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포커스 – 섭식장애(굶주림과 감정)

몸매에 대한 비정상적 강박증
여성·10~20대 젊은 층 흔해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중요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전형적 섭식장애까지 포함하면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이 최대 9%에 이르고 우리나라에도 약 200만명의 환자가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라며 “환자 자신의 회복을 위한 용기와 확고한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그 환자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이해심과 인내심도 꼭 필요한 요소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 일산백병원]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전형적 섭식장애까지 포함하면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이 최대 9%에 이르고 우리나라에도 약 200만명의 환자가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라며 “환자 자신의 회복을 위한 용기와 확고한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그 환자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이해심과 인내심도 꼭 필요한 요소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 일산백병원]

[고양신문] 섭식장애란 먹는 행동과 관련해서 부적응적 증상들이 나타나서 개인의 신체적 건강과 심리·사회적 기능을 심각하게 손상하는 정신장애다. 날씬한 체형이나 몸무게가 느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자신의 몸매에 대해 실제와는 다르게 왜곡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주로 여성과 10~20대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있고, 우울증과 불안과 같은 다른 정신건강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섭식장애 환자가 최근 5년간 49.9% 증가하면서 진료비가 58.8% 증가한 가운데, 여성 환자가 80.9%로 남성 환자보다 4.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직접 참고인으로 출석해 섭식장애 증상의 위험성과 비약물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급여 적용 필요성을 주장했던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지난달 24일 고양시민을 대상으로 ‘섭식장애의 이해-굶주림과 감정’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비전형적 섭식장애까지 합치면 섭식장애의 유병률은 최대 9%까지 되지만, 치료과정 자체는 정서적 회복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 김 교수의 이날 특강 내용을 요약했다.

섭식장애 유병률은 최대 9%
섭식장애란 심리적 불안을 떨치기 위해 음식이나 체중, 몸매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는 강박증이다. 거식증이라고 불리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나 식욕조절이 안 되는 신경성 폭식증, 폭식장애 등이 있는데, 거식증은 이미 17세기부터 인식되기 시작한 질환으로 완벽주의나 자폐 스펙트럼과 공유되기도 한다. 

폭식증은 1950년대 이후 서구화된 여성의 질환으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음식을 먹어대는 폭식 행동과 이로 인한 체중의 증가를 막기 위해 구토 등의 보상행동이 반복되는 경우를 말한다. 

폭식장애는 폭식 행동으로 고통을 느끼면서도 구토, 설사제, 이뇨제, 관장제 남용 등의 보상행동을 빈번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데, 2013년에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는 이 폭식장애도 정식 질환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비만 역시 정신질환이라는 연구가 있을 정도로 섭식장애는 다양한 범위를 포괄한다. 

역학적 유병률을 살펴보면 남성보다 여성에게 크게는 3배 이상 더 나타나고, 비전형적 섭식장애까지 포함하면 섭식장애 평생 유병률이 최대 9%에 이르고 우리나라에도 약 200만명의 환자가 앓고 있는 흔한 질병이다.

‘섭식장애의 이해-굶주림과 감정’ 특강 참석자들이 김율리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 일산백볃원]
‘섭식장애의 이해-굶주림과 감정’ 특강 참석자들이 김율리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 = 일산백볃원]

만성 스트레스나 우울증도 유발
인간의 뇌는 신경가소성, 새로운 학습이나 신경 연결, 시냅스 강화 등 기본적인 활동을 위해 하루 평균 500kcal의 열량이 필요하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모두 뇌의 역할이다. 그런데 저체중·저열량의 거식증 환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폭넓은 감정을 표현할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게 된다. 

신경성 식욕부진으로 기아 상태가 되면 자신을 고립시킴으로써 각종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다 보니 신경가소성이 감소하면서 경직된 사고를 하게 돼 사고능력과 사회적 인지능력이 떨어진다. 거식증 환자가 고립감을 느끼거나 만성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빠질 위험성이 커지는 이유다. ‘곳간에 인심 난다’라는 속담처럼 우리 뇌도 충분한 열량이 있어야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감정도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다. 이처럼 기아와 뇌 기능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보면 된다.

가족의 보살핌과 지원 중요
섭식장애를 치료할 때 특히 가족의 보살핌과 지원은 치료와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잉보호하거나 화내는 것도 문제고 무관심 혹은 섭식장애가 있는 자녀는 물론 부모인 자신까지 비관에 빠지는 유형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 가장 바람직한 유형은 침착하고 자상한 지도자형이다. 따뜻하게 곁을 지키며 자상하고 부드럽게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하면서 적절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과정에서 당사자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중 특히 섭식장애 환자들의 자살률은 매우 높은 심각한 병이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만 받는다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다. 섭식장애는 약물치료만으로는 교정이 어렵고 반드시 비약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섭식장애는 영양적 요소와 정서적 문제가 결합해서 나타난다. 환자 자신의 회복을 위한 용기와 확고한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그 환자를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이해심과 인내심도 꼭 필요한 요소다. 친절하고 행복한 기분전환 활동을 통해 섭식장애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면 시간은 좀 걸릴지라도 충분히 섭식장애를 극복해낼 수 있다.

[김율리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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