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비슷한 거 하는 M세대의 글쓰기

[고양신문] 고양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와 라디오 극본을 쓰고, 얼마 전에는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라는 글쓰기 책을 출간한, 김수지라고 합니다. SNS에는 ‘노파’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쓰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저처럼 예술 비슷한 것을 하는 M세대의 생활과 글쓰기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해 이 칼럼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한편으론 유쾌하고 한편으론 애잔한, 예술가 호소인의 쓰는 일상으로 시민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럼 대망의 첫 번째 에피소드로, 얼마 전에 경기문화재단 보고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공공기관에서 주최하는 예술 사업도 종종 하는데, 최근에는 경기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었습니다. 이렇게 지원을 받은 예술가들은 재단에 와서 사업 내용을 보고해야 합니다. 

[이미지제공=김수지]
[이미지제공=김수지]

그런데 재단에서 보낸 안내 메일에 ‘18인의 예술가들이 모일 거다’라고 쓰인 문장을 보고 어쩐지 좀, 남사스럽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이 간 동화 작가님께서 “우리 예술가들이”라고 운을 뗐을 때 괜히 찔려서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전 아닌디요…”라고 했던 겁니다.

왜 아니냐는 작가님의 질문에 “저는 좀… 상것입니다”라고 실토했습니다. 동화 작가님은 그리 생각지 말라고 하셨으나, 방송을 팔고 강의를 팔고 글을 팔아먹고 살아온 제겐 늘 순수 예술가가 아니라는 열등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우리 예술가들은”이라고 말하는 사람 앞에 서면 어쩐지 기가 죽습니다. 저도 예술가이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제공=김수지]
[이미지제공=김수지]

실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몇 차례 신춘문예에 기웃거려봤으나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제가 쓴 원고는 중편 소설이라 낼 수 있는 데가 딱 한 군데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해보지만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어쨌든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떨어질 때마다 너희가 무언데 내 예술성을 평가하냐며 코웃음도 쳐봤지만 실은 엄청 기가 죽었습니다. 그래서 예술가들만 보면 나도 좀 끼워달라고,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참고로 저는 이번에 ‘다원예술’이라는, 어감에서부터 어딘지 ‘예술 외의 것들’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야의 예술가로 선정됐습니다. 정의를 보니 올드미디어, 뉴미디어, 장르 불명의 예술이 여기에 속한다고 돼 있습니다. 역시 ‘예술 외의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질투심과 기대감을 안고 보고회에 가보니, 선정된 사람들 중에 글을 쓰는 사람은 저와 동화 작가님, 단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도자기를, 어떤 사람은 무용을, 어떤 사람은 음악을, 그리고 어떤 사람은 저것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것을 들고 와서 열정적으로 자신의 예술성을 피력했습니다. 

[이미지제공=김수지]
[이미지제공=김수지]

지금껏 내 안의 어떤 것을 끄집어내는 방법은 글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점토와 레진과 춤과 사진 등 어떤 형태로든 내 안의 ‘그것’을 끄집어내려고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을 직접 눈앞에서 보니 갑자기 울컥해졌습니다. 엄청나게 다양하고 엄청나게 뜨거운, 진짜 예술가들이 그곳에 있었던 겁니다. 또 그 말이 심연으로부터 핑그르르 떠올랐습니다. 나도 끼워 줘.

그날 예술가분들이 저를 끼워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맙게도 재단에서는 저를 예술가로 끼워주셨습니다. 18인의 예술인 중 최후 5인에 선정되어 또다시 뭔가를 해볼 기회를 주신 겁니다. 경기문화재단 선생님들, 여러분의 만수무강을 늘 기원하겠습니다 :)

고양신문에 새롭게 칼럼 연재를 시작하는 김수지(노파) 작가의 신작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한스미디어).
고양신문에 새롭게 칼럼 연재를 시작하는 김수지(노파) 작가의 신작 『어느 날, 글쓰기가 쉬워졌다』(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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