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숙의 그림책으로 본 세상

[고양신문] ‘안녕하세요!’ 인사를 나누는 일. 생각해 보니 시작도 그러했다. 

2021년 7월 1일 고양시 최초로 시립도서관을 수탁받아 운영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인사를 하는 일이었다. 오전 9시, 도서관 문을 여는 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나가 들어오는 이용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일종의 말 걸기였고, 환대의 표현이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위로이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민원이 들어왔다. ‘인사하지 말아라. 부담스럽다.’ 살짝 당황했다. 우리는 조금 천천히 가기로 했다. 우선 문을 여는 직원들만 인사를 하는 걸로 조정했다. 서로 눈을 마주치는 빈도가 늘어가면 호응이 생기리라. 

“민간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신속하게 수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해 민간위탁을 추진하고자 함.” 고양시 민간위탁 동의안에 쓰인 것처럼 일산도서관은 시작부터 기존 도서관과 ‘차별화된 도서관’을 꿈꿨다. ‘인사는 나누는 것’이 중요했던 까닭이기도 했다. 지역과 도서관을 잇는 네트워크형,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형 도서관으로 일산도서관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인사를 나눠드립니다』(이한재 지음. 킨더랜드)에 나오는 민철이는 이웃이지만 멀뚱히 딴 곳을 쳐다보는 어른들이 있는 엘리베이터에 타며 우렁차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민철이의 인사는 점점 불어나서 아파트와 거리곳곳, 학교를 가득 채운다. 지나가는 강아지와 개미에게도 다정한 인사를 나누는 민철이. 민철이에게 받은 인사를 가지고 하굣길 버스에 올라탄 아이들은 기사 아저씨 무서운 얼굴에 겁을 먹고 만다. 과연 민철이와 아이들은 무서운 기사아저씨에게도 인사를 나눌 수 있을까? 그림책 뒤표지, 건너편에서 오는 버스에게 손을 흔드는 기사아저씨 모습이 담겨있다는 말로 결론을 짐작해 보시길.      

‘인사를 나눠준다’는 건 그런 거였다. 내가 일방으로 혼자가 내 뜻을 펼치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건네주는 것이었다. 그 인사를 받은 상대도 같이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도 중요했다. 

2년 6개월, 일산도서관은 시민들에게 인사를 나눠드렸다. 모든 활동 기획에는 후속 모임을 만드는 것까지 담았다. 그래서 프로그램 진행할 때 사서들이 들어가 시민과 호흡을 같이 하는 일이 중요했다. 9개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기까지 돕는 일도 놓치지 않았다. 부족한 좌석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시민들과 함께 마련했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경우 쪽지를 남겨 다른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방을 옆의자에 놓지 않고 바구니에 담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함께 도서관을 이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모두 인사를 나누는 과정이었다. 시민들과 함께 여러 사안을 토론하는 ‘산도살롱’도 그러했고, 강사 없이 시민들이 돌아가며 자기 재주를 공유하는 생활문화프로젝트도 서로 인사를 하는 일이었다.  

마을 곳곳에 인사를 나누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일산농협과 주변 카페에 ‘산도책바구니’를 두어 도서관에서만 책을 보는 게 아니라 어디서든 책을 만날 수 있게 했고, 시민기록자들과 함께 100년 된 일산시장을 기록하여 ‘동네 사람들, 동네 시장을 기록하다’ 기록집을 2년 동안 발행했다. 아동돌봄센터, 이민자센터, 어르신주야간보호센터와 함께 도서관에 오지 않거나 오지 못하는 어린이, 이주배경청소년, 결혼이주가족, 어르신들이 도서관을 이웃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씨앗을 뿌리는 활동으로는 충분했다. 

지구에게도 인사를 나눴다. ‘지구를 살리는 도서관 프로젝트’는 도서관 베란다에서 작물을 함께 키우고 음식을 함께 나누었던 ‘지구도텃밭’과 ‘시민실천단’ ‘제로웨이스트숍과 물건을 소개하는 캠페인’까지 이어졌다. 일산도서관이 먼저 나눈 인사는 여기저기 퍼졌다. 그렇게 도서관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서로에게 나누는 인사는 조금씩 번져갔다.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
박미숙 일산도서관 관장

이제 일산도서관은 12월 31일 자로 민간위탁을 종료하고 직영으로 전환된다. 그래서 지면을 빌어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이런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인사를 나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어서 소중했다. 이 경험을 안고 여기저기서 또 인사를 나누며 살게 되겠지. ‘안녕히 계세요.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아마, 다음에는 다른 이름으로 또 인사를 나누게 될 게다. ‘안녕하세요!’ 큰소리로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환히 웃어주시길. 같이 인사를 나눠주면 더 좋겠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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