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를 떠나 다른 곳에 가면 사람들은 말한다. “고양시는 참 좋은 곳이지요. 유서깊은 곳도 많고. 공원도 크고 호수까지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런 곳에 사시니 항상 건강하신 것 같아요”

좋은 곳이라니 듣기 좋고 고양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만일 “아이고, 거기는 공기도 나쁘고 복잡하지요?”라고 말하면 나는 고개도 못 들게 될 것이다.

이곳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서울보다 공기가 좋은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구파발을 지나 삼송동으로 접어들면 콧속에 들어오는 바람이 신선하고 상쾌하다.

그러나 혜택 받은 고양에 살면서 잔병치례로 고생하는 노인이 너무 많다. 이웃노인을 길에서 마주칠 때 하나같이 병원 다녀온다고 말한다. 진작 중년부터 건강유지에 대비해서 몸관리를 했으면 병원신세도 지지 않고 고통도 모면했을 것을…….

요즘 70은 늙은이 축에도 못 드는 나이다. 인생은 60부터 라는 말은 옛말이고 2,3년 전에는 인생 80부터라는 말이 나돌더니 요즘은 인생 90부터라느 말이 종종 나온다. 머잖아 인생 100으로 돌입하겠다.

날이 갈수록 고령화로 가고 있는데 거기에 대비해서 사람들도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고통 받고 있는 노인들의 전철을 밟아 실패의 길로 접어들면 안 된다.

저 주부들이 10년 후, 20년 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면 얼마나 비참하겠나. 서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신도동 사무소를 찾아가서 의논을 했다. 우리 동에 건강교실이 있으니 사용하라고 승낙을 받았다.

건강교실은 4면이 거울이 박혀있고 바닥은 초록 카펫이 깔려있어 깔끔했다. 결점은 장소가 협소하다는 것. 신도우체국 지하에 있으니 교통도 좋다.
동사무소에서 회원 모으는 데 현수막을 달아주겠다고 했지만 사양하고 유인물만 요소요소에 붙여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3월에 12명으로 시작된 주부요가교실은 한 사람씩 더해가니 1,2부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요가를 하게 했더니 전신에 리듬이 전달되어 질병이 침범치 못하고 감기나 피곤이 엄습해 와도 단시간 내에 사라져 회원들의 안색도 좋아지고 있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축 처졌던 몸도 균형이 잡혀가고 몸놀림도 민첩해져서 보기에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지나간 몇 달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서 흐뭇하기만 하다.

부디 뜻을 같이하는 주부들의 앞날에 오펄 같은 7가지 광택이 빛나는 생활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회원들에게 누누이 말한다. “1주일간 두 번, 한 번에 한 시간을 내 몸 건강을 위해 투자하라고. 주부는 가정의 태양인데 태양이 빛을 잃으면 그 가정은 어두움이 깔린다고. 첫째로 건강, 둘째도 건강이라고 말한다.

마법의 비팡이를 흔들면 신데렐라가 공주님이 되고 호박이 마차가 되는 이야기도 있으니 반드시 건강해서 가정을 돌본다면 좋은 아내, 훌륭한 엄마, 손색없는 고양의 주부들이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내 나이 84세. 해수로 따지면 기나긴 세월이지만 나에겐 순간만 같다. 인생은 되풀이 될 수 없고 연습도 없다. 지금 이 시점에 와서 주부들에게 전할 말은 ”오직 건강해야 한다“는 말 뿐이다.

오늘은 요가 하는 날. 주부 회원들이 시작 전에 모여 앉아 화제의 꽃을 피워 요가장이 시끌소소하다. 여럿이 모이면 학생 때의 천진난만함이 돌아와서 즐거운 모양이다.  “자-시작합시다‘하고 한마디 하니 화제를 접어두고 정좌를 한다.

나는 우리의 주부 회원들이 요가를 통해 각자 속에 있는 잠재능력을 십분 살려 일상생활에서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천정순 /수필가 84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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