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과 오염으로 만신창이 된 바다
끓는 지구, 멸종위기 내몰리는 종들
취약한 종 지키는 ‘기후정의’ 필요

장항습지의 조류 취약종 '저어새'(멸종위기종 1급)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의 조류 취약종 '저어새'(멸종위기종 1급)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신문]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여전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여름 내내 달궈질대로 달궈진 지구이니 분명 어딘가 탈이 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태양의 열기가 지구 표면에서 반사되어 우주로 나가려다 대기 중 온실가스에 잡혀 오도 가도 못해 지구를 덥힌다는 이야기는 이미 아이들도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올해 맞닥뜨린 ‘열’은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자연현상이라 다들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구는 얼마나 열을 받고 있을까. 과학자들이 지구 전체를 1.5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을 계산해보니 1870년 이후 매초 원자폭탄 1개가 터지고 있는 셈이었다. 그 개수도 최근으로 올라오면 더 늘어났다. 화석연료를 역대급으로 태우고 있는 지난 40년간만 보면 매초 원폭 3~5개씩 터지는 것과 같았다. 우리 주변에 원자폭탄이 매일 26만개에서 43만개가 펑펑 터지고 있단 얘기다. 그러니 지구는 그야말로 지글지글 끓는 아수라일 수밖에 없다. 

놀라운 일은 그렇게 열을 받고 있는데 대기온도가 고작 1.5도 상승했다는 것이다. 아니 그 많은 열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답은 바다였다. 인간들이 매일매일 터뜨리고(!) 있는 원자폭탄 수십만 개의 열 98%가 바다로 들어가 식었고, 나머지 2%만 대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바다는 데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인간이 뿜어 대고 있는 이산화탄소 30%도 바다가 잡고 있다. 이른바 블루카본이다. 바다 표면에서 흡수된 탄소는 육지보다 빠른 속도로 심해저로 격리되어 깊은 곳에 묻혀 있게 된다. 덕분에 우린 잘 살았고, 바다는 만신창이가 되어 중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요즘 핵오염수마저 대놓고 투기하는 중이니 이제 바다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묵묵히 버티던 바다가 기침 한번 하니 그 결과가 ‘끓는 지구’인데, 앞으로 닥쳐올 재앙은 상상하기 어렵다.       

기후위기로 인간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는다. 기후위기가 촉발한 불안감이나 공포, 슬픔, 수치심, 죄책감 등의 고통을 기후 고통(climate distress)이라고 한다. 특히 사회적 취약계층들에게는 기후로 인한 피해가 심하고 기후 고통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자연생태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기후 고통을 느낄 것으로 여겨지는 동물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북극곰이나 펭귄을 지목한다. 그런데 그룹을 좀 나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종은 실은 ‘개구리류’다. 세계야생기금(WWF)은 지구 생물종 중에서 양서류 개체수가 가장 빠르게 감소하고 특히 열대생태계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지구상의 생물종 중에 멸종위기에 처한 종이 가장 많은 그룹도 양서류였다. 이는 150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약 52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니 반박의 여지가 없다. 

장항습지의 양서류 취약종 '수원청개구리'(멸종위기종 1급)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의 양서류 취약종 '수원청개구리'(멸종위기종 1급)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이들이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양서류는 절대적으로 습지에 의존해 살아가고, 태생적으로 열성 스트레스에 약한 종이다. 가뜩이나 기후 고통을 심하게 느낄 텐데, 인간이 탐욕스럽게 그들의 서식지를 개발하니 어찌 견뎌내겠는가. 이들을 기후멸종에서 지켜줄 방도는 없는 것일까. 

북극곰의 사례를 보면 해답의 실마리가 보인다. 기후변화 때문에 최초로 멸종위기종으로 선언된 종이 북극곰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얼음이 급속히 소실되면서 2009년에 법적 보호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이후로 포획이 금지되고 적극적인 종보전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전 세계의 개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북극곰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종이다. 

기후변화로 멸종한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Bramble cay melomys) [이미지 출처=위키피디아]
기후변화로 멸종한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Bramble cay melomys) [이미지 출처=위키피디아]

반대로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지구상에서 멸종된 종도 있다. 호주의 산호초섬에서 살던 ‘브렘블 케이 멜로미스’ 라는 쥐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서식지가 사라져 2016년 절멸이 선언되었다. 기후변화로 지구에서 멸종한 첫 번째 종이 된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되는 기후멸종을 막을 묘안은 사실 없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사회와 마찬가지로 생태계도 기후정의가 적용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취약한 생태계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즉각적인 처방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극곰의 사례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대들, 더 이상 사라지지 말고 함께 살아내자고 긴급한 손길을 보내야 한다. 시의적절하게 말이다.

장항습지의 포유류 취약종 '삵'(멸종위기종 2급)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의 포유류 취약종 '삵'(멸종위기종 2급)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