일 태극단 선양회 지원조례 추진에 대해 비판성명서를 내고 조례안 상정 철회를 촉구했다. 연대회의 측은 “이번 조례제정은 또다시 고양시를 이념대립의 소용돌이 속에 가둬두는 것이며 금정굴 유가족을 비롯해 민주ㆍ인권ㆍ진보운동가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피해당사자들과 어떠한 논의도 없이 가해자를 위한 지원 조례를 만드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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