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10년 동안 국민의 사랑받는 예능인 ‘나 혼자 산다’가 또 저격당했다. 출산 기피하게 만든 프로그램으로 말이다. 무려 저출생 문제 해결에 책임을 느껴야 할 정치권에서 나온 말이었는데, 국민의힘의 원내대책회의에서 원내부대표가 한 말이었다. 그는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위원이기도 하다. 

세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 프로그램을 국민이 즐겨보는 만큼 본 적이 있긴 할까’, ‘방송 프로그램 편성으로 출생률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국민이 우스운가’, ‘이리도 한가하게 생각하니 인구위기가 해결될 턱이 없지’. 의문, 분노, 절망의 세 박자. 한마디 말로 국민 삶에 공감 못 하는 정치가 국민을 방송에 휘둘리는 존재로 여기며 대안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걸 들킨 셈이다. 

MBC TV '나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TV '나혼자 산다'의 한 장면

‘나 혼자 산다’가 국민의 예능이 된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엔 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와 자신을 위로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좋았다. 특히, 아이돌이 본업인 키(Key)가 무대를 마친 뒤 새벽에 집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음식을 배달시켜 몇 입 먹지도 못하고 잠드는 모습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았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1인 가구인 대한민국 현실에서 제 한 몸 건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기 위로는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감각을 ‘나 혼자 산다’에서 느낀다. 애청자로서 이 예능을 제대로 본 적이 있나 싶으면서도 오랜 기간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당사자로서 국민 삶에 공감 못 하는 정치인의 발언이 불쾌할 수밖에.

불쾌함을 넘어 분노가 솟구친 건 저출생 해결을 위해 방송사에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드라마를 건의했다는 것이다. 몇몇의 프로그램으로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면, 혼인율과 출생률을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이 방송에 휘둘릴 만큼 우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리도 무도하게 방송장악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은 안다. 드라마는 환상일 뿐이며, 냉혹한 현실을 바꿔야 할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나 혼자 산다’가 저출생의 원인이라고 말한 국민의힘 원내부대표가 지적한 ‘정치인의 거짓과 선동’ 때문이 아니다. 열심히 모은 종잣돈을 대출금까지 보태 전세보증금으로 넣고 전세 사기를 당해도 피해자 탓하며 손 내밀지 않는 정부여당을 경험하고 있다. 군중밀집 관리 실패로 길을 걷다가 가족을 잃었는데도, 참사를 정쟁화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가로막는 정부여당도 경험하고 있다. 부모의 권력으로 자녀의 학교폭력을 무마한 의혹이 있어도 정부 고위직에 임명하는 정부를 똑똑히 보았다. 젊은이들이 출산 기피하는 각자도생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그런데, 한가하게 예능 탓하고 있으니, 분노가 솟구칠 수밖에.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세계가 한국의 인구위기를 걱정하며 원인으로 짚는 것은 젠더 불평등이다. 이를 해소할 페미니즘을 사회악으로 몰아가며 페미니스트를 괴롭히고 있는데, 더 절망적인 것은 정치 역시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생률을 제고할 가장 파격적인 대안은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반페미니즘 기조를 철회하고, 정치에서부터 성평등을 모두를 위한 대안으로 삼으며 변화하는 것뿐이다. 이를 거부한다면, 인구위기로 자멸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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