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초대글> 10월 26일~11월 5일,  CN갤러리 

나는 충남 공주의 소문난 서당집, 유가의 가문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유독 자연을 좋아해 늘 집주변의 들과 산, 강과 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재학시절이었던 1981년 여름 공주의 금강에서 시작된 “야투(野投)”의 창립전에 ‘물에서 뭍으로’라는 퍼포먼스를 발표하며 회원이 되었으며, 이후 오늘날까지 한국자연미술운동의 기수가 되었다.

 야투에 의해 시작된 금강 유역의 ‘자연미술운동’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독일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지역에 전해져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유수의 미술제에 참가하고 잡지에 소개되었으며, 1989년 함부르크시와 대학의 지원을 받아 첫 해외전시(YATOO aus Korea)를 독일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이 전시는 일간지 문화면 톱을 장식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자연미술운동 국제화를 견인하였다.

 간헐적 국외 활동을 이어오던 중 2000년대 특히 2014년 교직을 떠난 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자연 속 미술 연구를 계속하였다. 이 기간 야투가 야심차게 추진한 “세계예술유목계획(GNAP/Global Nomadic Art Project)”의 총감독을 맡아 인도(2015년), 이란(2016년), 유럽 7개국(2017년/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독일, 프랑스, 리투아니아, 튀르키에)을 각각의 나라마다 2~3회씩 사전 방문하여 이 계획을 홍보하고 끝내 받아들여 예술유목이 전 세계로 퍼져가도록 노력하였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예술유목이 더 많은 나라로 확대될 수 있는 교두보가 되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 기간 외부 활동이 불가능해진 기간 미루어 두었던 자연미술의 이론화 작업에 착수하여 한국자연미술운동의 예술적 철학적 함의를 밝히고 한국자연미술운동 역사를 정리하던 중 충남갤러리의 초대를 받아 최근 작업을 포함한 43년 자연미술작업의 아카이브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특별히 이 전시의 주제를 “서식지로서의 자연, 인간과 자연의 해방”이라고 명명한 것은 오늘날 지구환경이 더욱 심각한 재앙적 상황까지 왔음에도 우리의 삶의 방식은 이를 외면하고 있으며, 게다가 전쟁의 먹구름은 우리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이 지구는 곧 우리가 살 수 없는 땅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경우라도 자연의 질서를 무너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순응한다. 인지가 아무리 발달하고 새로운 도구가 등장하더라도 자연의 질서는 바꿀 수 없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 자연의 이법(理法)을 바꾸려 들면 가공할 위기 앞에 서게 될 것이다. 
나는 자연미술을 연구하는 한 예술인으로서 이러한 위기 앞에 한없이 무력한 존재임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위기로부터 자연과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나의 자연미술은 “인식과 깨달음에 근거한 중간지대”라고 본다. 즉 완전한 자연도, 완전한 창작도 아니란 말이다. 양자를 포용하는 중간지대인 것이다. 이 점이 창작예술로서의 다른 미술과 확연히 다른 부분이다. 따라서 자연현장의 작업은 이미 자연이 어느 정도의 미적 상태에 도달해 있음을 인지하고 깨달음으로서 작가는 자연이 주는 미적 언어를 타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약간의 부연 설명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자연과 내가 대등한 입장에서 협업을 통해 목적을 이루었다 인식한다. 그래서 나는 자연과 동행하는 것이다. 결국 대자연은 거대한 생명체와 같으며 함께 살아갈 우리의 이웃 또는 친구라는 생각이다.

 자연 현장의 내 작업에 대한 최초의 유일한 감상자는 늘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언제나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작업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다. 정말 드물게는 나를 매우 감동시키는 작업을 만난다. 큰 울림이 있는 작업은 그 여운이 며칠씩 지속되기도 한다. 나는 정말 좋은 작업은 인성과 신성의 접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접점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자연과 우주의 작용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글 작가 이응우

이응우 작가 약력 
-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 회원
-세계예술유목 총감독 역임(2014~2018)
-자연미술연구 43년
-미술교사 3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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