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장편 『마주』 발표한 최은미 작가
아람누리도서관에서 독자들과 만나
팬데믹 배경으로 짚어낸 고립과 불안

소설 속 장면을 낭송하는 최은미 작가(오른쪽).
소설 속 장면을 낭송하는 최은미 작가(오른쪽).

[고양신문] 시원한 가을바람이 분 21일 저녁, 고양아람누리도서관 강의실에서 8월 신간 장편소설 『마주』를 출간한 최은미 작가가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아람누리도서관은 계절마다 지역 작가를 선정해 작가 관련 전시를 진행하고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을 마련하는 ‘들어감: 작가의 세계로’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시간은 특유의 섬세함으로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아오며 제5회, 6회, 8회 젊은 작가상을 연달아 수상하고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으로 평단의 지지를 얻고 있는 최은미 작가와의 북토크가 강지희 문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열렸다.

2008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울고 간다』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최은미 작가는 소설집 『너무 아름다운 꿈』, 『목련정전(目連正傳)』, 『눈으로 만든 사람』, 중편소설 『어제는 봄』, 장편소설 『아홉 번째 파도』 등을 발표했다. 8월 출간된 『마주』는 6년 만에 선보인 반가운 장편소설이다. 

『마주』는 2020년 팬데믹 시기에 캔들 공방을 운영하던 주인공 ‘나리’와 공방 손님 ‘수미’와 그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모두를 불안에 떨게 했던 2020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거리 두기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고립되고 단절됐던 시간을 건너며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을 보듬는다. 서로를 의심하고 소외시킬 수밖에 없었던 팬데믹의 시대에 고립된 이들은 더욱 고립되고 단절된 이들은 더욱 단절될 수밖에 없었음을 세심히 짚었다.

독자들 모두가 책속 주인공이 되었던 ‘마주 보는 시간’ 프로그램.
독자들 모두가 책속 주인공이 되었던 ‘마주 보는 시간’ 프로그램.

작가는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기꺼이 마주했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는 마음을, 주인공 나리가 자라온 사과농장의 따가운 여름 볕 아래 익어가는 사과처럼 강렬하고도 산뜻하게 그려낸다. 내 옆에 선 사람의 얼굴을 마주하게 하는 이번 소설은, 외로움이 하나의 수식어가 된 이 시대 많은 독자에게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최은미 작가는 “언제부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새 인물을 구상할 때면 그의 2020년을 먼저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가 그해에 어떤 곳에서 잠들고 어떤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누구와 가장 가까이에 있었고 무엇을 제일 두려워했는지, 지난 3년의 시간이 어떤 무늬로 그 사람의 오늘에 남아 있을지”라고 소설을 집필하게 된 이야기를 밝혔다. 202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여기 우리 마주』에서 출발한 이번 소설은 팬데믹 시작 시기의 감정들을 응축시키고 주인공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끝난 단편에서 충족하지 못한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인물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양아람누리도서관 1층에는 최은미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과 소설 집필 아이디어를 적은 작가 노트가 전시되어 있다.
고양아람누리도서관 1층에는 최은미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소품들과 소설 집필 아이디어를 적은 작가 노트가 전시되어 있다.

신작 『마주』를 중심으로 작가와 독자가 ‘마주 보는 시간’을 가진 이번 북토크에서는 외로움과 두려움의 시간이었던 2020년부터 코로나 지속기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기침만 해도 주변 사람들의 날이 선 시선을 받고 죄인 취급을 받았던 그 시기. 토론 대담형식으로 책의 내용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모두가 책속의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었다. 

작가는 “소설이 풀리지 않고 마감으로 힘든 시기에 나를 갈아먹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완성된 책을 독자들이 읽어 주는 순간 느끼는 행복감으로 문인으로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법정 장면이 중요하게 들어가는 소설을 집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람누리도서관 지하1층에 마련된 '이 계절의 작가' 전시 코너.
아람누리도서관 지하1층에 마련된 '이 계절의 작가' 전시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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