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신지혜]

[고양신문] “군 미필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3년 전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신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윤석열 대통령은 양쪽 시력 차이로 병역 면제됐기 때문이다. 

군 미필인 국민을 모자라게 보는 시각을 여실히 드러내도 군 미필인 대통령에게는 어떤 위협도 되지 않아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할 모양새다. 하지만 그 위험한 시각으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위협을 국민이 경험하고 있다.    

지난 7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피의자는 두 달여 만에 열린 첫 재판에서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에 대한 불만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여성혐오로 인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더 놀랐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트라우마가 더 심해질 것 같다고 말이다. 

법률에 따라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 피해 대상이 됐다. 신체 등급을 매겨 장애가 없는 남성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고 있는 현실을 개인이 바꿀 수 없는데도, 국방의 의무를 둘러싼 젠더갈등이 만연할수록 범죄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무력감이 국민의 몫이 된 것이다.    

헌법에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법률에 따른다는 조항 역시 있다. 병역법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남성에만 병역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병역법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인구 위기 등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에 따라 병역 의무를 구체적으로 시행할 방안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회에서 논의해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국민 모두가 아닌 일부가 지도록 법률이 정하고 있다면, 의무를 다한 이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고, 법률에 따라 의무의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이익이 없게 해야 한다. 헌법은 국방의 의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도 없애기 위한 노력을 국회가 다해야 한다고 역할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정치는 병역 의무를 둘러싼 젠더 갈등을 부추기기 일쑤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성인지 예산 일부를 떼 내서 북핵 위협 막는 데 쓰겠다며 성인지 예산에 대한 가짜뉴스를 기반으로 젠더갈등을 선동했다. 저출생 해법으로 아이 셋 낳으면 병역 면제해 주는 방안을 논의했다가 병역 의무와 여성의 출산을 비교하는 식의 전형적인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논란만 일으키고는 슬그머니 접기도 했다. 성평등과 국방을 대결구도에 가둬두며 젠더갈등을 악화시켜 온 것이 바로 정치였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병역 의무가 없다면 범죄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지옥 같은 현실이 펼쳐졌다. 지난 7월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 정치는 책임이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군 미필자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현실에서 후보자를 지명한 대통령이 군 미필인데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고만 묻는 정치는 국방의 의무를 둘러싼 젠더갈등을 없애기에 너무나 얄팍하다. 

젠더갈등 한복판에서 폭력을 당할까 불안해하는 국민을 구하고 싶다면, 신원식 후보자의 막말과 역사 인식만큼이나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발언도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자격 미달이라는 점을 분명히 짚어야 한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