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자족도시의 미래, ‘지역순환경제’로 해법 찾는다⑥ - 영국 프레스턴

프레스턴의 ‘진보적 조달’ 계획은 침체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외부 다국적·대기업으로 유출됐던 지역의 부가 정책변화를 통해 지역 내에 머물게 됐고 지역기업들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시의회는 나아가 지역의 부를 주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방안으로 민주적 소유권에 기반한 협동조합 설립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Invest Preston 홈페이지]
프레스턴의 ‘진보적 조달’ 계획은 침체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외부 다국적·대기업으로 유출됐던 지역의 부가 정책변화를 통해 지역 내에 머물게 됐고 지역기업들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시의회는 나아가 지역의 부를 주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방안으로 민주적 소유권에 기반한 협동조합 설립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 출처: Invest Preston 홈페이지]

①자족도시 꿈꾸는 고양, ‘대기업 유치’만 해법일까
②지역화폐가 지역순환경제 이끈다 - 인천광역시 ‘인천e음’ 성공사례
③지역순환경제 위한 법제도 제정 가능한가 - 부산시 지역 재투자 조례 
④지역순환경제 활성화 위한 거버넌스 구축 – 울산광역시 동구  
⑤쇠퇴하는 지방도시, 영국 최고의 도시로 거듭나다 - 영국 프레스턴
⑥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프레스턴 시의 노력 – 협동조합, 앵커기관
⑦프레스턴 모델의 성과와 미래
 

[고양신문] 프레스턴의 ‘진보적 조달’ 계획은 침체된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외부 다국적·대기업으로 유출됐던 지역의 부가 정책변화를 통해 지역 내에 머물게 됐고 지역기업들의 성장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프레스턴은 지난 10년간 영국에서 가장 향상된 고용률과 노동여건 개선이라는 지표상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새로운 조달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의회는 몇몇 앵커기관의 수요를 충당하기에 현지 공급시장의 크기가 제한적인 경우를 경험했다. 조달력을 지역 내부로 돌리려고 해도 적합한 공급 주체가 없으면 모두 허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지역의 부가 지역기업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롭게 분배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프레스턴 시의회는 이러한 지역공급망 공백을 더 민주적이고 지역에 밀착된 새로운 사업체들의 성장 기회로 삼았다. 공공계약 입찰에 참여할 지역사업체가 없는 분야에는 협동조합이 그 공백을 메우도록 지원했다. 새로운 분야의 신생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거나 사업체 소유주가 물러날 경우 직원들이 이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협동조합의 성장을 독려했다. 이를 통해 프레스턴 모델의 이론적 기반인 ‘공동체 부 전략(Community Wealth Building)’의 또 다른 핵심 원칙인 ‘민주적 소유권’이 확대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 결과 현재 프레스턴에는 다양한 영역에서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요가 및 웰빙 센터인 만다라(Mandala)와 디지털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프레스턴 디지털 재단(Preston Digital Foundation), 영국 최초의 교육심리학자 협동조합인 링크(Link)등. 이외에도 돌봄, 건설, 교육 분야에서 다양한 조직들이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 전환을 준비 중이다. 영국 프린스턴 두 번째 순서로 프레스턴 모델의 한 축을 담당하는 협동조합들의 사례를 다뤄본다.  
  

만다라 요가웰빙 협동조합 공간을 소개하고 있는 Emma Lowther.
만다라 요가웰빙 협동조합 공간을 소개하고 있는 Emma Lowther.

 

요가 프로그램으로 주민 건강복지 기여 -만다라 요가웰빙 협동조합
프레스턴 시내 중심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만다라 요가웰빙 센터. 단순히 요가수업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을 위한 요가 심리치료와 물리치료, 상담 프로그램, 커뮤니티 활동 등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이곳은 5개월 전 협동조합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엠마(Emma Lowther)씨는 2017년부터 요가를 통해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돌보는 사업모델을 구상했다고 한다. 당시 NHS(영국 종합 의료보건서비스) 실무진과 토론회 등을 통해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기부금 모금을 통해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해나갔다. 엠마 대표는 “예전에 대기업과 정부 지원을 받아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요가클래스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 성과가 매우 좋았다”며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고립된 사람들이 느끼는 정신질환문제가 더 심각해졌는데 함께 요가수업을 받으면서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하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요가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만다라 요가교실 협동조합은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요가수업도 운영한다. 경제적 조건이 어려울수록 고립감이나 불안장애, 우울증 등을 더 많이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편하게 이곳을 방문해 함께 요가도 배우고 대화를 나누면서 사회적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공공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엄연히 영리사업체이기 때문에 정부나 시로부터 지원받는 지원금은 난방비 일부가 고작이다. 엠마 대표는 “주 3회로 진행되는 일반 클래스에서 수익을 충당하기 때문에 무료 강의운영에 큰 문제는 없다”며 “요가수업이 대부분 고가로 운영되는데 우리 목표는 저소득 계층도 유료회원과 차별없이 동일하게 질좋은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가수업 클래스 일정이 적힌 보드

