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방학

송원석 문산고 교사
송원석 문산고 교사

[고양신문] 2학기 시작과 함께 태국 소년 B가 우리 학교로 전학을 왔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우리나라에 먼저 와서 일을 하고 계셨고 이번에 두 자녀가 모두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우리 반 전학생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3번 사회 수업 시간에 B를 만납니다. 우리말을 전혀 하지 못해서 수업에 어떻게 참여시킬지 학교 차원의 고민이 많았습니다. 방과 후에 센터 등을 통해 우리말을 조금씩 배우고 있지만, 하루 7시간의 수업이 소년에겐 벅차 보였습니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있어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은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교육청에서 바로 학생의 의사소통 지원을 위한 예산을 신청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습니다. 예산은 300만 원, 반드시 2학기가 끝나기 전에 써야 하고 용도는 강사비였습니다. 담당 부서 교사는 태국 학생에게 수업과 관련된 우리 말을 가르쳐 줄 강사를 찾아보았지만, 결국 실패하였고 예산을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예산만 내려보내고 실행은 학교에서 알아서 하는 방식이 늘 학교 자율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관련 경험을 가지고 계신 분을 알게 돼서 내년에 바로 예산을 신청하자고 담당 교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담임 교사도 B의 수업 도우미 학생을 선정해 주었고 그렇게 태국 소년 B는 학교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학교에 필요한 건 분업이 아니라 협업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질문하고 대답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사회 수업 시간에 B를 어떻게 참여하게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영어로 대화하기에 B보다는 저에게 더 문제가 많았고^^. 결국 통역 어플을 사용했습니다. 우리말을 태국어로 번역해서 B에게 보여주면, B는 저에게 태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하여 소통했습니다. 텍스트는 뉘앙스를 담지 못하니 표정으로 맥락을 보충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소통을 시작했고 무사히 수행평가와 발표 수업을 마쳤습니다. 누구보다도 막막했을 시간을 견뎌주고 이제는 평생 인연이 되어줄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발표한 그 순간, 교실엔 박수와 환호가 가득했습니다. 용기를 내준 B도 마음으로 화답해준 학생들도 저에겐 스승이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포용하고 받아준다고 하나요? 서로 존재하고 함께 할 뿐.

태국에서 전학 온 B군이 작성한 수행평가보고서.
태국에서 전학 온 B군이 작성한 수행평가보고서.

이제 남은 과제는 태국어로 작성한 B의 수행평가 보고서와 역시 태국어로 발표한 영상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습니다. 매일 진화하는 번역 어플의 도움을 받고 올해 태국 국제학교에서 3년간 근무하고 복귀한 동료 국어 교사의 도움을 받으면 되니까요. 배움은 서로 배울 때 오래 남고 힘이 세지는 법입니다. 세계 시민이 서로 되어가는 우리가 좀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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