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공원 ‘김대중벤치’ 표지물 사라져
시민 자부심... 일방적 흔적 없애기 중단해야

정발산 '김대중 벤치' 표지물의 내용. 고양시의 철거로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정발산 '김대중 벤치' 표지물의 내용. 고양시의 철거로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 

[고양신문] 올해는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분입니다. 그는 민주주의를 실현했고 국민의 인권 수준을 끌어올렸으며, 전세계에 한반도 평화통일의 희망을 보여주었습니다. IT산업과 문화산업 융성의 기틀을 마련하였고 IMF를 극복했으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여 국격을 드높였습니다.

故 김대중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국민에게 존경받습니다. 고양시민들에게는 더 특별합니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고양시민이었기 때문입니다. 제15대 대통령 선거 다음날인 1997년 12월 19일 아침,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며 답례한 곳이 바로 일산 자택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동 1327-6번지. 지금은 김대중 사저기념관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일산은 김대중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시민으로부터 믿지 못할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정발산 정상에 있던 김대중 벤치 표지물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종종 정발산에 올라 일산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해당 벤치 옆에는 고양시에서 세운 표지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표지물이 작년에 철거된 것입니다.

정발산 '김대중 벤치' 표지물 철거 전-후 모습. [사진제공=정진경]
정발산 '김대중 벤치' 표지물 철거 전-후 모습. [사진제공=정진경]

이 일에 대해 이동환 시장은 고양시민들에게 해명해야 합니다. 언제, 어떤 사유로 철거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신청사 건립 백지화, 고양시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 지우기 등 이동환 시장은 취임 이래 민주당 관련사업 지우기에 집착을 보여왔습니다. 그렇기에 김대중 벤치 표지물 철거 역시 민주당 지우기의 일환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사저기념관의 예산마저 전액삭감했으니 합리적 의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이기만 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를 이념대립의 틀만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이동환 시장이 비록 국민의힘 소속이기는 하지만 고양시장이 된 이상, 보수 유권자들만의 시장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시장은 시민 전체를 아우르는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고양시민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고양시민으로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동환 시장은 이러한 고양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합니다. 단지 민주당 인사라는 이유로 그의 흔적을 모두 없애는 것은 역사 앞에 죄를 짓는 일입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말입니다.

이동환 시장은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거나,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시민들 앞에 사과하고 표지물을 되돌려 놓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실책을 모든 고양시민을 위한 시장으로 거듭나는 기회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정발산 공원 '김대중 벤치' 표지물이 있었던 자리 [이미지제공=정진경]
정발산 공원 '김대중 벤치' 표지물이 있었던 자리 [이미지제공=정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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