 

만다라 협동조합은 프레스턴 모델에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시의회로부터 직접적인 보조금 형태의 지원을 받고 있지는 않다. 엠마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굉장히 올드한 발상’이다. 그보다 프레스턴 모델이라는 ‘거대한 우산’을 통해 협동조합과 지역사업체 간의 연대와 협력이 강화되는 생태계가 조성되고 모두가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일종의 ‘공통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생태계 구축은 협동조합 성장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엠마는 “물론 시의회의 계획에 참여한 뒤 UCLan(센트럴랭커셔 대학교) 등으로부터 요가수업 관련 일거리들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생각해보면 이러한 부분들이 진보적 공공조달 계획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 같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엠마 대표는 협동조합 방식이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시장과 정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엠마는 “과거 NHS에서 이러한 사업을 운영해봤지만 관료주의적 장벽 때문에 수요자들을 연결하거나 그들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웠는데 지역공동체에 뿌리내린 협동조합은 이러한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그리고 우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면 결과적으로 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이 되기 때문에 유료수업 참여자들도 사업 취지에 기꺼이 공감하고 만족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레스턴 디지털 재단 협동조합 로고
프레스턴 디지털 재단 협동조합 로고

협동조합 통해 지역대학 졸업생 고용해결 나서 -프레스턴 디지털 파운데이션
프레스턴 디지털 파운데이션(Preston Digital Foundation, 이하 PDF)은 프레스턴과 랭커셔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자 소유 기반의 디지털 분야 프리랜서 협동조합이다. 프레스턴과 인접한 멘체스터는 영국 내에서도 런던 다음가는 대규모 IT허브도시로 UCLan을 비롯한 프레스턴 소재 대학 졸업생의 상당수는 이곳 글로벌 대기업으로의 취직을 희망한다. 하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취업문 또한 매우 좁기 때문에 대다수의 졸업생들은 불안정한 프리랜서 형태의 일자리로 혹사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프레스턴 디지털 재단 창립자이자 비즈니스 이사를 맡고 있는 Mark Porter
프레스턴 디지털 재단 창립자이자 비즈니스 이사를 맡고 있는 Mark Porter

 

PDF 창립자이자 UCLan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마크포터(Mark Porter)는 이처럼 개인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거나 원하는 직업을 구할 수 없는 지역대학 졸업생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인재들을 머물게 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말한다. 마크포터는 “이곳 학생들은 혼자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가기에는 훈련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불안정 노동에 착취당하지 않도록 하이퀄리티의 일감을 연결하고 제대로 된 급여를 지급하는 고용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곳 협동조합은 웹디자인 및 개발,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IT분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용된 졸업생들은 많게는 다른 일반 프리랜서 학생들의 두 배에 달하는 생활임금 이상을 받고 있다. 

PDF는 넉넉한 급여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에게 직업역량 강화훈련 기회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으로 참여한 학생이 어떤 분야의 일을 원하는지 확인하면 이에 적합한 프로젝트를 매칭할 뿐만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 멘토까지 함께 배정한다. 마크는 “우리 협동조합의 또 다른 목표는 학생들이 기술, 기회 및 시장 가치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전문개발 및 멘토링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모델은 기존의 대기업 중심 비즈니스 형태와는 달랐기 때문에 마크는 일하는 사람들이 직접 사업체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협동조합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마침 프레스턴에서 추진되고 있던 프레스턴 협동조합 개발 네트워크(이하 PCDN)를 알게 됐고 이러한 협동조합 형태가 프레스턴 모델과 어떻게 부합하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PCDN은 Open Society Foundation기금을 통해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PDF에 제공했고 이러한 지원은 실제로 협동조합 운영모델을 구축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됐다. 

PDF협동조합 학생들이 제작한 포트폴리오를 모아놓은 홈페이지. 

