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의 그림책으로 본 세상]

- 『도서관에 간 사자』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

[고양신문] ‘어느 날, 도서관에 사자가 왔어요. 사자는 곧바로 대출 창구를 지나 자료실로 들어갔어요.’

‘도서관에 사자가 왔다고?’ 잠깐 생각해 본다. 도서관에 진짜 사자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소리를 지르겠지? 119에 신고를 하고 사람들을 대피시켜야겠지만 어쩔 줄 몰라 버둥거릴 가능성이 많다. 아니지, 생각해 보면 실제 사자가 우리 도서관에 올 일은 없을 거 같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이 올 수는 있다. ‘도서관을 처음 오는 덩치가 큰 어른’ 또는 ‘도서관에서 소리를 지르는 건 안 된다는 걸 모르는 유아’ 또는 ‘책 읽는 거 말고 다른 걸 하고 싶은 청소년’ ‘장애가 있는 사람’ ‘마음이 아픈 사람’… 맞다. 도서관은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다. 

사실, 세상 모든 도서관이 처음부터 누구나 들어올 수 있던 건 아니다. 도서관이 언제부터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종이’가 없던 시절 아프리카에 있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가장 오래되지 않았을까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생기고 훨씬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까지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왕과 귀족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그다음에는 수도사 같은 종교인들까지만 이용할 수 있었다. 왜 그랬을까? 도서관은 수많은 정보가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책’에 담긴 정보들도 있지만, 그림이나 각종 문서들을 보관했던 곳이 바로 도서관이었다. 그런데, 그런 정보를 왕이나 귀족 또는 종교인 같은 일부 지배계층만 가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럼, ‘누구나’ 들어가는 ‘공공도서관’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생각보다 역사가 길지 않다. 세계 최초의 공공도서관은 1848년에 문을 연 ‘보스턴 공공도서관’이다. 보스턴 공공도서관은 어린이들도 들어갈 수 있었다니 폐쇄적인 도서관 역사를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공공도서관의 역사는 ‘시민’의 탄생과 같이 시작된다. 누구나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도 있고, 문화나 예술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알고 싶고 배우고 싶고 감동받고 싶은 자료들이 가득한 곳. 그게 바로 도서관이니까. 

그림책 『도서관에 간 사자』(미셸 누드슨 글. 케빈 호크스 그림. 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는 어느 날 등장한 사자 덕분에 도서관 문화가 달라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도서관은 ‘사자’에 대한 규칙이 없었으니 사자가 잠을 자도, 새로 들어온 책에 머리를 비벼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 시간이 끝나고 이제 가야 할 시간이라 할 때 사자는 ‘으르렁’ 거리며 울기 시작한다. 관장님은 조용히 하지 않으면 도서관에 있을 수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관장님에게 ‘조용히 하겠다고 약속하면 사자가 다시 와도 되냐?’ 묻는다. 

으르렁거리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 사자는 그 다음날부터 계속 도서관에 온다. 키 작은 아이들을 등에 태워 맨 위 칸의 책을 뽑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고, 꼬리로 책먼지를 털고 관장님 일을 돕는다. 모두가 사자를 좋아하게 되었을 때 사건이 생긴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자가 큰소리로 으르렁 거린 것. 그리고 이 사건으로 사자는 도서관에 오지 않게 된다. 과연 사자는 계속 도서관에 올 수 없을까? 이 뒷이야기는 책에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도서관은 누구나 올 수 있다. 심지어 ‘사자’까지도.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일이 있다. 도서관이 이렇게 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싸움과 희생이 뒤따랐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렇게 탄생한 ‘시민’들과 함께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세워지게 된 거니까. 

이런 도서관이 많아진다는 건 세상이 더 평등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이 많이 사는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이나 어촌, 산촌에도 필요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곳이다. 장애가 있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도,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도.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곳이다. 

“도서관은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에요. 누구에게나 필요한 곳이 도서관이기도 하고요. 얼른 한 번 가보세요.” 

지금 주변을 한 번 둘러보자. 도서관이 궁금한 사자가 보일지 모르니까. 혹시 말을 붙일 수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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