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허가에 공급과잉
낮은 입주율에 계약 포기도

최근 완공된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내부. 입주가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호실이 공실로 남겨져 있다.
최근 완공된 향동의 한 지식산업센터 내부. 입주가 시작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호실이 공실로 남겨져 있다.

[고양신문] 지난 7월 완공된 덕양구 향동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 2년 전 분양 당시 서울접근성이 높고 경의중앙선 및 고양선 신설역 등 교통호재로 큰 인기를 끌면서 ‘완판’됐지만 입주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 건물 내부는 썰렁하기만 하다.
 
지상 14층 규모의 이곳 지식산업센터는 오피스와 업무시설, 상가 등 약 600호실이 넘지만 실제 입주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15일 현장취재 당시 대부분 호실은 텅텅 빈 채 임대·매매문의 스티커가 붙여 있고 주차장 또한 평일 업무시간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한산하다. 1층 상가도 일부 공인중개사 외에는 대부분 공실로 남아 있다.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착공 당시만 해도 투자열풍이 거셌던 덕분에 최초 분양가보다 5000만원에서 1억원의 웃돈이 붙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손해를 보더라도 팔고 나가려는 투자자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율 문제 또한 심각했다. 해당 관계자는 “월 임대료도 처음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지만 여전히 문의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입주시설 뿐만 아니라 상가시설의 대다수도 공실인 상황.
입주시설 뿐만 아니라 상가시설의 대다수도 공실인 상황.

더 큰 문제는 현재 이곳 주변에만 6곳의 지식산업센터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B부동산 관계자는 “애초에 서울 상암DMC처럼 대기업이 먼저 자리잡은 구조도 아니고 공급과잉도 너무 심하다 보니 갈수록 임차기업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한때 수도권 내 투자 열풍에 힘입어 잇달아 착공했던 고양시 지식산업센터들이 공급과잉과 낮은 입주율로 인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17일 기준 고양시 지식산업센터 수는 총 31곳. 이중 9곳을 제외하면 모두 지난 2020년 이후 설립승인을 받아 최근 완공됐거나 완공을 앞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지식산업센터의 대다수는 원흥삼송지구와 덕은지구, 향동지구 등 덕양구 신규택지지구에 몰려있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산업 등 산업시설과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도시형 공단을 뜻한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명칭으로 도입됐다가 이후 첨단산업업종의 입주가 늘면서 2010년 이후 지식산업센터로 명칭이 바뀌었다. 

향동지구에는 향후 1~2년 내에 지식산업센터 6곳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향동지구에는 향후 1~2년 내에 지식산업센터 6곳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일반 공장과 달리 입지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과밀억제권역에 속해 공장면적 총량을 제한받는 수도권 지자체들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공급이 가능하다. 때문에 고양시에서도 최근 2~3년간 신규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가 우후죽순 승인허가를 받아 착공했다. 여기에는 고양시의 고질적인 ‘베드타운’ 문제를 해결하고 자족기능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시 관계자는 “지식산업센터가 대거 들어설 당시 일산지역의 ‘일산테크노밸리’, ‘영상방송밸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공실율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실제 입주수요와 기업유치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책없이 건축승인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향동 뿐만 아니라 고양시 내 다른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도 심각하다. 삼송지구에 위치한 한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입주 1년이 지났지만 총 518개 호실 중 192호실만 입주한 상황이다(입주율 37%, 11월 3일 기준). 게다가 앞으로 2~3년간 완공을 앞둔 지식산업센터가 고양시 내에 무려 16곳에 달한다는 점까지 고려해보면, 공실 사태는 향후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해림 건설교통위원회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투자 열풍만 등에 업고 제대로 된 기업인프라 구축이나 입주수요 파악도 없이 지식산업센터 허가를 너무 남발한 것 아니냐”며 “지역경제 위축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시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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