 

PDF는 현재 프레스턴 모델에 적극 협력하며 협동조합 간의 지원 연대를 통한 공동체 자산 구축 및 복지 증대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출액의 10%를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에 보탤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프레스턴의 다른 협동조합을 지원하고 나아가 노동자 협동조합을 전통적 민간회사와는 다른 윤리적이고 공평하고 탄탄한 대안적 사업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프레스턴 협동조합 지원 네트워크 이미지(출처: PCDN 페이스북 계정)
프레스턴 협동조합 지원 네트워크 이미지(출처: PCDN 페이스북 계정)

 

협동조합 확대해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프레스턴 협동조합 지원 네트워크
프레스턴 모델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는 지역의 가장 큰 대학교인 UCLan과 시의회와의 전략적 제휴다. 2013년 UCLan의 사회혁신 책임자 줄리언 맨리(Julian Manley) 박사가 주최한 공개 심포지엄에 몬드라곤의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 연합 대표자의 발표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프레스턴 시의회 메튜 브라운 의장이 협동조합에 막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기로 당시 토론회를 거치며 시의회와 UCLan은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협업에 돌입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2018년경 프레스턴 협동조합 개발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기구인 PCDN(Preston Cooperative Development Network)이 출범했다.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된 이 네트워크는 기존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새로 설립을 준비하거나 기존 기업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사람까지 한 곳에 모아 교육훈련과 능력계발, 법률서비스 등 실질적인 지원과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소개된 만다라와 PDF 모두 협동조합 설립과정에서 PCDN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UCLan(센트럴랭커셔대학교) 캠퍼스 중심부에 최근 완공된 학생회관. 맞은편에는 3500만 파운드 규모의 엔지니어링 혁신 센터(EIC)가 건립됐다. 새롭게 조성된 대학캠퍼스는 학생, 교직원 및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UCLan(센트럴랭커셔대학교) 캠퍼스 중심부에 최근 완공된 학생회관. 맞은편에는 3500만 파운드 규모의 엔지니어링 혁신 센터(EIC)가 건립됐다. 새롭게 조성된 대학캠퍼스는 학생, 교직원 및 지역 사회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새롭게 조성된 UCLan 캠퍼스 전경. [사진출처= Invest Preston 홈페이지]
새롭게 조성된 UCLan 캠퍼스 전경. [사진출처= Invest Preston 홈페이지]

 

PCDN에서 일하고 있는 존 에서턴(John Atherton) 협동조합 컨설턴트에 따르면 현재 프레스턴 내에서 함께 하는 협동조합 수는 30여 개. 현재 준비 중인 곳까지 합하면 40개가 넘는다. 이중 새롭게 지원하는 10개의 협동조합은 모두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표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 지원을 위해 직접 공예품을 생산판매하는 협동조합, 파티나 웨딩행사에 음식서빙을 제공하는 케이터링 서비스 협동조합, 재생에너지 협동조합, 푸드뱅크 협동조합 등이 있다. 이중 PCDN과 시의회가 가장 주목하는 협동조합 중 하나는 지역 건축기술자 협동조합인데 은퇴한 지역 건축기술자들이 훈련경험이 부족한 젊은 기술자들을 멘토링하면서 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하는 모델이다. 대형 건설업체와 달리 지역주민들에게 적합한 공사를 진행하고 사회적 가치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높다. 

PCDN은 세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사회 문제에 대해 직접 해결에 나서는 것. 두 번째는 시의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도시정부 재원을 그러한 이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마지막으로 프레스턴 내 협동조합들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존 에서턴은 “프레스턴은 영국 내에서 시의회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제대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내건 거의 유일한 도시”라며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변화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이야기했다. 

PCDN에서 일하고 있는 John Atherton 협동조합 컨설턴트. 프레스턴에 오기 전 영국 협동조합 연맹(Co-operatives UK)에서 15년간 일해온 협동조합 전문가다. 
PCDN에서 일하고 있는 John Atherton 협동조합 컨설턴트. 프레스턴에 오기 전 영국 협동조합 연맹(Co-operatives UK)에서 15년간 일해온 협동조합 전문가다. 


