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힘이 세다』 박미숙 저자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림책,
그림책과 나, 이웃, 세상 연결하는
재밌고 친절한 그림책인문에세이
도서관 경험과 철학도 차곡차곡 

신간 『그림책은 힘이 세다』의 저자 박미숙 전 일산도서관장.
신간 『그림책은 힘이 세다』의 저자 박미숙 전 일산도서관장.

[고양신문]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그림책을 통해 열어주는 책 『그림책은 힘이 세다』(책이라는 신화)가 출간됐다. 그림책을 골라주는 책도, 다양한 목적으로 그림책을 활용하는 책도 많이 나오는 시절이지만,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그림책을 읽으며 나와 이웃,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져보자고 권유하는, 본격적인 ‘그림책 인문에세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박미숙 일산도서관 ‘전’ 관장이다. 책이 나온 시점까지만 해도 관장이었지만, 고양시 유일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던 일산도서관이 새해 첫날부터 직영 전환되면서 그도 ‘전 관장’이 됐다. 섭섭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텐데, 새 책을 들고 신문사를 방문한 저자의 얼굴에는 언제나처럼 활기가 넘쳤다. 책 속지에 저자 서명을 하며 함께 적어 건넨 문장은 ‘그림책에서 찾은 질문으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자요!’다. 그림책을 닮아 작가의 내면도 힘이 센 게 분명했다.  

새 책은 고양신문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한 달에 한 번 고양신문에 실렸던 ‘그림책으로 본 세상’ 칼럼이 이 책의 원재료이기 때문이다.
“책을 구상하며 세어보니 50편이 넘는 글들이 모여있더라고요. 물론 책으로 다듬어내면서 분량도 내용도 달라졌지만, 고양신문 연재 덕분에 저에게도 의미가 있는 책 한 권을 엮게 됐습니다.” 

저자가 그림책이 힘이 세다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책 머리말에 저자가 고백한 대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책, 누구나의 이야기가 글과 그림으로 만나 읽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오는 책’이기 떼문이다. 말을 걸어오면 마음을 열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되면 질문과 답을 찾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림책이 걸어오는 말에 때로는 살갑게, 때로는 진지하게 응답한 대화들이 바로 책에 실린 글들이다.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1장 ‘도서관을 좋아하세요?’와 2장 ‘아이를 키우는 도서관’은 도서관을 바라보는 저자의 새로운 시선을 만날 수 있다. ‘도서관에서 발견한 47가지 그림책 질문’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가 바로 ‘도서관’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도서관은 엄숙하고 무거운 곳이 아니다. 읽을거리, 놀거리, 애기 나눌 이웃, 재미난 행사가 늘 넘쳐나는 시끌벅적한 사랑방이다. 저자는 앞서 운영했던 작은도서관, 그리고 최근까지 운영했던 일산도서관을 모든 사람을 반겨주는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책속의 글에도 생생히 녹아들어 있다.

“새로운 이웃들을 도서관으로 초대하고 싶었어요. 주야간보호센터의 어르신들, 조현병환자들이 생활하는 센터, 장애를 가진 아이들, 이주배경청소년 등이 일산도서관의 새로운 이용자가 되셨어요. 마을 공원과 시장 쉼터에 책을 비치하기도 했고, 도서관 공간도 이웃들에게 항상 열어놓았습니다.”

3장은 ‘그림책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4장은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 5장은 ‘그림책, 세상에 질문을 던지다’로 이어진다. 질문의 영역이 나에게로 이웃에게로, 그리고 세상으로 확장된다. 나를 향한 질문에는 경계, 다양성, 자존감과 같은 얘기를 나누고, 이웃을 향한 시선에선 청소년독립, 아동인권, 기억과 추모, 불평등 등 좀 더 묵직한 주제가 다뤄진다. 마지막 장 세상을 향한 질문에서는 여성의 삶, 노동정책, 기후위기 등 사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의제들이 제시된다. 혼자 읽어도, 누군가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형식상 하나의 질문이 한 권의 그림책과 연결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제의식이 강한 책들을 고른 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이야기가 열려 있는 그림책들이 소개됐다. 

“제 글을 또 하나의 고정된 해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받은 느낌 역시 그림책을 보는 만 가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니까요. 각자 자신의 시선으로 그림책에 숨은 무궁무진한 의미들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어떤 주제든, 거기에 맞는 그림책을 척척 떠올릴 수 있는 저력은 두말할 것 없이 어마어마한 독서량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아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지도 알바를 하며 처음 그림책을 접한 저자는 동화읽기모임, 작은도서관운동 등을 하며 그림책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지금도 한 달에 30여 권의 신간 그림책을 읽는, 국내 최고 그림책 전문가 중 한 명이다. 『도서관에 간 외계인』, 『작은도서관이 아름답다』 등의 책을 함께 펴내기도 한 저자는 도서관 운영과 다양한 문화정책의 실행 과정에서 보여준 성과들이 평가를 받아 지난해 독서문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산도서관 관장 타이틀을 내려놓고 시작하는 2024년, 박미숙 저자의 시간은 그가 사랑하는 그림책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듯했다. 

“작은도서관의 새로운 콘텐츠들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제안받기도 했고, 일산시장 인근의 폐건물을 마을거점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함께 해 보자는 요청도 있어요. 참, 진작에 계약해놓은 청소년 진로에 관한 책도 집필해야 하네요. 먹고 살 일을 찾는 데 매달리지 말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찾자, 뭐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제가 기획이사로 있는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을 통해 다양한 생활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일도 당연히 이어가야 하고요. 그림책 읽으면서 하나하나 재미나게, 그리고 힘차게 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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