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만들어가는 덕은지구 마을협동조합 

덕은마을 만들기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한영식 이사장, 남찬우 이사, 채수연 이사, 박병렬 감사, 양기열 이사(사진 왼쪽부터).
덕은마을 만들기 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는 한영식 이사장, 남찬우 이사, 채수연 이사, 박병렬 감사, 양기열 이사(사진 왼쪽부터).

 

작년 7월 입주 시작한 신도시
스마트기술 적용 ‘덕은생활’앱 개발
농산물 오픈마켓, 택배일자리 등
공동체 기반 자생모델 목표

 

[고양신문] “입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우리 스스로 지역을 바꾸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가까운 몇몇 주민들과 의기투합해 마을 협동조합을 만들고 동네 앱도 개발하게 됐죠.”

작년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덕은지구는 신도시 개발 후 나타나는 전반적인 도시문제를 안고 있다. 입주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대중교통 인프라부터 도서관, 체육시설, 고등학교 등 공공시설 부재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한편으로 막 입주한 주민들 사이의 유대감을 키우고 소통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숙제 중 하나였다.

지난 10월 정식 등록을 마친 ‘덕은마을 만들기 협동조합’은 이러한 문제들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한영식 조합 이사장은 “평소 뜻이 통하는 몇몇 이웃 주민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들 재능이 출중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마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 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각자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내는 그릇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방법을 찾아보다가 협동조합을 준비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올해 5월부터 협동조합 창립을 위해 경기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부터 컨설팅 및 교육을 받는 모습
올해 5월부터 협동조합 창립을 위해 경기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부터 컨설팅 및 교육을 받는 모습


마침 올해 5월 협동조합을 준비하기에 앞서 경기도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교육·컨설팅 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됐고 이 과정을 통해 운영구조를 정립하고 사업아이템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함께 참여했던 덕은지구 주민 남찬우씨는 “처음에는 사업구상이 다소 추상적이었는데 교육을 들으면서 생각들을 정리하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덕은마을 협동조합’이 만든 가장 큰 성과물은 최근 출시한 ‘슬기로운 덕은생활’이라는 이름의 동네 앱이다. ‘지역밀착서비스(Hyper Local Platform Services)’ 기반의 이 앱은 단순히 주민들에게 동네 소식을 알리는 수준이 아니라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참여를 유도하고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거나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주민들의 집단의사를 모으는 도구로 고민이 시작됐지만 지속적인 회의와 교육 등을 거치면서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기능이 담기게 됐다. 

최근 덕은마을 협동조합이 출시한 동네 앱 '슬기로운 덕은생활'
최근 덕은마을 협동조합이 출시한 동네 앱 '슬기로운 덕은생활' 메인페이지

 

앱 사용자들은 ‘우리마을 민원제보’를 통해 굵직한 지역 현안에 대해 행정과 정치권 등에 민원을 직접 제출할 수도 있고 ‘함께하는 마을 챌린지’를 통해 주민들과 함께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도 있다. 한영식 이사장은 “마을 챌린지 기능을 활용해 덕은지구 내 취약한 주변환경을 개선하는 ‘커뮤니티 매핑’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뉴욕 같은 외국 도시에서 이러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시민운동을 전개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슬기로운 덕은생활’앱은 마을을 위한 재능기부를 연결·소개하는 ‘우리마을 홍반장’, 덕은지구 핫플레이스 소개, 온라인 마을소식지 코너 등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덕은마을 앱 링크]

외부 개발업체에 맡기지 않고 주민 각자의 재능기부를 통해 자체적으로 동네 앱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개발자이자 조합 임원인 주민 양기열씨는 “동네 앱을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가 초기 개발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이 문제가 크기 때문인데 다행히 제가 개발자이기도 하고 그 외 디자이너 등 출중한 역량을 가진 분들이 함께하고 있어서 일을 진행하기 수월했다”며 “수요자 입장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민들의 활용도가 더 높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덕은마을 협동조합’은 동네 앱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높은 장바구니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 내 한 유통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조만간 덕은지구 내에서 지역주민들에게 가성비 높은 과일·채소를 판매하는 ‘일일 장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마찬가지로 농수산물 유통업 경험이 있던 주민 박병렬(협동조합 감사)씨의 적극적인 재능기부가 큰 힘이 됐다. 

지역의 주요 택배사들과 협력해 아파트 단지 내 택배 배달을 지역주민들이 대신 담당하는 일자리 사업도 협동조합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다. 한영식 조합장은 “덕은지구 특성상 젊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 분들이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여서 다들 좋아하고 택배사들도 만족해 한다”고 전했다. 그밖에 학부모와 어린아이를 위한 공공기관 무료 견학, 지역 원주민과 연계한 마을 텃밭 프로그램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31일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성과공유회에서 '시민참여 사회문제 해결'분야로 수상한 모습.
지난 10월 31일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주최한 성과공유회에서 '시민참여 사회문제 해결'분야로 수상한 모습.

 

각자 생업으로 바쁜 구성원들이지만 동네 발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한영식 이사장의 역할이 컸다. 건축사 일을 하는 한 이사장은 덕은지구 입주 초기부터 입주자연합회 대외협력부장을 맡으며 LH와 경기도, 고양시 등을 상대로 덕은지구가 신도시로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지적하고 대안을 요구해왔다. 협동조합 임원인 채수연씨는 “평소 모임을 할 때마다 그냥 친목 도모만 하지 말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에 동의했고 이사장님이 제시하는 비전이 마음에 들어서 함께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한영식 이사장은 “주민자치가 제대로 되려면 연합회나 주민자치회 같은 공식기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우리처럼 생활영역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 같은 자생조직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협동조합을 통해 덕은지구가 좀 더 살기 좋은 마을, 품위 있는 마을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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