PCDN에 합류하기 전 전국조직인 영국 협동조합 연맹(Co-operatives UK)에서 15년간 일해왔다는 존 에서턴은 협동조합이 단순히 사회적 가치뿐만 아니라 기업모델로서도 충분한 강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얼마 전 협동조합 연맹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협동조합이 다른 사업모델에 비해 생존율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사회적기업에 비해 협동조합은 지역 커뮤니티에 착근하고 있고 조합원들의 민주적 소유라는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경제위기 여건 속에서도 회복력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최근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에 주목하고 있는데 소비자협동조합의 경우 여전히 노동자들이 피고용인으로 남기 때문에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존 에서턴은 “영국 내에서도 노동자 소유 협동조합의 수는 아직 400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이 늘려야 할 과제가 있다”며 “프레스턴 모델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해 PCDN은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시의회와 협동조합 간의 조정자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존 에서턴은 “아무래도 정책결정자는 공식적인 데이터나 성과를 중시하고 선거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톱다운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현장의 협동조합들은 실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서로 간의 견해 차이를 중간에서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PDF 설립자인 마크 포터는 “아직 서로의 목표와 이해관계가 완전히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각 주체들이 단 하나 확실하게 동의하는 부분은 지금의 프레스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끊임없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마음을 모아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더 많은 변화와 참여를 위해 보다 확실한 협동조합 성공사례가 나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프레스턴 시내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레이튼스트리트 여행자 구역. 약 75명의 아일랜드계와 일부 스코틀랜드 출신 주민들이 카라반이나 조립식 주택 등을 지어 살고 있다. 


'무허가 주택지역'을 주민 스스로 운영관리 -레이튼스트리트 협동조합
민주적 소유권에 기반한 협동조합은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한다. 프레스턴 시의회가 쫓겨날 위기에 놓인 '무허가주택단지' 주민들을 위해 작년 이곳 부지를 매입하고 협동조합을 설립해 스스로 관리·운영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레이튼스트리트 협동조합’ 사례가 대표적이다.   

프레스턴 시내에서 차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레이튼스트리트 여행자 구역' (Leighton Street Traveler Site)는 약 75명의 아일랜드계와 일부 스코틀랜드 출신 주민들이 카라반이나 조립식 주택 등을 지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1980년대부터 주민들이 정착해 살고 있었지만, ‘여행자 구역’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동안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랭커셔 주 의회(Lancashire County Council)에 의해 내몰릴 위기에 처해있었다. 이곳 주민이면서 현장소장을 맡고 있는 존 가빈(John Garvin)은 “당시 보수당이 집권했던 랭커셔 주의회가 이곳 부지를 일방적으로 팔기로 결정했고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았다”며 “뒤늦게 이 사실을 접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87%이상이 부지매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우리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프레스턴 시의회는 현장을 방문했고 주민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 매튜 브라운 의장은 문제해결을 위해 프레스턴 시의회가 이곳 부지를 매입한 뒤 주민 스스로 협동조합을 통해 운영관리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것은 프레스턴이 추진해온 ‘공동체 부 구축’ 전략과도 일치하는 부분이었다. 

동네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
동네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아이들

 

2019년 오랜 협상 끝에 랭커셔 주 의회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프레스턴 시의회는 이곳 주민들에게 협동조합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존 가빈은 “사실 이곳 주민들이 수십 년간 함께 살았지만 유대감이 강하지도 않았고 시의회에 대한 불신도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협동조합 제안이 내키지 않았다”며 “하지만 문제해결 과정에서 매튜의 도움이 매우 컸고 진정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하게 됐다”고 전했다.  
 
프레스턴 시의회의 지원도 이어졌다. 그동안 무허가주택단지로 방치됐던 이 지역에 33만7000파운드를 투자해 전기와 배관 등 인프라 개선공사를 진행했다. 존 가빈 현장소장 외 4명의 디렉터가 일하고 있는 이곳 협동조합은 마을관리를 담당하면서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비용은 원래 시의회에 지불해야 할 토지임대료를 협동조합이 받아서 해결하는 구조다. 

이곳 주민이면서 협동조합의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John Garvin
이곳 주민이면서 협동조합의 관리소장을 맡고 있는 John Garvin

 

쫓겨날 뻔했던 동네에서 안정적인 주거권을 되찾고 이제는 미래에 대한 계획까지 세울 수 있게 됐다는 가빈씨. 마지막으로 프레스턴 모델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어봤다. 

“한국뿐만 아니라 폴란드나 벨기에 등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이야기를 듣고 갔어요. 이러한 관심들이 프레스턴이 추구하는 이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기에 동참한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진: 윤상근 전문기자
통역: 홍다솜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금융지리학 박사과정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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