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기업인 - 천순봉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대표

코카콜라 같은 브랜드 만들 욕심
고유의 맛과 하회탈 디자인 결합
수제 맥주 파워 브랜드로 떠올라
“맥주? 당연히 플레이그라운드지!
그런 날 반드시 오게 만들어야죠”

천순봉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대표는 "SSG, 대한항공, 투썸 플레이스등과 콜라보로 수제 맥주를 만들거나 이마트, CU, 롯데마트, 홈플러스, 스타필드 등에서 최상위권 판매량을 기록하고, 국내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 플레이그라운드의 제품을 공급하게 된 것은 공급의 안정성과 우수한 품질을 평가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소비자들로부터 ‘맥주? 당연히 플레이그라운드지!’라며 품질을 인정받고, 또 시류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천순봉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대표는 "SSG, 대한항공, 투썸 플레이스등과 콜라보로 수제 맥주를 만들거나 이마트, CU, 롯데마트, 홈플러스, 스타필드 등에서 최상위권 판매량을 기록하고, 국내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 플레이그라운드의 제품을 공급하게 된 것은 공급의 안정성과 우수한 품질을 평가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소비자들로부터 ‘맥주? 당연히 플레이그라운드지!’라며 품질을 인정받고, 또 시류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누구나 부러워하는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재무팀에서 5년 반 동안 일하다가 미국 명문 에모리 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MBA 과정 졸업 후 글로벌 기업인 코카콜라에 들어가 글로벌 파이낸스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아 세계 각 지사의 재무와 손익관리 등을 담당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앞으로 100년은 더 갈 것이다.” 창립 125주년을 맞은 어느 날, 회사의 한 임원이 농반진반으로 던진 이야기였다. 인류가 망하지 않는 한 존속할 것만 같은 회사, 코카콜라와 같은 기업과 제품 그리고 브랜드를 만드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미국 미시간주에서 수제 맥주 사업을 하는 친척이 한국과 중국 등에 수제 맥주를 공급할 방법을 알아봐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이미 있는 미국 맥주를 수입·판매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가 내가 직접 수제 맥주를 만들어 유통할 테니 도와줄 수 있냐고 되물었다. ‘OK’라는 답을 듣고 2년간 일했던 코카콜라를 뒤로하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인의 소개로 ‘음식 덕후’ 김재현 이사를 만났다. 김 이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8개월간 미시간주에 있는 양조장 ‘졸리펌킨’에서 맥주 양조법과 양조장 시설, 설비과정을 배워왔다. 천순봉 대표는 그와 함께 2015년 회사를 설립하고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에 양조장을 지었다.

‘Drink Better, Play Better’를 추구하는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달 6일 원마운트에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탭하우스 원마운트 본점’의 문을 열었다. 창업 후 처음으로 직접 소비자 곁으로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것. 맹추위가 지속하는 가운데도 플레이그라운드의 맛을 즐기려는 고객들로 테이블은 늘 꽉 찼다. 한국 수제 맥주 시장을 개척해온 지 햇수로 10년을 눈앞에 둔 지난달 말 천순봉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대표를 직접 만났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양조장 전경.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양조장 전경. 

법곳동이라는 외진 곳에 회사를 처음 설립한 이유는. 
처음 회사를 만들 때 우리 비즈니스의 목적은 음식점에서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었다. 수제 맥주를 직접 생산해 유통하고 납품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기 때문에 생산은 물론 물류가 편리한 곳을 물색했다. 그러다 보니 자유로 바로 옆에 있는 이곳을 최적지로 보고 선택하게 됐다. 일반 맥주 제조사와는 달리 소규모 맥주 제조사는 법적으로 음식점을 함께 갖추어야 면허가 나오기 때문에 양조장 옆에 탭하우스도 같이 운영했다. 우리 맥주와 음식 맛이 입소문 나면서 서울 인천 등 멀리서도 찾아오는 고객들이 많아지다 보니 25평이었던 매장을 90평 가깝게 더 확장하기도 했다. 

얼마 전 탭하우스 본점을 원마운트로 옮겼는데.
사실 그 전에도 요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성수동이나 스타필드 그리고 백화점 여러 곳에서 수차례 입점 제안이 왔었지만 모두 거절했다. 지난해 여름 원마운트 측에서 제안이 왔을 때 고민했다. 플레이그라운드에 오는 것은 너무 좋은데 법곳동 양조장 옆에 있는 매장에서 술을 마신 후 귀가하는 교통편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더는 외면하지 말자며 결심했다. 기획과 인테리어 등 몇 달간 준비 끝에 마침내 지난달 6일 오픈했다. 기존 고객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그동안 플레이그라운드를 몰랐다는 분들도 가까이에서 이런 맛을 즐길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한 결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문을 연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탭하우스 원마운트 본점 외부 전경
지난해 12월 6일 문을 연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탭하우스 원마운트 본점 외부 전경

회사 설립 10년을 맞는데 전체적으로 총평을 한다면.
수제 맥주 업계에서 플레이그라운드가 꽤 알려지고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사실 10년 전 원래 생각하고 계획하고 목표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그중 약 50% 정도만을 달성한 거 아닌가 싶다. 내 욕심과 비전은 더 컸는데 말이다. 제품 개발이나 브랜딩 그리고 조직과 인력구성 등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뭐 오늘날 코카콜라의 위상도 생긴 지 10년 만에 생긴 건 절대 아니지 않겠나.

