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총회
국가별 기후변화 감축 이행 성적표 나와
재생에너지 확대목표 설정 등 난제 수두룩
상황 절망적이지만, 희망의 끈 놓을 수 없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포스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포스터.  

[고양신문] 해마다 개최되는 기후변화총회,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성적표는? 우리 인류는 과연 1.5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위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전 지구적으로 이 목표가 달성되고 있는 것일까.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각국의 성적표가 공개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11월 30일(현지시간)부터 약 2주간 개최되니 이 글이 나올 때쯤이면 결과가 나와 있을 것이다. 

이번 COP28 총회장인 두바이 엑스포시티는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한쪽은 총회 인증을 받은 참가자만 출입할 수 있는 블루존이고, 또 한쪽은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그린존이다. 블루존에서는 정부 간 공식 협상과 세계 기후 행동 정상 회의, 각종 부대행사, 문화 행사가 개최된다. 그린존에서는 100개 이상의 행사와 워크숍, 다양한 NGO들의 기후 활동이 진행된다. 총회장 밖은 꽤 긴장감이 돌며 각종 캠페인과 시위가 수시로 진행된다. 필자는 제3차 협약인 1997년 교토총회 때 NGO로 참석한 적이 있는데 그 후 26년 만에 참여하는 총회라서 살짝 설레기까지 한다. 

COP28을 바라보는 알·쓸·신·기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기후상식만 뽑아보자. 우선 이번 총회에서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기금 도입, 기후 금융, 전 지구적 이행점검, 재생에너지 확대 등과 함께 생태계와 자연기반해법, 식량과 기후변화 등을 비중 있게 다루는 주제가 제법 풍성한 총회가 될 전망이다. 그 중에도 핵심 중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뜨거운 감자는 각국의 기후 감축 노력 성적표다.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당사국들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연간 2℃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능한 한 1.5℃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하자’고 합의했었다. 유엔협약은 합의하면 강제성이 있으니, 각국은 이에 맞추어 감축 계획을 제시하였고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올해가 그동안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원년이 된다. 

이 성적표에 따라 수행을 열심히 한 우등생과 ‘농땡이’를 친 열등생을 가려 볼 수 있게 된다. 이미 사전 보고서(제1차 전 지구적 이행점검 기술 대화 종합보고서 초안)가 지난 9월에 공개되었는데, 그 결과는 실망이었다. G20 국가 중에 성적 상위자는 한 개도 없었고 모두 낙제점이었다. 자신들이 제출한 탄소중립 목표대비 탄소 배출량을 줄인 국가가 한 곳도 없다는 말이다. 이대로라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대로라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할 가능성은 14%에 불과하다고 평가된다. 

[이미지출처=COP28 홈페이지]
[이미지출처=COP28 홈페이지]

이번 총회에서 세계 각국은 전 지구적인 최종 성적표를 받아 들고 다음 5년간 성적 상승 계획을 세워야 한다. 족집게 강사들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마저도 녹록지가 않다. 이미 역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는 기관차를 세워서 정방향으로 달리게 하는 것은 기존의 노력보다 곱절은 더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는 기후 수능의 ‘킬러 문항’임이 분명하다. 이번 두바이에서는 도쿄와 파리에서보다 더 밀도 있는 당사국들의 집단지성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다음으로 기후재난은 취약성이 큰 국가의 취약계층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개발도상국에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이다. 이미 피해를 인정하고 보상을 합의하였지만, 그 방법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개도국의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산정하고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보상금은 누가 낼 것이며, 기금은 누가 관리할 것인가. 기금을 내는 선진국들과 보상을 받으려는 국가 간에 손실 추산 방법과 피해 보상 방식을 어떻게 합의할 것인가. 다행히 사전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된 모양이니 기후 정의 면에서는 좀 더 나은 지구공동체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의 주요 쟁점 사항은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얼마로 할 것인가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량이 정해진다면, 그에 따라 화석에너지 퇴출 속도도 정해지게 된다. 당연히 기존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속도를 늦추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문제는 더는 선택 사항이 아니기에 그 목표치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막후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자연기반해법 중요성 알릴 기회 

생태학자인 필자가 이번 기후총회에 참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총회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논의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큰 위기를 불러왔고, 생물다양성 소실의 위험이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소실 문제를 분리해서는 해법을 찾아내기 어렵다. 또한,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적응하기 위한 가장 현명하고 바람직한 방법으로 자연기반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장항습지와 같은 도시습지나 도시외곽습지 보전으로 얻는 도시의 생태계서비스를 소개하고, 습지 보전과 복원이  도시계획에 반영되어야 진정한 생태계기반해법임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된다. 

또한, 이번 총회에서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과 식량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시작된다. 가령 논이 메탄 발생원으로 인식되어 토지이용 전환이 일어난다면, 논습지의 감소와 함께 습지의 생물다양성 소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기후와 생태 전문가들이 함께 나누고 적절한 해답을 찾아가는 기후총회가 되길 기대한다. 

[이미지출처=COP28 홈페이지]
[이미지출처=COP28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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