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중단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은? 

경기도평생마을 특화모델로 2014년 개관
시, 일방적 미운영통보…“이렇게 끝나나”
11월 2일 수강생‧강사‧주민 ‘뷰티풀 안녕’

원당마을행복학습관 10년을 기억하는 '뷰티풀 안녕' 참가자들이 행사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원당마을행복학습관]
원당마을행복학습관 10년을 기억하는 '뷰티풀 안녕' 참가자들이 행사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제공=원당마을행복학습관]

[고양신문] 2013년 10월 고양시 원당지역에 유치가 결정된 이후 10년, 2014년 4월 개관 후 운영 9년차를 맡게 된 원당마을행복학습관. 고양시가 9월 1일 운영담당자와 법인인 고양마을포럼에 2024년 미운영 방침을 공식 통보함에 따라 올해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됐다. 
지난 2일 원당마을행복학습관에서는 마지막 운영을 알리고, 10년을 기억하는 ‘뷰티풀 안녕’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 명의 수강생, 주민들과 이재준 전 고양시장, 임홍열 고양시의원, 신정현 전 경기도의원, 윤용석 전 고양시의원, 윤주한 고양마을포럼 이사장, 전성원 두리치과 원장 등 내외빈들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작은연구 ‘공론의 장’ 발표도 겸하는 자리였다. 

올해 작은연구 공모사업으로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을 대상으로 한 ‘지역커뮤니티공간의 지역자산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선정돼 그 결과보고회가 1부 행사로 진행됐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는 김강산 담당자가 참석했다.

윤주한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원당마을행복학습관]
윤주한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원당마을행복학습관]

2부 행사는 윤주한 고양마을포럼 이사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경숙, 나은경, 오미숙 등 강사들과 수강생들이 직접 수업을 소개했다. 산책길 수업을 진행했던 김경숙 강사는 “원당학습관이 지역 사랑방으로 주민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주민들과 함께 고양시를 산책하며 나 자신도 너무 행복했다”며 “일방적인 운영 중단 소식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젊었을 땐 열심히 살았는데 은퇴하고 자식 다 키우고 나니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무용지물이 된 기분이었어요. 집에서 누워 있자니 답답해서 하루종일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다 오기도 했지요. 행복학습관을 다니고부터 하루하루가 즐거워졌어요.”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수강생들이 2023년 평가서에 적었던 이야기였다. 학습관 개관 이후부터 강사로 참여해왔던 생태숲 강사 나은경씨는 스스로를 또 한 명의 ‘운영주체’라고 이야기했다. 나씨는 수강생들과 함께 생태강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역시 초기부터 수강생과 심리상담 강사로 참여했던 송혜란씨는 학습관 참여를 계기로 활발한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수채화수업을 진행한 오미숙 강사는 “처음엔 다들 어려워하셨는데 너무 진지하게 수업에 참여하시고, 끝나고 수다를 떨면서 위로하는 시간들이 저에게도 너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원당행복학습관에서 각자 도생하던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 청년공동체를 만드는 운동을 시작했다. 사람도서관 리드미, 꿈의학교 비밀기지, 마을언론 라됴미, 청년기본조례 제정운동 등 다양한 목적의 공동체가 조직되었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들을 맘껏 할 수 있었다. 원당행복학습관은 평생학습을 통해 시민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시민 스스로가 꿈꾸고 도전하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었다.”
전 신정현 도의원도 갑작스런 운영중단에 아쉬움을 전했다.    

'뷰티풀 안녕' 참가자들은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을 중심으로 한 그동안의 활동을 이야기하며 추억과 아쉬움을 나눴다. [사진제공=원당마을행복학습관]
'뷰티풀 안녕' 참가자들은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을 중심으로 한 그동안의 활동을 이야기하며 추억과 아쉬움을 나눴다. [사진제공=원당마을행복학습관]

2014년 첫해 16개 프로그램에 221명이 수업을 들었던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은 2022년 기준 28개 프로그램에 수강생 700여명, 연인원 3060명이 오고가는 지역의 커뮤니티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은 2014년 4월 9일 개관했다. 2013년 경기도가 지정해 고양시와 공동운영하게 된 원당마을행복학습관도 주민자치,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컨셉트가 시도된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됐다. 경기도평생마을 특화모델인 경기행복학습마을 13번째 기관이었다.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은 뉴타운4구역 사업이 추진되면서 첫 부지가 사라져 임시 건물로 이전했다. 원당역 인근에 원당도서관과 함께 임시 부지로 이전하면서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은 새로 건설된 원당복합커뮤니티센터 내 주요시설로 입주할 예정이었다. 원당복합커뮤니티센터는 성사동에 지하1층~지상5층 규모로 2026년 6월 개관될 예정이다. 2021년 정부 생활 SOC복합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될 당시에는 원당도서관, 건강가족지원센터, 드림스타트센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 사회보장협의체, 사회복지협의체, 경로당 등과 함께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이 주요 시설로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2023년 갑자기 학습관과 5개 시설은 제외됐고 고양시는 이에 대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또한 고양시는 “최근 원당지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원당4구역이 2024년 6월 준공을 앞두고 있는 등 지역 여건이 개선되고 있고”, “인근에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사 중복시설이 다수 있으며, 대부분이 유료로 진행돼 행복학습관의 무료 프로그램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운영을 통보했다. 
“무료 프로그램과 공간 제공,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서비스 모두 주민들의 동의보다는 공공의 필요성에서 출발했지만 실제 그 목적을 이루며 공간을 지역의 또 하나의 주체, 지역자산으로 만든 것은 이용자, 주민들이었다. 또한 본 연구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걸음씩 걸으며 어렵게 쌓아올린 주민 의식, 역량강화, 건강한 거버넌스가 정치의 이해, 공공기관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좌절되어서는 안된다.”

2023년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작은연구 ‘갈등 지역 커뮤니티 공간의 주민 참여와 지역자산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연구’의 결론이다.   
2일 마지막 행사에 참석한 수강생, 주민들은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의 일방적인 운영 중단을 안타까워하며 자발적인 형태로라도 수업을 지속하고, 공동체를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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