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고양신문] 겨울비가 촉촉히 내린다. 12월인데도 연일 겨울비가 내린다. 강원영동지역으로는 최대 120㎜의 비가 내린다고 한다. 한겨울에 폭우라니,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계속 따뜻한 겨울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비가 그치고 나면  한파가 찾아온다고 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북극 빙하가 녹으면 북극 지역은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되고 이 지역의 기온이 상승하게 된다. 그 결과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차가운 기류가 약화되면서 찬 공기가 확산하게되어 주변은 과거보다 오히려 혹독한 추위를 겪게 된다. 더위와 추위가 번갈아가면서 지구를 힘들게 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많은 생명들의 생존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생태학적 불일치다. 생태학적 불일치는 꽃이 피는 시기와 벌과 나비가 활동하는 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다. 온난화로 인해 꽃이 일찍 피기 시작하면서 벌과 나비가 활동하는 시기에는  꽃이 없는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식물을 꽃가루 받이를 하지 못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벌과 나비는 꿀을 모을 수 없어 굶주리게 되고, 개체수는 크게 감소한다. 대기근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이 크게 감소하게 되고,  벌과 나비뿐만 아니라 식물을 의존해서 살아가는 수 많은 생명들의 생존이 위협받게된다. 사람도 물론이다.

생태학적 불일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을부터 봄까지 강수량이 감소함에 따라 겨울철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 겨울 가뭄은 이듬해 봄, 식물들이 잎을 틔우고 뿌리를 성장시키는 데 어려움을 준다. 덩치가 큰 나무들은 겨울 가뭄이 반복되면 견디지 못하고 고사하게 된다. 고지대에 있는 구상나무나 분비나무들이 고사하는 것은 따듯한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것보다, 겨울철 가뭄으로 봄철에 원활한 성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이런 피해는 도시지역에서도 관찰된다. 가로수로 많이 심는 메타세쿼이어가 봄철에 잎이 제대로 피지 못해 부분적으로 고사한 것처럼 보이는 현상도 최근 자주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이 극단적으로 지속되면 우리 주변 숲에 큰 나무가 아니라 물에 대한 수요가 적은 키가 작은 나무들이나 풀들만 자라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생태학적 불일치가 당장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농업환경 악화문제이다. 이른 봄 날씨가 따뜻해지자 일찍 꽃을 피운 과일나무들이 갑작스러운 한파로 꽃이 모두 지고, 동해를 입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벌과 나비가 줄어들어 농민들은 꽃가루 받이를 사람이 손으로 해주거나, 꽃가루 받이용 벌을 별도로 구입하여 활용하기도 한다. 겨울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 봄이 되면 별도로 과수나 농작물에 물을 주는 작업도 해야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가 먹는 농작물은 더이상 노지에서 재배되지 못하고,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에서만 재배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결국 생태학적 불일치 현상은 농민들에게 경제적 피해로 주고,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도 경제적 부담을 주게 된다. 

그런데 이와같은 기후변화의 원인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연료,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과 물건을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과 같은 물질이 기후변화의 주요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기후변화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행동 변화가 필요하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솔선수범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책임있는 행동은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냄비 속의 개구리와 같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우리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내가 들고 다니는 에코백이나 텀블러 사용으로 만족을 하는 경우도 있다. 조금 더 실천적인 사람들은 채식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마저도 나 한 사람쯤이야라고 무시하거나,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유난하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냄비 속을 탈출하고자 하는 개구리를 냄비 속의 개구리가 유난하다고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촉촉하게 내리는 겨울비를 보면서 지구환경 변화에 대해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각성하고 우리생활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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