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범도』 북콘서트

방현석 소설가, 고양·파주 독자들과 
작품·시대에 대한 깊은 이야기 나눠 

[고양신문] 봉오동 전투를 비롯해 수많은 항일무장투쟁을 이끈 대한독립군의 상징 홍범도 장군의 삶을 담아낸 장편소설 『범도』의 방현석 소설가(중앙대 교수)가 고양의 독자들과 만났다.

15일 저녁 일산동구 마두도서관에서 열린 ‘소설 『범도』 북콘서트-시대의 절망을 저격하다’에서 방 작가는 13년이라는 세월을 쏟아부어 필생의 대작을 마무리한 심경과 함께, 항일무장투쟁이라는 역사의 부름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역사에서 망각되어가고 있는 수많은 이름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했다. 아울러 현재진행형인 육군사관학교 흉상 이전 시도에 대해서도 매서운 비판을 가했다.

항일무장투쟁 역사 방대하게 담아낸 역작  

방현석 장편소설 『범도』 (문학동네)
방현석 장편소설 『범도』 (문학동네)

지난 6월에 출간된 『범도』(문학동네)는 방현석 작가가 집요한 취재와 꼼꼼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홍범도를 비롯해 일제에 맞서 무장투쟁을 펼친 이들의 격렬하고 뜨거웠던 일대기를 원고지 4200매, 1300쪽(2권)의 방대한 서사에 담아낸 역작이다. 80년대 노동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던 방현석 작가는 오래간만에 발표한 작품 『범도』로 또다시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 임종국상 등을 연이어 수상했다.   

‘지금, 왜 홍범도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내걸고 열린 북콘서트는 고양과 파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자리여서 더욱 의미를 더했다. 좋은역사지키기 고양·파주시민모임, 고양·파주 한글물결국어운동 시민모임, 연세민주동문회 고양파주모임이 공동주최하고,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와 (사)독립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7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해 작가의 뜨거운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행사를 준비한 강문선 고양·파주 한글물결국어운동 시민모임 대표는 “역사를 외면하고 시대정신을 갉아먹는 이들을 이대로 지켜봐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뜻있는 시민들을 모이게 했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항일독립군 구호를 외치기도 하며 열정적으로 강의를 펼친 방현석 소설가. 
중간중간 항일독립군 구호를 외치기도 하며 열정적으로 강의를 펼친 방현석 소설가. 

“집필 내내 홍범도 부대원으로 살아”

강연에서 방현석 작가는 “홍범도를 위대한 장군으로 그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취재와 자료조사를 할수록 홍범도라는 인물에게 깊이 매료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했다. 어느 상황에서나 ‘주인공 자리를 양보할 줄 아는 주인공’이었으며, 인간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길 없는 길을 걸어간 ‘가장 문학적인 인간’이라는 게 홍범도에 대한 작가의 평가다.    

방 작가는 홍범도 부대가 여타의 양반의병, 농민의병과 달랐던 지점을 홍범도의 뿌리인 ‘포수의 정신’에서 찾았다. 한발의 탄환에 생과 사의 승부를 거는 일격필살이 체화됐고, 내 몫 이상의 것을 탐하지 않는 이들이라는 것. 작가는 “포수의 원칙이 있듯, 내게도 작가의 원칙이 있었다”며 “등장인물 누구도 마네킹으로 세워두지 않고, 심장 뜨거운 행동의 동기를 가진 인물로 그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보낸 10년의 집필기간을 “스스로 홍범도 부대원으로, 항일무장투쟁 종군작가로 살았던 세월”이라고 회고했다.    

강연에서 방현석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에서 잊혀진 인물들의 삶을 하나하나 호출했다.   
강연에서 방현석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에서 잊혀진 인물들의 삶을 하나하나 호출했다.   

지금도 날아오고 있는 마지막 탄환 

이어진 강연에서 방 작가는 ‘육사 흉상철거’ 논란을 언급하며 1919년에 작성된 ‘대한민국임시헌장’과 ‘대한독립군유고문’이 대한민국과 국군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짚은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독립투쟁 선열들의 이름을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현실에 대해 깊은 개탄을 표했다. 

『범도』를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이야기’라고 말한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이름들은 모두 사료에서 찾아낸 실명이다. 등장인물 이름이 너무 많다는 편집자의 지적이 있었지만, 소설속에서라도 한명 한명의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대두되고 있는 항일독립군과 러시아군대간 논란에 대해 “당시 전 세계에서 오직 유일하게 러시아 볼세비키만이 약소국의 독립전쟁을 지지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사 흉상철거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방현석 작가는 “유한한 권력으로 역사의 진실을 바꿀 수 없다”고 답했다. 작가는 “포수 홍범도가 쏜 마지막 한발은 아직 탄착점에 도착하지 않았다”면서 “지금도 날아오고 있는 마지막 탄환이 과녁을 관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는 강문선 고양·파주 한글물결국어운동 시민모임 대표.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는 강문선 고양·파주 한글물결국어운동 시민모임 대표.
강의를 마치고 독자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방현석 작가.
강의를 마치고 독자들에게 사인을 하고 있는 방현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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