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우 한의사의 건강칼럼

[고양신문] 겨울철엔 수면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지던 사람도 조그마한 소리에 놀라 잠이 깨고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자다가 코가 막히고 목이 말라 깨는 때도 많아진다. 이런 증상은 기온이 떨어지고 일조량이 줄어든 것과 관계가 깊고, 난방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든 동식물은 진화와 적응의 과정을 거쳐 생존과 건강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터득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중 하나가 겨울철 ‘동면’이다. 

우리의 기본적인 생리 구조는 여전히 원시인의 유전자와 별 차이가 없다. 원시인의 유전자란 원시인들이 해온 생활이 몸에 고스란히 누적돼 유전자에 각인돼 전해진 것을 말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원시인의 수면의 패턴을 보면 어둠과 더불어 잠을 자고 추운 날씨에는 더 많이 자면서 생존해 왔으리라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이런 원시시대 생활을 바탕으로 한 우리 유전자는 지금도 동면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연의 흐름을 따르기 위해서는 겨울에 더 많은 잠을 자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잠을 깊이 자기가 어렵다. 이러한 수면 장애 때문에 겨울은 고통의 계절이자 건강이 하락하는 시기가 되기 쉽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겨울철 불면증 환자는 여름철보다 12.6% 더 많다고 한다. 즉, 주위 환경이 원만할 때는 푹 잘 수 있는 사람이 겨울엔 더 못 잔다는 뜻이다. 원래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은 수면의 질이 더 떨어지게 된다. 겨울철 수면 건강을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먼저, 산소농도를 관리하자. 숙면에 필요한 겨울철 실내온도는 17~18도 정도다. 이불 속 온도는 계절에 상관없이 약 33도, 습도는 50%가 적당하다. 겨울에 난방을 지나치게 하고 환기를 잘 안 하면 산소농도가 떨어져 답답함을 숙면에 방해가 된다. 낮아진 산소농도로 인해 호흡량이 증가하면서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고 목과 입이 마르면서 심장박동 양이 늘어난다. 이때 호흡기가 취약해서 비염이나 천식 질환이 있는 경우엔 코가 막히고 기침을 하면서 깨게 되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잠을 깬다. 산소농도가 숙면에 중요한 이유다.

두한족열 유지도 중요하다. 한방에서는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머리를 시원하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면 숙면에 들 수 있다고 본다. 수면 중 심장박동, 혈액순환, 체열의 동조가 이뤄져 손실된 육체가 회복되기 때문이다. 특히 머리와 척추 라인의 신경이 밀집된 부위는 확실하게 체온이 내려가야 한다. 

자기 전 열량이 높은 음식섭취나 격한 운동,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 등은 체온을 올려 숙면을 방해하므로 금하는 것이 좋다. 한편, 손발이 차면 하기(下氣)가 되지 않으면서 잡념(雜念)이 꼬리를 물며 잠에 빠지기 어렵다. 이러한 두한족열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온돌문화에서는 저절로 이루어졌지만, 침대가 보편화하면서 어렵게 됐다. 따라서 방 안 온도는 머리는 서늘하되 발이 따뜻하도록 가벼운 이불을 덮는 정도로 조절해주는 것이 좋다.

난방을 안 하면 추워서 숙면에 들지 못하고, 난방을 너무 하면 공기가 탁해져 깊은 잠을 자기 힘든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궁극적인 방법은 내 몸의 산소전달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심장과 비장이 튼튼해야 하는데, 한방의 도움을 받는다면 쉽게 숙면에 들며 삶의 질을 높이고 질병도 예방할 수 있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숙면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충분한 환기와 더불어 잠자는 공간을 넓혀 산소농도가 낮아지는 정도를 완만하게 하는 것이다. 가능하면 넓은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 좋고, 거실 쪽으로 방문을 열어 둬도 수면 공간을 넓히는 효과가 있어 도움이 된다.

유용우 유용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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