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흥초 ‘북생태수업’ 을 마치고

[고양신문] “선생님, 우리는 언제 이 수업 할 수 있어요?” (5학년, 김려원)
 “선생님, 느티나무 선생님은 왜 이름을 그렇게 지었어요?” (1학년, 김가람)
 “선생님, 제가 만든 꿈 열쇠고리는 언제와요? 오늘이요? 내일이요? 우리 이 수업 또 할 수 있어요?” (2학년, 공서희)
꿈마루 도서관을 지나다니며 방앗간에 들른 참새들마냥 북생태수업에 대한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원흥초 아이들이 개미귀신관찰을 하고 있다.
원흥초 아이들이 개미귀신관찰을 하고 있다.

2023년 늦가을, 원흥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책과 자연이 함께하는 ‘북생태수업’을 기획했다. 코로나19로 단체활동, 야외활동이 제한됐던 학생들의 사회성 회복을 위해 꿈마루 도서관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마련한 책과 자연을 통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생명의 원리를 배워나간다. 또한 가까운 숲의 소중함을 느끼고, 아껴주고 보호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준비한 교육활동이다.

생태강사님의 소개와 재미있는 손유희 수업으로 시작되는 처음, 아이들은 ‘아~이거, 유치원에서 한 거야. 나 되게 잘해’ 하며 1교시 책 읽기 시간으로 들어간다. 담임선생님, 사서 선생님이 관련 책을 아이들에게 직접 읽어주었고, 독서 후 생태강사님은 아이들과 함께 느낌 나누기를 통해 깊이 있게 책의 내용에 다가가는 시간을 가졌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과 연관 지어 보는 가운데 아이들은 우리가 사는 주변의 숲을 마음으로, 소리로 느껴본다. 갑자기 불쑥 매미의 오줌이라며 선생님이 쏘는 물총은 아이들을 마음을 간지럽히고, 책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잠자리 애벌레인 개미귀신을 처음 본 아이들은 귀신이라는 글자가 들어가서 무섭기도 하지만 용기 내 손바닥에 올려놓고 관찰해보며 까르르 웃는다. 가을 교과 활동과 연계된 열매의 씨앗을 보여줄 땐 고학년은 잘 모르는 씨앗을 1학년은 의외로 쉽게 맞추기도 한다.

잠자리놀이를 하고 있는 원흥초 아이들.
잠자리놀이를 하고 있는 원흥초 아이들.

저학년은 ‘행복한 잠자리’, 중・고학년은 ‘나무가 된 꼬마 씨앗’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잠자리 꼬리로 만들어진 하트모양, 각종 열매의 씨앗을 보며 엄마의 사랑과 선생님의 관심 속에서 장차 나는 어떤 열매를 키워나갈지, 어떤 꿈을 키워나갈지 생각해보며 “꿈 열쇠고리 만들기”를 한다. 나의 꿈을 생각해보고 그 뒷면 거울을 통해 꿈을 이루기 위한 응원을 자신에게 보내기도 한다. 요즘 아이들이 되고 싶어 하는 유튜버나 아이돌, 요리사, 축구선수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아이들을 한층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고, 각자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유행하는 것을 알 수 있어 선생님들도 아이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티스의 정원’. 책을 읽고 마티스 화가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 기법을 활용한 상상력 펼치기 시간을 갖는다. 단풍잎 ‘컷아웃’ 기법을 이용하여
주변에서 쉽게 지나치는 나뭇잎, 가을이 되어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것부터 붉게 물든 잎들로 저마다 연결하여 그림을 그려나간다. 
아이들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어서 선뜻 시작을 못하는 아이, 생각이 나질 않아서 짝꿍 작품을 보며 생각을 떠올린 아이, 도서관에 있는 자연물을 활용한 책을 찾아보는 아이.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작품을 완성하여 아이들에게 열린 사고를 주기 위한 창작물 만들기 활동 놀이시간이다. 짧은 시간 슥슥 그려내고 저마다 자기가 만든 작품을 도서관에 전시하고 감상하면서 서로 칭찬해주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한다.

자연물을 활용한 미니운동회.
자연물을 활용한 미니운동회.

2교시는 숲 읽기 시간이다. 학년별 수준에 맞는 생태 놀이 시간에 미니 운동회를 한다는 말에 아이들은 기대가 한가득이다. 책을 기억하고 잠시 나무와 풀을 관찰하고, 곤충도 관찰하며 자연에서 나는 소리도 들어본 다음 본격적으로 생태 놀이를 할 시간이다.
매미 물총 게임, 줄을 잡고 내가 직접 잠자리가 되어보는 잠자리 놀이를 한다. 처음 해보는 놀이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친구도 있지만 한번 해보면 재미있어서 서로 하겠다고 저마다 아우성이다. 아이들과 협동이 필요한 놀이인 도토리 굴리기, 낙엽 던지기 활동은 아이들에게 규칙만 설명해주면 처음엔 어려워하지만 결국은 서로가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의논하여 활동을 이끌어 간다. 

아이들의 생태놀이 시간에 터지는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지켜보는 선생님들 모두 입가에 미소가 생기고, 웃음이 터진다. 낙엽 봉지가 하늘로 날아오를 땐 숨이 넘어간다. 그렇게 재미있을까! 문득 어릴 때 낙엽만 굴러가도 친구들과 웃음이 터졌던 때가 생각난다. 아이들의 미소를, 웃음소리를 담고 싶어 카메라를 계속 눌러보지만 100장 넘게 찍은 사진엔 아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에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어서 아이들과 같이 보며 한 번 더 웃었다. 신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우리는 하나가 되어 학교는 축제의 장이 된다. 
생태놀이 시간까지 모두 참여한 3학년 김리아는 “학생은 잘 못하면 어때. 재미있으면 되지, 괜찮아, 우리 잘하고 있어!”라며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주며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제법 어른스러운 모습까지 보여준다.

원흥초 아이들이 만든 나의꿈 열쇠고리.
원흥초 아이들이 만든 나의꿈 열쇠고리.

아쉽지만 마무리는 있는 법, 생태강사님은 아이들에게 권하신다. 겨울이 오기 전에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 가을 숲을 더 많이 보고 찾아가고 느껴보라고,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고 재미있게 지내려면 자연과도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알려주신다. 아이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수업이 끝남을 아쉬워했지만, 곧 다시 묻는다. “내가 만든 꿈 열쇠고리는 언제 오는 거예요? 우리 이 수업은 더 못해요? 더 하고 싶어요.” 책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북생태수업과 함께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주변을 살펴보는 마음이 함께 커가는 소중한 수업이었다.

책과 함께하는 북생태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원흥초 아이들.
책과 함께하는 북생태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원흥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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