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 이주갑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고양신문] 소년등과(少年登科)라는 말이 있다. 젊어서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이룬 성공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몰라서 실패와 좌절을 이해하지 못해 나중엔 불행해질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서구의 선진국들이 몇백 년에 걸쳐 이룩한 경제발전을 단기간에 따라잡아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세계 10위 안의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경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위상이 높아졌다. 

경제뿐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K팝을 중심으로 한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며 대한민국의 매력을 알렸다. 이것은 정부에서 미래의 전략적 발전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잘 설계하고 기업과 국민의 열망과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하지만 이러한 위상에 걸맞지 않은 것이 있다. 놀라운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부끄러운 산업재해 수준이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자는 130,348명이나 된다. 이 중에서 사고사망자는 874명이나 되며, 근로자수 만 명당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근로자는 영국의 70년대, 독일과 일본의 90년대 수준이다. 사고형태도 떨어짐 37%, 부딪힘 11%, 끼임 10% 등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재래형 사고가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며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단순 재래형 산업재해를 감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는 안전문화 확산과 위험성 평가를 기반으로 한 자기규율 예방 체계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한 기술보다는 안전문화의 기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제재와 처벌보다는 사업장의 자율과 책임, 안전을 사회문화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자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운전띠 착용 문화다. 운전자 안전띠 착용에 대한 홍보와 강력한 단속으로 교통사고 사망자를 대폭 줄였다. 이제 운전자는 단속 여부에 상관없이 운전석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안전띠부터 착용한다.

산업재해도 이런 안전띠 착용 문화처럼 전개해야 한다. 정부, 기업, 사회가 자신의 역할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해야만 감소시킬 수 있다. 정부는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떨어짐 재해를 예방하는 안전문화 활동과 열악한 사업장의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은 모든 잠재위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지속해서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는 안전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주갑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이주갑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금년도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산재 사업주에게 “귀 사업장은 인명 경시, 안전 불감증이 기업목표인가요?”라고 질책했다. 안전과 기업 이익을 함께하면서 안전을 문화로 전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 우리가 이룬 경제적 성공이 산업재해라는 좌절에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을 정착시켜 기업과 사회의 목표에 인명보호를 포함해야 한다. 이것이 안전한 대한민국의 정답이다.

이주갑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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