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지구 동굴, 폐광산 갱구로 확인
80~90년대까지 8개 광산업체 ‘성업’
구리·고령토·규석 등 채굴품목 다양

2022년 식사2지구 개발사업 현장에서 발견된 동굴. 1987년 폐광한 '고양광산'의 갱도 입구로 확인됐다. [사진제공=고양시]
2022년 식사2지구 개발사업 현장에서 발견된 동굴. 1987년 폐광한 '고양광산'의 갱도 입구로 확인됐다. [사진제공=고양시]

[고양신문] 1990년대까지 고양시에 광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잘 알려진대로 고양시는 한강 하구 너른 평야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농업지역이다. 1990년대 초 1기신도시가 개발된 이후에는 대규모 주거지역과 인근 농촌지역이 공존하는, 108만 규모의 도농복합도시로 발전했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광업도 엄연히 존재했었다. 그것도 무려 8개의 광산업체가 정식으로 광산업신고를 하고 고양시 곳곳에서 지하자원을 채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시 소재 광산의 존재가 시민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2022년 10월 일산동구 식사동 고양식사2지구 개발사업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정체불명의 거대한 동굴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신원 미상의 동굴 발견 신고를 받은 고양시는 즉시 현장 보전지시를 내린 후, 한국광해광업공단 협조를 받아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 결과 이 동굴이 1980년대 후반까지 광물을 채굴했던 ‘고양광산’이라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고양시는 혹시라도 고양광산 갱도의 보존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봤지만, 문화재 관련 전문기관으로부터 보전가치가 없다는 의견을 회신받았다. 시 관계자는 “이러한 사실을 개발사업자에게 통보하고, 정밀한 지반 보강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업자 측은 3월 해빙기 이후에 모래와 몰탈, 시멘트를 주입하는 방식을 병행해 갱도를 메운 후, 공사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고양광산에서는 모두 2개의 갱구가 발견됐는데, 각각의 길이는 채 100m를 넘지 않는 소형 광산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료를 살펴보면, 고양광산은 1962년 광업권을 등록한 후 25년간 동 55t, 아연 104t을 채굴하고 1987년 폐광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고양광산만 있었던 게 아니다. 취재 결과 고양시에는 무려 8곳의 폐광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개 광산업이 전국적으로 활성화되던 1960~70년대 무렵에 사업을 개시했다가 1980~90년대 차례차례 폐광했다. 

지역별로는 덕양구에 6곳, 일산동구와 일산서구에 각각 1곳의 광산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 광산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보면, 고양시 최북단 벽제동에서부터 남쪽 향동동, 서쪽 덕이동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다. 또한 고양시 중심부에 해당하는 원당동, 식사동 지역에도 3개의 광산이 영업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산지로 남아있지만, 향동지구나 식사지구처럼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수용된 곳들도 있다.   

광산에서 채취했던 자원도 다양하다. 고양대일광산, 벽제광산에서는 고양광산과 마찬가지로 구리와 아연 등 금속자원을 채굴했고, 나머지 5곳의 광산에서는 고령토, 규석 등의 비금속자원을 얻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시와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광산업’이 한때 고양에서도 ‘성공의 꿈’을 촉발하는 분야였다는 사실이 자못 흥미롭다.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비용 상승 등의 요인으로 광산업이 사양산업이 되면서 전국에 산재했던 소규모 광산업체들이 대부분 폐업의 수순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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