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암환자협회 김선규 회장

"암은 좋지 못한 습관에서 생긴 습관 병입니다. 암에 걸리면 자신의 생활 태도를 돌이켜보고 해왔던 생활을 바꿔야 하죠"

6년전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은 후 남다른 투병생활로 위기를 벗어난 김선규씨 (50·사진)는 암환자들에 ‘희망의 사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암환자협회 회장직에 있으면서 화정동(덕양구)에서 연세가정의원(화정동)을 차린 그는 요즘 암 환자들을 돌보기 바쁘다.

김회장이 암 진단을 받은 때는 1998년 봄. 평소 술을 자주했기에 어느 날 설사가 심해 ‘술병'이려니 넘겼는데 아내의 극성에 모교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 보니 직장암 3기의 '시뻘건 덩어리(5×8cm)' 가 발견됐다.

“평소 잔병치레도 없었기에 암에 걸린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본 적이 없었어요. 암 선고를 받은 뒤 집안 분위기는 초상집 같았어요. 그러나 죽음에 대한 불안함은 별로 생기지 않더군요. 오히려 나로 인해 아내와 자녀가 더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어요"

김회장은 고민끝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 며 결단을 내렸다. 그는 곧 수술을 받고 직장 20㎝를 도려냈다. 그리고 다른 치료는 제쳐두고 곧장 아이들을 아내한테, 병원을 후배한테 맡기고 홀로 지리산 자락을 찾아 낡은 농가에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농촌 태생인 그는 요양 온 기분으로 산속 생활을 했다. 음식은 산나물과 텃밭에서 가꾼 채소와 현미로 정하고 고기가 먹고 싶으면 바닷가로 나가 생선을 사다 먹었다.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것은 ‘평소 즐기던 소주 한잔의 유혹을 떨치는 것’이었다고 그는 술회했다. 3년간의 지리산 생활 끝에 그의 건강은 기적처럼 회복됐다. 지난해 말 화정동 집으로 돌아온 후 그의 라이프 스타일은 자신의 다짐대로 암이 전화위복이 돼 확 바뀌었다. 술은 자제하고 채식위주와 유기농 농산물을 섭취한 결과 90kg이었던 몸무게가 75kg으로 줄어 비만에서 벗어나는 덤까지 얻었다.

한국암환자협회 회장인 그는 1000여명 회원들에게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협회는 2000년에 설립돼 암 환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비영리 자발적 단체. 환자들끼리의 정보 교환과 권익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5명의 운영진이 있으나 정보교환이 환자의 개인경험에 치중돼 있어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김 회장의 지적이다.

진료를 쉬는 날에는 1~2시간씩 걸리는 회원과의 전화 상담에 정신이 없다는 김회장은 요즘 효율적인 상담을 위해 인터넷 시스템의 구축에 바쁘다. 한편으론 암 예방을 위한 건강상식과 부위별 암에 대한 식이요법을 담은 책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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