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이동지원센터 통합
장애인 콜택시 달라지나?

지난 10월부터 고양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장애인 콜택시에는 기존 고양시 콜센터 전화번호가 아닌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 콜센터 대표번호인 ‘1666-0420’이 붙었다.
지난 10월부터 고양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장애인 콜택시에는 기존 고양시 콜센터 전화번호가 아닌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 콜센터 대표번호인 ‘1666-0420’이 붙었다.

[고양신문] 지난 계묘년에도 한결같이 고양시 교통약자들의 발 역할을 맡아온 특별교통수단, 이른바 ‘장애인 콜택시’. 2023년 이용 건수는 16만5868건으로, 2022년과 비슷하게 하루 평균 450회가량 고양시·수도권을 누빈 셈이다. 특수교육시설·의료기관 등 우수한 인프라를 좇아 매년 고양시를 찾은 손님들로 장애인 콜택시는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러나 5년 전과 비교해 시민사회가 매년 요구한 장애인콜택시 개선은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진료받기 위해, 출근하기 위해 몇 시간 넘게 기다리는 상황은 지난해에도 '한결' 같았다. 

한편 장애인 콜택시 운영을 맡은 고양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경기도 소속으로 통합되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가 고양 내 장애인 콜택시 배차·콜접수를 관리하고, 고양시는 차량 운행만 담당한다. 기존에는 타 지역으로 이동할 때 출발지·목적지 지자체에 각각 이용등록을 해야 했지만, 이번 통합으로 한번 등록하기만 하면 경기도 전역을 제한없이 이동할 수 있다. 천차만별 시·군 기준을 통일해 교통약자들의 효율적인 이동을 돕겠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로의 통합 후 2개월이 지난 현재, 고양시 장애인 콜택시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새로이 맞은 2024 갑진년, 과연 고양시 장애인들은 청룡처럼 훨훨 날아 수도권 전역을 누빌 수 있을까.

통합후 ‘광역’ 이동 더 어려워
수요 몰려 대기만 4시간 넘어

동국대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의정부에서 매주 수요일 아침 고양시를 방문하는 김명유(68세)씨. 종전에는 치료가 끝나기 20분 전에 택시를 요청하면, 병원을 나서자마자 택시를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통합과 함께, 기존 20분이면 충분했던 대기 시간이 4시간으로 늘어났다. 경기도 콜센터의 잦은 실수로 이미 잡은 택시가 다른 사람에게 배정된다면 6시간 넘게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도 부지기수다.

김명유씨 보호자 김원자(64세)씨는 “통합 전에는 대기시간이 비교적 짧아 오전 중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의정부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기시간이 4시간으로 늘면서 사실상 하루 일정을 다 비워둬야만 한다”라고 토로했다. 이번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 통합으로 자유로운 타 지역 이동을 기대했지만, 통합 이전보다 훨씬 불편해졌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왼쪽부터) 주교동 차고지에 주차된 장애인 콜택시. 장애인 콜택시 운전자가 휠체어 장애인의 승차를 돕고 있다. [사진제공=고양도시관리공사]
(왼쪽부터) 주교동 차고지에 주차된 장애인 콜택시. 장애인 콜택시 운전자가 휠체어 장애인의 승차를 돕고 있다. [사진제공=고양도시관리공사]

이처럼 대기시간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고정배차’다. 통합 전에는 고양시가 자체적으로 지역 특성에 맞게 관외·관내 이동 차량을 배분했다. 그러나 이번 통합과 함께 경기도는 고양시 보유 차량의 30%만 관외 이동용으로 운행하고, 나머지 70%를 관내 이동용으로 고정 배차했다. 즉, 상황에 따라 관외 이동을 위해 탄력적으로 30~50%의 차량을 이용할 수 있었던 전과 달리, 무조건 전체 차량의 30%만 이용할 수 있게 되어버려 수요가 몰린 상태다.

아울러 통합 이후 ‘편도 운행’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도 특별교통수단 광역이동서비스 표준지침(안)」 (이하 광역이동서비스 지침안)은 ‘특별교통수단 및 직접 구입하여 운영하는 대체 수단을 지역에 상관없이 편도 운행 한다’라고 명시했다. 즉 편도로 운영하다 보니 타지역으로 손님을 태운 차가 목적지에 도착한 뒤, 고양시로 복귀할 때 빈 차로 오는 상황이다.

고양도시관리공사 교통약자운전원노동조합 신성학 위원장은 “편도운행 규정 때문에 고양시에서 이용객을 태우고 목적지에 도착 후, 목적지 인근에서 고양시로 이동하려는 다른 고객들을 태우고 복귀할 수 없다. 이렇다 보니 차량 회전율이 낮아져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내이동도 여전히 최대 2시간
센터 통합 직격타는 비껴가

 

