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부 유출 막고 재투자 기여"
지역순환경제네트워크·화폐민주주의연대
'지역공공은행 특벌법 제정' 토론회 열어

‘지역공공은행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에서 지역경제 피폐화와 시중은행의 독점적 수익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공공은행의 필요성이 논의됐다.[사진제공=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지역공공은행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에서 지역경제 피폐화와 시중은행의 독점적 수익구조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공공은행의 필요성이 논의됐다.[사진제공=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은행 역외유출, 지역경제 피폐화
‘시민적 조정’기반 대안적 금융
미국 노스다코타 공공은행 사례
지역경제 재구조화, 공공성 기대

[고양신문] 최근 지역 시중은행들의 수익 역외유출 문제가 연이어 도마위에 오르는 가운데 지역사회 부 유출을 막고 재투자를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안금융으로서의 지역공공은행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인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와 화폐민주주의연대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문화공간 길담에서 ‘지역공공은행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진보당과 정의당이 최근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위한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 차원에서 지역공공은행의 필요성에 대한 공론의 자리로서 큰 의미를 가졌다. 

발제를 맡은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지역경제가 피폐화되고 있는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역에 자리한 여러 시중은행(대도시에 본점을 두고 전국적인 지점망을 둔 상업은행)의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문제를 지적했다. 이러한 역외유출 문제는 비단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지역은행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는데 실제로 전남 광주에 소재한 광주은행의 케이스를 보면 작년 25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음에도 지역사회공헌 규모는 고작 300억원에 그친 반면 수익의 절반 이상인 1776억원은 주주배당금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양준호 교수는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들조차 신용정책에 있어 시장주의·보신주의적 행보를 취하면서 소상공인과 영세기업 나아가 금융소외계층들의 금융소외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라며 “정작 필요한 곳에 돈줄이 막히다 보니 지역경제의 피폐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지역금융시장에 대한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양준호 교수는 ‘시민적 조정’을 통한 대안적 지역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적 조정’은 자금은 공공으로부터 지원받지만 자원배분은 시민사회가 직접 통제·기획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뜻하는데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이러한 형태의 지역금융모델이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100년 역사를 지닌 노스다코타주 공공은행(BND)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대공황 시절 시작된 BND는 주정부가 관할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은행으로 설립돼 지역의 공적사업과 사회적경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분야에 저리융자를 적극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BND의 수익 또한 주 정부의 공적수입(예산)이 되기 때문에 지역 안에서 재투자되고 정책과 연계됨으로서 결과적으로 ‘사회적자금화(Commoning)’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영리목적을 위해 지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시중은행의 행보와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경제위기 발생 시 시중은행들은 자금을 회수하는 반면 BND같은 공공은행은 오히려 지역경제에 꼭 필요한 곳에 자금을 투여하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미국 최초의 공공은행 노스다코타 은행
미국 최초의 공공은행 노스다코타 은행

때문에 양준호 교수는 피폐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주장했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자체들은 재정부족으로 공공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역공공은행이 설립되면 공공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현재 시중은행에 맡겨져 있는 시 금고를 종잣돈으로 지역공공은행을 만들면 초기자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재정 민주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송지현 시민정책공방 지역순환경제센터장은 지역공공은행의 ‘내생적 지역화폐’ 발행 기능을 통한 지역경제 순환효과를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 시중 통화량의 약 93%는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를 통해 발행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지역공공은행이 공공성에 기반한, 법정화폐와는 구별되는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지역공공은행의 지역화폐 발행 효과에 대해 송지현 센터장은 △글로벌 자본에 의한 유동성 위기에서 자기방어체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지역자본의 역외유출을 막고 재투자를 활성화시킨다는 점 △자체 발행능력(신용창조)를 통해 지역 금융약자에게 초저금리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꼽았다. 송 센터장은 “지역공공은행 설립은 단순히 지역경제의 생산량 증가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김지영 (재)대구사회가치금융 이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관점에서 지역공공은행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서익진 화폐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또한 “현재 시중은행들은 신용창조에 의한 독점적 화폐발권력을 바탕으로 부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공공은행을 통해 이러한 권력을 회수하고 시민들에게 부를 재분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상헌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은 “지자체 예산을 기반으로 지역공공은행을 설립할 수 있으면 공공성도 담보할 수 있고 지역재투자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며 “시민들의 아래로부터의 실천적 움직임을 통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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