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한티역 2번 출구에서 만나>
사랑과 평화 그리는 아티스트 요요진
23일까지,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고양신문] 사랑과 평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는 단어다. 아티스트 요요진(본명 임효진)은 회화와 조형,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대표 장영학)’ A관에서 요요진 작가의 개인전 <한티역 2번 출구에서 만나>가 열리고 있다. 청년 작가의 작품 30여 점은 독특하고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의미를 전달한다. 9일에는 20여 명의 관객이 함께 한 가운데 요요진 작가의 작품 설명과 라이브 드로잉 행사도 열렸다.

요요진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늘 생각한다고 했다. 전시 제목은 연인인 정여은 작가와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 나온 질문에서 시작됐다. “전쟁이 나면 우리는 어디에서 만나지?”라는 물음에 요요진 작가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한티역에서 만나자”고 답했다. 

작품 'Looking at'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요요진 작가.
작품 'Looking at' 앞에서 포즈를 취한 요요진 작가.

“해외에서는 한국을 불안하게 보는데 우리는 평화롭게 지내잖아요. 지난 5월 서울 시내에 사이렌과 공습경보가 울린 일이 있었는데, 놀라서 자전거를 타고 한티역으로 달려갔더니 그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불안한 상황에서는 지하철역이 안전한 대피소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오발령이라는 문자가 왔을 때 사람들은 짜증의 한숨을 쉬었는데,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같이 들리기도 했다. 그 상황 자체가 굉장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 상황에서는 평소 추상적으로 생각했던 평화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는 경험을 하고 나니 사람들에게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라이브 페인팅에 몰두하고 있는 요요진 작가. 
라이브 페인팅에 몰두하고 있는 요요진 작가. 

요요진 작가는 미디어 콘텐츠를 전공했다. 2010년에 유네스코를 통해 아프리카 잠비아에 파견을 나가 9년간 활동을 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해외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로 발돋움하던 시기였다. 국가와 기업에서 청년들을 선발해 해외로 파견을 보냈다. 그도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합류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어머니를 보고 자란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잠비아에 머물며 마을 사람들과 실업, 에이즈, 조기 임신 문제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어요. 영화는 마을의 문제를 외부에 전달할 수 있는 도구였고, 그걸 통해서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믿었지요. 이후 아티스트 그룹 ‘아트포아트(ART4ART)’에서 활동하며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 8m 크기의 슈퍼히어로 동상을 제작했어요.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도 만들었지요.”

정여은 작가의 책과 요요진 작가의 조형 작품.
정여은 작가의 책과 요요진 작가의 조형 작품.

소통과 메시지의 좋은 도구가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그때 알게 됐다. NGO나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작업을 많이 했다. ‘모지아트(Modzi Arts)’에서 6개월 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첫 개인전을 열고 작가로 데뷔했다. 

2019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홍대 근처 걷고 싶은 거리의 벽에 주기적으로 드로잉 퍼포먼스를 하고 영상을 촬영했다. 그 후 서울문화재단에서 작업 의뢰를 받았고, 현대자동차의 ‘제로원(Zer01ne)’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게 됐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그 소리를 녹음하여 실시간으로 증폭하는 새로운 형태의 작업도 시도했다.

전시장에 설치된 한티역 2번 출구 조형물.
전시장에 설치된 한티역 2번 출구 조형물.

이랜드갤러리 전시장 안쪽에는 한티역 2번 출구를 표현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지하철역에서 들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운드와 피아노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그의 작품 속 캐릭터들은 대부분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다. 이 왕관은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작품에는 반전(反戰)을 상징하는 피스 마크가 자주 등장한다. 사랑과 평화를 수화로 표현한 양쪽 손가락도 특징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 폭력, 전쟁을 보며 미술인으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림을 판매한 수익금을 유엔난민기구에 기부도 했고요. 평화란 갈등이 발화되지 않도록 합의점을 찾는 정적인 상태인 동시에,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긴장 상태인 거죠. 앞으로도 계속 사랑과 평화를 주제로 좀 더 깊이 있게 탐구해보려고 해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Peace 1
Peace 1

지금까지 20여 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 경력이 있는 요요진 작가는 올 7월 뉴욕 록펠러 센터 광장에서도 라이브 페인팅을 선보여 갈채를 받은 바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이번 전시는 이달 2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에는 전시 제목과 동일한 정여은 작가의 소설도 진열돼 있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55-50(일·월·화 휴관)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펼치는 요요진 작가.
라이브 페인팅 퍼포먼스를 펼치는 요요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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