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신상호미술관 & 카페 부곡도방

7000평 대지에 조성된 장흥관광지 새 명소 
거장의 미술작품과 세계 각국 소장품 가득
아이들은 호기심 시동, 어른들은 감성 충전

양주시 장흥국민관광지에 문을 연 신상호미술관 외관.
양주시 장흥국민관광지에 문을 연 신상호미술관 외관.

[고양신문] 자연과 어우러진 문화예술타운으로 거듭나고 있는 양주시 장흥국민관광지에 또 하나의 대형 미술관이 생겼다. 신상호 도예가가 50년 이상 거주하며 작업을 하던 스튜디오를 미술관으로 바꿔 6개월 전에 ‘신상호미술관(관장 신상호)’으로 개관했다. 총 7000평 대지에 조성된 거대한 규모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미술관 마당에는 진귀한 조형물들이 놓여 있고, 미술관 옆에 기역자로 이어지는 건물에는 ‘카페 부곡도방(대표 신영수)’이 자리하고 있다. 

신상호 관장은 ‘도예계의 세계적인 거장’으로 불리는 유명 아티스트로,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도예에서 출발해 조각과 설치미술, 회화 작업과 건축까지 총망라한 예술가다. 홍대 공예과와 홍대대학원 도예과를 졸업한 후, 30여 년 동안 모교의 미술대학 교수로 지내며 미술대학장과 산업미술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에 개관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초대 관장도 맡았다. 당시 타일 형식의 도자를 사용해 완성한 미술관 돔하우스의 외벽은 세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상호 작가의 조형작품.
신상호 작가의 조형작품.

작가가 오랫동안 작업을 하던 스튜디오를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게 된 이유는 뭘까. 
“1976년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후 작업만 하던 공간입니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 이곳에만 있으니까, 주변에서 공간이 아깝다며 오픈을 권하더군요. 미술관으로 개방하게 된 계기지요.” 

신 관장은 이곳에 거주하며 건물을 한 채 한 채 지어 나갔다. 건물 곳곳에 그의 손때가 묻어 있다. 미술관 아래쪽과 뒤쪽에 있는 건물들도 차례대로 박물관으로 꾸미는 중이다. 신상호미술관 1층은 산업혁명관이고, 2층은 아프리카관이다. 신 관장은 “수집하는 것이 평생의 취미”라고 말한다. 산업혁명이 주제인 1층에는 그릇, 다리미, 타자기, 콜라병 등 해외의 빈티지한 물품들을 전시했다. 

“17~18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전 세계를 바꿨고, 오늘날 4차 산업혁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지금의 세계가 그때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 가면 좋겠습니다.”

신상호미술관 1층 '산업혁명관' 모습.
신상호미술관 1층 '산업혁명관' 모습.

2층의 아프리카관은 신 관장이 아프리카에 매료돼 수십 차례 오가며 수집한 물품들로 꾸몄다. 그의 작품 세계는 확장을 거듭했지만, 미술의 근원은 아프리카의 원시 미술에 있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작품들은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사람과 동물을 모티브로 완성했다. 수집품들이 그의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있어 작가의 예술세계를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요즘은 세계 각국이 문화전쟁을 하고 있어요. 미술작품은 돈 있는 사람이 향유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데, 언제든지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에 와서 보고 느끼면 됩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수시로 미술관에 데리고 다니는 게 선진국의 자녀교육 방법이지요. 이런 문화를 많이 접하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자기 경제 사정에 맞춰서 작품을 구입해도 좋고, 투자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지금은 미술품에 투자하는 시대이기도 해요.”

신상호미술관 2층 모습. 
신상호미술관 2층 모습. 

카페 부곡도방은 방문객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신 관장이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 이천의 작업장 명칭이 ‘부곡도방(부곡리에 있는 도자기 만드는 집)’이었는데, 그 이름을 그대로 이어왔다. 분위기나 운영방식은 일반 카페와 다르다. 미술관 입장료 1만원을 지불하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메뉴에는 10여 종의 차와 커피가 있다. 특히 고품질의 보이차 맛이 깊고 부드럽다. 매일 아침, 신영수 대표의 부인이 직접 만들어 온다는 쑥빵은 어머니의 손맛처럼 구수하다. 

'카페 부곡도방'의 차와 커피.
'카페 부곡도방'의 차와 커피.

카페 내부는 예술작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유리창에 부착된 손거울은 150년 이상 된 영국산 제품들이다. 여성들이 쪽진 뒷머리를 보기 위해 사용했던 것들이다. 거울이 원래의 용도를 넘어 신 관장에 의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카페 오른쪽에 있는 갤러리에서는 현재 신 관장의 작품 ‘묵시록’ 시리즈를 전시 중이다. 독특한 질감의 ‘구운 그림(fired clay painting)’으로, 흙에 그림을 그린 후 고온에 소성시켜 완성한 것이다. 주제는 ‘나를 지켜본 나무’로, 마을 어귀에 서 있던 당산나무를 표현했다. 지난 5월에 런던에서 전시를 했고, 조만간 해외 전시를 다시 추진할 예정이다.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선보이지 않은, 그의 희귀한 작품들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꾸준히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전시 작품은 계속 교체된다.

카페 2층은 중국관이다. 기원전 1세기 한나라 때 만들어진 벽돌부터, 청나라 때 여성의 전족을 감싸던 신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신 관장이 중국에 다니면서 수집한, 흔히 보기 힘든 아이템들이다.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카페 부곡도방' 내부.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카페 부곡도방' 내부.

카페를 맡고 있는 신영수 대표 또한 각국의 민속과 수집품에 일가견이 있다. 2001년 서울 삼청동에서 티벳 박물관을 시작으로, 중국 차 박물관, 성문화 박물관, 등산 스키 박물관, 화약 무기 박물관 등 다수의 전문 박물관을 운영한 경력이 있다. 부속 건물에서는 신 대표가 수집한 모택동과 중국의 문화혁명 자료, 등산과 스키 관련 자료도 전시 중이다. 

카페는 음악회나 모임 장소로도 활용된다. 얼마 전에는 김재진 시인의 북토크가 열려 100여 명의 독자가 아름다운 시간을 가졌다. 미술관은 아이들에게는 동화 속 세상으로 받아들일 만한 곳이고, 어른들에게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할 만한 곳이다. 약 3㎞ 거리에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이 있어 젊은이들의 하루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신상호미술관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장소다. 신 관장에게 직접 설명을 구하면 친절하게 안내도 해준다. 

주소 양주시 장흥면 호국로 311번길 20-39
문의 031-826-4549

'묵시록'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신상호 관장(오른쪽)과 신영수 대표.
'묵시록'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신상호 관장(오른쪽)과 신영수 대표.
신상호미술관 야외 경관. 
신상호미술관 야외 경관. 
부곡도방 2층 '중국관' 전시물. 
부곡도방 2층 '중국관' 전시물. 
미술관 1층 '산업혁명관' 전시물.
미술관 1층 '산업혁명관' 전시물.
미술관 1층 전경.
미술관 1층 전경.
신상호 작가의 작품들.
신상호 작가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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