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넷 월요시민강좌>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 박경만 저자
사진과 함께 들려준 자연·생태·역사

건강넷 월요시민강좌에 초청돼 강연을 펼친 박경만 저자. 
건강넷 월요시민강좌에 초청돼 강연을 펼친 박경만 저자. 

[고양신문]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인 한반도 DMZ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살고 있을까? 27일 건강넷·고양신문·사과나무치과의료재단이 주최하는 <생명과 건강을 살리는 월요시민강좌>에서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의 저자 박경만 박사가 그에 대한 답을 들려줬다. 그는 냉전의 부산물로 생겨난 DMZ가 얼마나 귀중한 공간인지, 고립무원인 줄 알았던 그곳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깃들어 사는지, 자신이 10여 년간 걸으면서 마주한 자연과 생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자는 한겨레신문에서 30년 동안 기자로 일하다가 지난 4월 정년퇴직을 했고, 현재는 한겨레평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하며 파주, 연천, 철원 등 접경지역을 구석구석 취재해 ‘DMZ 현장보고서’를 연재했다. 2년 전에는 ‘DMZ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생태평화관광’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생태적·평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백령도에서 화진포까지 500㎞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저서 『두루미의 땅, DMZ를 걷다』에서 그는 “철원평야에서 처음 두루미와 눈이 마주친 순간의 전율을 기억한다. 생태에 관심이 커질 즈음 나는 이 천상의 새를 알현했고 첫눈에 매료되고 말았다”고 적었다. 황홀한 조우가 있었던 그날 이후 그에게 DMZ는 두루미가 사는 땅이 됐다. 그리하여 자신이 가진 두 개의 무기인 펜과 카메라로 두루미의 땅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는 박경만 저자.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는 박경만 저자. 

박경만 박사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15년 동안 경기 북부 접경지역을 출입했다. 그렇게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썼고, 취재 기사도 많이 냈다. 그런 인연으로 올해 책을 한 권 냈고, 오늘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강의는 △DMZ와 경계선 △물의 경계, NLL~한강하구 △땅의 경계, 임진강하구~화진포 △두루미의 땅, DMZ 순으로 서해바다 끝에서 동쪽 끄트머리 땅까지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DMZ와 경계선’에서는 한반도에 위치한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에 대한 개념과 범위를 설명했고 ‘물의 경계, NLL~한강하구’에서는 국가지질공원 대청도, 철새들의 정거장 소청도, 황금어장 연평도 등을 소개했다. 이어서 강화해협과 한강하구의 중립수역, 그리고 한강, 조강, 임진강 3개의 강이 만나는 삼기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또한 ‘땅의 경계, 임진강하구~화진포’에서는 오금리 들판과 장단반도를 시작으로 판문점, 노동당사, 평화의 댐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현장으로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두루미의 땅, DMZ’에서는 삵, 수달, 담비 등의 멸종위기종과,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함께 먹이 활동을 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두루미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천상의 새’로 추앙받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15종의 두루미류가 있는데, 그 중 7종이 한반도를 찾고 있고,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80% 이상이 한반도에서 월동한다.

그 중 DMZ 일원의 두루미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의 서식처가 도로나 건물 같은 인공구조물로 훼손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생물체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서식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정 등 다양한 보호구역 지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한국전쟁 격전지 아이스크림 고지 위를 날고 있는 재두루미. [사진=박경만]
한국전쟁 격전지 아이스크림 고지 위를 날고 있는 재두루미. [사진=박경만]

강의 내내 그는 본인이 직접 촬영한 희귀한 사진들을 보여 줬다. 그가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비무장지대에서 만날 수 있는 생명체들의 아름다움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DMZ는 전 세계에서 평화와 생태를 느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곳”이라면서,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 “인류 전체의 땅 ‘비무장지대’ 보존 못하면 부끄럽지요”(한겨레신문)를 소개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임영근 건강넷 회장은 “쉽게 접하기 힘든 내용을 알 수 있는 유익한 강의였다”면서 “내년 봄쯤 DMZ 평화의 길 걷기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최연소 참가자로 강연을 들은 하늘초등학교 3학년 문성준군은 강의 시간 내내 어른들도 모르는 새들 이름을 척척 맞춰 박수를 받았다. 

<생명과 건강을 살리는 월요 시민강좌>는 매월 넷째 주 월요일 오후 7시, 사과나무치과병원 별관 지하1층에서 열린다. 올해 마지막 강좌는 특별히 12월 18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은 정우현 덕성여대 약학과 교수가 ‘과학이 놓치고 있는 생명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다. 문의 031-963-2900

건강넷 월요시민강좌 참가자들과 함께. 
건강넷 월요시민강좌 참가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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