수제 맥주 열풍이 일게 된 사회·문화·제도적 배경은 무엇인지.
획일화를 거부하며 자신만의 취향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확산이 주된 요인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맥주 한 잔을 마셔도 품질 좋은 맥주, 나만의 느낌과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맥주를 찾는 것이 문화가 됐다. 플레이그라운드가 10여 가지 종류의 맥주를 출시한 이유다. 

제도적으로는 주세법이 바뀌면서 소규모 맥주 제조사가 외부 판매를 할 수 있게 된 점과 음식점을 함께 갖추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가 바뀌었고, 또 맥주의 경우 처음 출고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에서 가격이 아닌 양을 기준으로 세금을 붙이는 ‘종량세’로 바뀌면서 생산 원가가 30% 정도 낮아지다 보니 수입 맥주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생기면서 수제 맥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의 유통 구조상 현실과 국민 정서를 고려한다면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외국처럼 맥주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날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레이그라운드 맥주를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은 ‘맥주? 당연히 플레이그라운드지!'라며 마니아가 되곤 한다.
플레이그라운드 맥주를 한 번 맛본 소비자들은 ‘맥주? 당연히 플레이그라운드지!'라며 마니아가 되곤 한다.

플레이그라운드의 핵심 제품은 무엇이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떠하다고 느끼는지.
‘젠틀맨 라거’다. 한국에서 기존 맥주들은 4도 정도였는데, 젠틀맨 라거는 알코올 도수를 7.6도로 만들었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이른바 ‘소맥’의 질감을 느끼면서도 소맥처럼 강한 알코올 맛은 없다. 그 대신 맥아의 진한 풍미를 즐길 수 있고 음식과도 잘 어울리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한국적 음주 문화에 착안해 개발했는데, 어디에나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이다. 

또 기분 좋은 씁쓸함과 홉이 주는 열대과일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정통 아메리칸 스타일의 ‘몽크 아이피에이(IPA)’도 인기가 많고, 대한항공과 함께 만든 ‘칼스 라거(KAL’s LAGER)’는 열대 과일향과 청량감으로 목 넘김이 부드러워 전 세계 소비자들이 마셔보고 평가하는 해외 맥주 사이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제품에 각종 하회탈 그림을 넣은 이유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대표 라인업은 다양한 표정과 이야기를 지닌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를 모티브로 구성했다. 조선 시대의 탈놀이는 서민들이 자신들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놀이터였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와 함께 ‘Play Better’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는데, 양반탈, 각시탈, 파계승탈, 초랭이탈 등 각 탈이 가진 캐릭터와 수제 맥주의 특징도 매칭시켰다. 외국 제품과는 다른 한국의 맥주만의 특징을 드러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맥주 라인업.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맥주 라인업.  

SSG, 대한항공, 하이원 리조트 등 기업들과 콜라보 작업도 인상적이다.
SSG는 그룹 차원에서 야구단 이름에 걸맞은 품질을 찾다 보니 플레이그라운드가 선택받은 것 같다. 그래서 2021년에 이마트24와 SSG랜더스 야구단을 모티브로 한 수제 맥주인 SSG랜더스 라거를 선보였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경우엔 해외 항공사에서 다양한 수제 맥주를 공급하는 것을 보면서 2018년에 우리가 먼저 기내식으로 해보자고 제안했는데, 2023년 9월에 가서야 기내 서비스 품목으로 선정될 정도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투썸 플레이스의 ‘커피 맥주 콜드브루 스타우트’, 하이원리조트의 ‘하이원 라거’, 현대오일뱅크의 ‘고급IPA’ 등 콜라보로 진행한 업체만 해도 20개 가까이 된다. 수제 맥주 열풍이 일면서 품질과 생산능력, 가격 등 다양한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곳은 플레이그라운드밖에 없다는 걸 인정받은 결과라고 본다. 

길지 않은 회사 역사 속에서도 이마트, CU, 롯데마트, 홈플러스, 스타필드 등에서 최상위권 판매량을 기록하고, 국내 5성급 호텔과 리조트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 것도 공급의 안정성과 우수한 품질을 평가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업을 해오며 보람 있거나 후회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느낀 건 맥주 역시 기호식품이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알려지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또 주류사업이라는 것이 정부의 정책에 크게 좌우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고양시에 있는 기업이지만, 고양시민은 물론 전국에 있는 수제 맥주 마니아층에는 플레이그라운드가 꽤 알려졌다는 것은 큰 보람이다. 

사업을 하면서 후회하는 순간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일희일비하는 성격도 아닐뿐더러 잘못된 결정이나 선택 아니었을까 후회하기보다는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우리 팀원들과 어떻게 다시 최선의 결과로 만들어낼지를 더 고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탭하우스 원마운트 본점 내부 모습.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탭하우스 원마운트 본점 내부 모습.

앞으로 업무적 목표와 소망은.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 탭하우스 원마운트 본점을 모델 가게로 삼아 프랜차이즈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가맹점을 할 수 있냐는 문의가 종종 왔었는데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김재현 이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플레이그라운드만의 맥주와 음식을 전국에서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르 코르동 블루 출신의 우리 요리장이 내놓는 음식을 맛본 고객들은 ‘맥주는 물론 음식도 맛있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종국적으로는 소비자들로부터 ‘맥주? 당연히 플레이그라운드지!’라며 품질을 인정받고, 또 시류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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