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정치학 박사,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김범수 자치도시연구소장

[고양신문] 서울특별시 은평구는 주민참여예산제로 유명하고, 북한산 인근의 조망권 좋은 아파트들이 있어 살기 좋은 도시다. 수원시는 경기도의 도청 소재지로서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최근에는 광교의 첨단융합단지로 도시 정체성이 뚜렷한 도시다. 나는 고양시의 미래가 경기북부의 수원시가 되면 좋겠다. 은평구처럼 서울시에 속하면 고양시민이 서울시민이 되는 장점이 있지만, 수원시처럼 고양시가 역사와 문화, 도시 정체성을 가지면 더 좋을 것 같다. 

요즘 고양시를 서울특별시로 편입하자는 의견이 제안되어 정치권과 시민사회, 주민들 사이에 관심이 커졌다. 정치는 대안들 사이의 경쟁이므로, 제안 자체를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기는 싫다. 이번 기회에 고양시가 서울특별시의 덕양구, 일산구가 되는 것이 좋은지 경기북부의 발전을 주도하는 선도 도시가 되는 것이 좋은지 이야기해 보고, 우리 공동체의 발전과 미래 비전을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엊그제 고양포럼이 주최하고 고양신문이 주관하는 '고양시 서울특별시 편입'에 관한 토론회가 일산동구청에서 열렸다. 토론회에서 나는 고양시의 민생, 교통, 교육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서울특별시로의 편입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편입되면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여건, 부동산 가격이 높아질 것이기에 찬성한다고 했다.

20일 '서울 편입'을 주제로 열린 고양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필자.
20일 '서울 편입'을 주제로 열린 고양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필자.

편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편입되면 자동으로 교육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자립 발전을 할 수 있는 고양특례시가 현재 갖고 있는 자치재정, 자치사무, 자치도시계획 권한을 잃게 되어 발전 기회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편입에 찬성하는 시민이나 반대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근본은 고양시민의 민생이었다. 고양시의 교육환경이 좋고,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며, 교통이 편리하다면 서울시로의 편입주장이 갖는 소구력은 없어진다. 

문제는 현재 고양시가 보유하고 있는 자치 권한과 역량을 도시의 리더들이 잘 집약하고 발휘하지 못하는 데 있다. 고양시의 리더들이 현재 제시하고 있는 대안들은 미덥지 못하다. 고양시청의 백석동 이전 문제로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현재까지 교착상태에 빠져있고, 일산, 능곡, 원당 등 도시재생 사업을 중단시켰다. 두 개의 거대 정당과 진보정당의 정치 지도자들은 나름으로 열심히 일하고 계시겠지만, 고양시민으로서 삶은 국가의 경제불황 곡선을 타고 추락하는 느낌이다. 

서울시의 편입 자체가 고양시민의 삶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다. 시민과 도시의 리더들이 노력할 때야 비로소 도시의 생활 수준은 높아진다. 일하지 않고 편입만으로 삶의 질이 높아지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있어서도 안 된다. 고양시의 리더와 시민들이 도시를 가꾸고, 시민의 역량과 도시의 자원을 전략적으로 투여하는 노력을 할 때, 도시는 깨끗해지고, 교육의 질은 높아지고, 생활 여건은 개선되어 살기 좋은 동네가 될 것이다. 아파트 가격 인상은 덤으로 따라올 것이다. 

지금은 고양특례시로서 자립 발전의 해법과 대안을 수립할 때이다. 고양의 리더들이 고양특례시가 갖는 자치권과 재정권을 활용하여 교육, 일자리, 주거와 교통 수준을 서울시 버금가는 수준으로 만드는 대안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정약용 선생이 지은 목민심서의 첫 대목에서 목민관의 첫 번째 사명은 ‘민생’, 백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었다는 점을 만났을 때,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백 년 전 실학 지혜자의 잠언을 고양시의 시장,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분들이 한 번 더 새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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