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구 세무사의 세무칼럼

[고양신문]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세금 문제에 관한 한 기부 할 때는 생색내는 것처럼 보여 민망하더라도 드러내는 편이 낫다고 강조하기 위해서다. 선의로 행한 기부가 되려 부메랑이 돼 세금폭탄을 맞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최근 5억 원의 상속세 세금폭탄을 맞은 K씨의 사례가 그중 하나다.

지병으로 인해 거동이 갑자기 불편해진 K씨는 이제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자신의 재산을 익명으로 기부해 사회에 환원하기로 마음먹었다. 자녀들은 이미 장성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터라 부담도 적었다. 그래서 K씨는 사망 직전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상가건물을 처분해 마련한 20억 원을 익명으로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런데 기부 천사 K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1년 후 문제가 발생했다. K씨의 자녀들이 느닷없이 세무서로부터 한 통의 납세고지서를 받아 든 것. K씨가 사망 직전 익명으로 기부한 상가처분대금 20억 원의 출처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상속세법 제15조에 의거 이를 상속재산으로 추정해 상속세 5억 원이 매겨졌다. 부친으로부터 변변한 재산도 물려받지 못한 자녀들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세무서는 상속 개시일(사망일) 전 1년 이내에 2억 원 이상, 2년 이내에 5억 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하거나 채무를 부담한 경우로, 그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밝히지 못하면 상속재산으로 추정해 상속세를 매기기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세무서로부터 뜻하지 않은 거액의 납세고지서를 받아든 자녀들은 부친의 유품을 다시 정리해 보기로 했다. 다행히 부친의 유품 속에서 익명으로 기부한 기부처를 확인했다. 부친의 기부처가 확인됨에 따라 K씨의 자녀들은 세무서가 매긴 상속세 5억 원을 피해갈 수 있었다. 부친이 익명으로 기부한 기부처를 찾아냈기에 망정이지 기부처를 밝히지 못했더라면 K씨 자녀들은 꼼짝없이 5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만 했을 것이다.

K씨의 사례에서 보듯 나이 들어서 쓰는 돈은 반드시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이 좋다. 기부뿐 만이 아니라 사용하는 모든 돈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피상속인의 생전지출에 대해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되면 과세당국에서는 이를 추정상속재산으로 간주해 상속세를 매길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요즘은 K씨처럼 고령자가 아니어도 교통사고나 심장마비 등으로 갑작스럽게 운명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전에 왕성하게 사회활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면 고인이 남긴 상속재산으로 인해 상속인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고인이 사망하기 전에 재산처분, 예금, 부채 등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를 상속인들이 입증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에 만약을 대비해 모든 비용은 계좌로 송금하고 영수증도 꼬박꼬박 챙겨놓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이를 위해 통장 거래의 경우에는 통장 지면에 입출금 명세를 간단하게 기록해 놓고, 인터넷으로 결제를 할 때는 메모난에 거래내용을 최대한 자세히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세금은 준비하고 아는 만큼 피할 수 있다. 피할 수 있는 세금은 피하는 것이 맞다.

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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