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자원공사에서 파주 금촌과 LG필립스단지의 급수를 위한 관로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땅을 파헤치고 급수관을 묻는 곳이 고양시민이 휴식을 위해 찾는 철로변 녹지공간 13만평이라니 화가 나기보다 기막힘이 앞선다. 그 땅이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고양시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산구청은 시민들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수자원공사에서 녹지공원을 파헤쳐 흉물스러운 흙투성이로 만드는 것을 허가했다. 특히 고양시와 시의회 수자원공사가 사업설명회를 갖고 이 급수관로 공사를 인정했다고 한다. 

도로주변에 매설할 경우 막대한 예산과 교통불편 초래를 들어 이같이 계획됐다고 알고 있다. 정작 시민의 편에서 일해야할 집행부와 시의원들이 수자원공사의 요구대로 행정을 처리했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고양시는 신도시가 건립될 때 조성된 일산의 가족과도 같은 10년 이상된 수목 1800여개를 뿌리째 뽑아버리게 방관하고 있다. 더욱이 급수관로는 수명이 10년밖에 안되는 강관이고 표면재질은 유해물질인 ‘타마고’라 한다.

수자원공사는 뽑아버린 나무들은 강관 위에 다시 심을 것이라지만 관을 파묻은 깊이가 고작 1.5m밖에 안되니 어찌 나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는가.

수자원공사는 일찍이 일산신도시 상수도공사에서 부식하기 쉬운 흑관을 사용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공사는 더더욱 믿음이 가지 않는다.

다른 도시는 도로주변을 파내고 관로를 매설한다고 들었는데 우리시는 왜 하필이면 시민들의 휴식처인 녹지공간을 파헤쳐 관을 매설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것도 고양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파주시민을 위한 것이라니 앞으로 파주가 개발될 때마다 고양시민들은 풀과 나무를 잃고 흙먼지를 뒤집어써야 할 판이다.

더욱이 10년 후에 또다시 급수관을 교체해야 한다고 수자원공사는 설명한다. 요즘 환경문제로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은 당장 행정편의만 추구하지 자연의 소중함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수자원공사는 관로공사를 당장 중단하고 급수관을 빼내 원상태로 나무를 이식하고 일산구청은 무사안일을 추구하는 행정을 반성해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시민을 위한 행정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엄호철 / 일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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