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다이크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반 다이크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고양신문] 얼마 전에 끝난 국립중앙박물관의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었다. 젊은 귀족 청년 두 사람의 초상화였다. 전시실 중앙의 벽면을 다 차지하는 커다란 캔버스에 담긴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는 관람객의 시선을 제일 먼저 붙잡는다. 굽이치는 금발, 황금색과 은색의 반짝이는 의상, 섬세한 레이스는 아름답게 빛난다. 루벤스의 제자였던 안토니 반 다이크는 스승과 함께 17세기 북유럽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화가였다. 이후 영국에서 국왕과 왕실 전속 화가로 성공한 그가 국왕과 가까운 친척이었던 두 형제의 초상화를 그린 것이다. 형제의 신분과 부유함을 넘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귀족 청년의 오만한 태도이다. 특히 오른쪽의 동생 버나드 스튜어트의 자신감 넘치는 자세와 관객을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은 당당하고 거만하다. 이때 이들의 나이는 겨우 18세, 17세밖에 되지 않았다. 세상 거칠 것 없다는 듯 자신만만한 이들의 젊음은 얼마나 빛나는가.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지나간 청춘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이렇게 빛나던 젊음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1642년에 국왕 찰스 1세와 의회 사이의 분쟁으로 전쟁(청교도 혁명)이 일어났고 두 형제는 국왕 편에서 참전했다. 형제는 전쟁 중인 1644년과 1645년에 각각 전사하는데 이때 이들의 나이는 겨우 24살이었다. 높은 신분과 부와 젊음이 무슨 소용인가. 전쟁은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쓸어가 버린다. 

  그런데 몇 백 년 전 청춘의 죽음을 애달파하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 이들처럼 높은 신분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빛나는 젊음이 있다. 젊음은 그 자체로 빛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젊음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 중인 나라의 젊은이들은 빛나는 청춘 운운할 여유도 없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새 20개월이 넘었다.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다가 느닷없이 전쟁 상황으로 끌려들어간 두 나라 국민들, 특히 전쟁에 나가 직접 싸워야 하는 많은 젊은이들의 삶은 국가 지도자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송두리째 날라가 버렸다. 너무 많은 병사들이 전사하고 병력이 부족해진 러시아가 징집령을 내리자 젊은이들이 탈출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 년째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밀고 당기는 전쟁과 여기에 희생되는 사람들, 누가 이것을 책임질 것인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어떤가. 장벽으로 둘러친 감옥 안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넣고 기본적인 설비와 물자도 갖추지 못한 야만적인 삶을 강요하는 이스라엘의 반인륜적인 처사는 나치에 못지않은 악행이다. 이런 배경에서 하마스가 먼저 공격을 개시했지만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으로 매일같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안에 있는 병원과 난민촌에도 폭탄이 떨어져 수백 명씩 사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의 희생도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지금까지 가자지구 사망자 수가 1만 명에 육박하고 그중 70프로가 여성, 어린이, 노약자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인숙 작가.
이인숙 작가.

이런 무서운 전쟁의 참화가 우리에게도 닥칠까 두렵다. 전쟁의 참화를 겪은 지 70년, 그동안 남북관계 개선의 노력으로 우리는 더 이상 전쟁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핵전력 강화를 주장하면서 미국에 매달리더니 우리나라는 심리적(?) 핵 공유국이 되었다. 남북 군사합의까지 폐지하겠다는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회의 중에 주식 관련 문자를 주고받다가 들켰다. 말로는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면서 이런 안일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는 사람에게 맡겨진 우리의 국방은 안심해도 좋은 것일까. 북이 핵 공격을 시도하면 정권의 종말을 맞게 될 거라고 위협하지만, 핵을 쓰지 않도록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핵을 써버리면 남북은 모두 공멸할 것이다. 핵 공격이니 선제공격이니 정권의 종말이니 하는 말 폭탄을 듣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적대적 세력의 극단적 대치의 끝은 무엇인가. 결국 전쟁이 아닌가. 어려운 경제로 고통당하는 국민들을 전쟁에까지 끌어들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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