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재두루미 밥값 모을 궁리하고
SNS로 실시간 동시다발 모니터링하고
흥미·영감 주는 다양한 아이디어 톡톡

10월 말 한강하구를 찾아온 재두루미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10월 말 한강하구를 찾아온 재두루미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에피소드① 재두루미 식권

“재두루미가 하루 세끼 먹는 볍씨를 살려면 얼마면 될까요?”
파주 공릉천 친구들에서 이런 문의를 해왔다. ‘재두루미 식권’을 발행하여 시민들이 대신 밥값을 지급해 주는 운동을 하려고 한단다. 이왕 받은 질문이니 제대로 계산해 보자. 재두루미가 월동기에 하루 동안 먹는 볍씨량은 학자들에 따르면 대략 300g 정도이다. 볍씨 1g은 도정한 쌀 0.72g 정도에 해당하니, 쌀로 보면 216g이다. 2023년 고양시 가와지쌀 평균 쌀가격은 10kg당 47,000원 정도이니 kg당 4700원이다. 이렇게 계산하니 대략 1000원 정도이다.

보통 재두루미들은 부모와 새끼 1마리로 가족을 구성하니, 재두루미 1가족(3마리)의 1일 식권은 대략 3000원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에 도시민들 1만 명이 재두루미식권 1장씩만 구매해 준다면 겨울철 3개월 동안 월동하는 재두루미 300마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 볍씨 300g × 0.72(1g의 볍씨를 도정한 후 쌀의 무게) = 쌀 216g
- 4.7원(쌀 1g의 평균가격) × 216g = 1015원 

공릉천 하구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공릉천 하구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이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좀 더 가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 동안 먹는 쌀은 2022년 기준 평균 57kg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기 소비량은 그보다 1kg이 많은 58kg이란다. 밥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서구형으로 식생활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이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 쌀소비량은 대략 159g (58kg ÷ 365일 = 0.1589kg)으로 재두루미보다 적게 소비하는 셈이다. 이쯤이 되니 차라리 남는 쌀을 재두루미와 같이 쌀이 있어야 하는 생명에게 돌려주자는 생각이 든다. 논의 존재가치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계에서 찾아야 한다. 

장항습지 재두루미 가족.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재두루미 가족.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에피소드② 재두루미 떴다방

“재두루미가 우리 집 마당 위를 날아가요.”
겨울철새 도래 시기가 되면 SNS 대화방이 연신 울려댄다. 여기저기서 재두루미가 떴다고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예전 같으면 전문가들이 어디에 몇 마리라고 준엄(!)하게 올릴 터인데 요즘은 깃털처럼 가볍게 소식들을 올린다. 실시간으로 소식을 전하니 그때그때 감동도 그대로 전해진다. “재두루미가 여주 하천에 왔어요? 와우!” “주남저수지 논에도 왔어요.” “일본에는 올해 좀 늦게 도착했대요.”

그러고 보니 장항습지에 보통 10월 20일경에 오던 재두루미가 올해는 한 주일가량 늦게 도착했다. 10월 말 기준으로 실시간으로 올라온 한반도 재두루미 수를 세보니 5252마리다. 전세계에 알려진 공식 개체수를 넘어섰다. 이렇게 스마트폰과 SNS 대화방으로 무장한 시민과학자들은 소수의 전문가들로는 엄두도 못 낼 ‘실시간 공유형 동시센서스’를 하고 있다. 소위 ‘재두루미 떴다방’ 이다. 이렇게 올겨울 한강하구와 서부민통선 지역에 월동하는 재두루미 개체수를 모니터링하면 현존 개체수를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재두루미식권을 미리 준비하였다가 이에 맞게 먹이를 공급하면 매우 ‘과학적’인 관리가 될 것이다. 

장항습지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장항습지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아이디어③ 재두루미 식당 

기왕 월동기 3개월 동안 ‘재두루미식권’과 ‘재두루미떴다방’을 운영한다면, ‘재두루미식당’을 고양, 김포, 파주 3곳에 각각 하나씩 차려보자. 고양에는 장항습지 논에, 파주에는 공릉천하구 논에, 김포에는 후평리 논에 각각 분산하여 멋지게 상차림을 해보자.  

스위스 열기구 탐험가이자 태양전지 비행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베르트랑 피카르(Bertrand Piccard) 솔라 임펄스 재단(Solar Impulse Foundation) 회장은 지난 10월 국제자연보전연맹 회의에서 이런 연설을 했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기존 방법을 벗어나 흥미와 영감을 줄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연설 일부를 옮긴다. 

“환경보호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설득하고, 영감을 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환경보호 활동이 희생을 요구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지루하고, 위협적인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보다, 흥미롭고 경제성이 높으며 새로운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망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한동욱 에코코리아 이사

최근 모 방송사에서 환경다큐멘터리를 예능과 코미디를 결합한 환경코믹다큐로 선을 보였다. 기획은 통통 튀는 MZ 세대의 젊은 PD들이 맡았다. 제목도 신선하고 내용도 기발했다. 사회적으로 예민한 환경생태문제를 젊은 청춘들의 눈으로 들여다보니 재미있었다. 아마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라면, 올겨울 재두루미 식권과 재두루미 식당, 재두루미 떴다방은 성공적이지 않을까.

베르트랑 피카르.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베르트랑 피카르.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김포 후평리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김포 후평리 먹이터. [사진제공=에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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