(왼쪽부터) 작년 시-도 이동지원센터 통합 전에 집계된 고양시 장애인 콜택시 목적지는 고양시 관내가 76.6%로 다수를 차지했고, 도내 타 지자체·서울·인 천이 뒤를 이었다. 마찬가지로 작년 통합 전 진행된 장애인 콜택시 만족도 조사에서는 보통이 56.1%로 가장 많았고, 이유로는 ‘차량 대수의 과부족’으로 인한 대기시간 증가가 33%로 가장 많았다. [자료출처=제4차 고양시 지방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왼쪽부터) 작년 시-도 이동지원센터 통합 전에 집계된 고양시 장애인 콜택시 목적지는 고양시 관내가 76.6%로 다수를 차지했고, 도내 타 지자체·서울·인 천이 뒤를 이었다. 마찬가지로 작년 통합 전 진행된 장애인 콜택시 만족도 조사에서는 보통이 56.1%로 가장 많았고, 이유로는 ‘차량 대수의 과부족’으로 인한 대기시간 증가가 33%로 가장 많았다. [자료출처=제4차 고양시 지방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관외이동 수요가 전체 차량 30%로 몰리며 관내이동의 경우 그나마 여유가 생겼지만, 상황이 크게 좋아지진 않았다. ‘제4차 고양시 지방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에 따르면, 통합 이전 2022년 기준 관내에서 이동한 승객은 총 76.6%로 서울·경기·인천 등 관외 지역으로 이동한 승객 23.4%에 비해 다수를 차지했다<그래프 참조>. 이처럼 교통약자들의 이동 대부분이 관내에서 이뤄지는 탓에, 30%로 관외 수요가 몰렸다고 해도 관내에서 이동하는 콜택시 대기시간 감소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일산병원 이동을 위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덕양구 거주 주민 신상명(43세)씨는 “오전 진료를 위해 기존에는 50분 정도 미리 호출을 잡아두어야 원하는 시간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통합 이후 관내에서 이동하는 콜택시의 대기기간이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별 변화를 체감하지는 못했다”라고 밝혔다. 신성학 위원장 또한 “여전히 출근 시간대에는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는 등 사실상 관내 이동도 그대로인 셈”이라며 “관내 차량은 이번 시-도 센터 통합의 직격타를 빗겨나갔지만, 관외이동 차량이 더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만성적 차량·운전원 부족
본래 취지 ‘규정통일’ 아직

경기도의 광역이동서비스 지침안은 장애인 콜택시 운전원 수를 차량 대수의 2배 이상 확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광역이동이 차질 없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고양시가 운영 중인 콜택시 총 78대의 2배인 156명의 운전원이 확보가 필수인 것. 그러나 현재 고양시 운전원 수는 85명으로 경기도 권고 인력의 절반가량이다. 이렇다 보니 차량 회전율이 낮아 이용객들의 대기기간은 늘고, 운전원들의 업무량 또한 가중된다. 또한 장애인 콜택시 차량이 5년 전 86대였던 것에 비해 현재는 78대로 오히려 줄어드는 등 만성적인 차량 부족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시-도간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신성학 위원장은 “통합된 지 벌써 2개월이 됐으나 시-도간 업무불통은 여전하다. 경기도가 콜을 접수·관리하는 과정에서 운행을 담당하는 고양시와의 소통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라며 “예를 들어, 운전원들이 주유·세차 등을 가게 되었을 때 고양시에서는 콜 대기를 끄고 가라고 하지만 경기도는 콜 대기를 규정에 맞게 켜고 가라는 둥 시스템 통일이 완전히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 안내 전단지. 오른쪽 상단 서울-경기-인천이 모두 보이는 수도권 인포그래픽이 눈길을 끈다.
'경기도 교통약자 광역이동지원센터' 안내 전단지. 오른쪽 상단 서울-경기-인천이 모두 보이는 수도권 인포그래픽이 눈길을 끈다.

통합 취지였던 세부 규정 통일도 지지부진하다. 지난 7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개정으로 광역이동지원센터가 시·군 센터 업무를 흡수했지만, 정작 시·군이 맡고 있는 운행과 관련된 규정들은 시·군 조례를 따르게 되어있다. 일례로 고양·의왕 등 은 장애인 콜택시를 중증장애인과 65세 이상 고령층만 이용할 수 있지만 안산·과천 등은 임산부도 이용 가능하다. 이처럼 이용기준·예약배차방식과 같은 세부 규정은 통합 후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통일되지 못했다.

고양시 장애인 콜택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통합의 여파까지 더해지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통합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양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김해련 위원장은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로의 통합 전에도 고양시 장애인 콜택시에 대해서는 대기시간을 중심으로 많은 민원이 발생했다”라며 “차량 증차·운전원 확충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통합이 추진되는 바람에 장애인들의 이동권 침해가 오히려 심해질 우려가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인천 ‘수도권 통합’은?
지자체 상황 먼저 개선해야

한편 경기도는 지난 10월 초 고양을 비롯한 31개 시·군을 경기도 광역이동지원센터로 통합함에 이어 12월 말 서울·인천과 이동협약을 체결하는 등 ‘수도권 통합이동지원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애인 콜택시가 인천-서울-경기를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는 이번 이동협약은 올해 7월까지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시-군 센터 통합의 혼란이 채 해소되기도 전에 ‘무리한 수도권 확장’을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문도 들려온다. 특히 다수의 통행이 서울로 몰려 지역 이동지원시스템 혼란이 가중되지는 않겠냐는 우려다.

이와 관련해 박재용 경기도의원은 “고양시뿐 아니라 오산·양주·의왕시 등 도내 타 지자체들도 운전원 부족 등 시스템 문제가 포착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작년 6월 말 기준 도내에 1178대의 장애인 콜택시가 운영되고 있으며 차량 1대당 운전원 비율은 1.1명 수준으로 매우 부족한 상태다”라며 “완전한 의미의 장애인 콜택시 ‘수도권 통합’을 위해서는 장애인 콜택시 운전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 콜택시 1대당 운전원 비율을 2.0명 수준으로 높이는 등 실질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