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시장 단골추천 맛집 3

[고양신문] 일산전통시장에 이어 원당시장을 찾았다. 자타공인 고양시 으뜸 시장이다. 1980년대, 원당이 고양에서 가장 큰 상권이었던 시절에 모습을 갖춘 원당시장은 여전히 전통시장 특유의 활기와 인심으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작지만 알찬 점포들이 다양한 구색을 갖추고 빼곡하게 들어선 시장골목은 인근 아파트단지에 사는 젊은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끌어모은다.

주말마다 원당시장을 들른다는 오랜 단골로부터 가성비 맛집을 딱 3곳만 추천받았다. 이곳들을 출발점 삼아 오래도록 이어질 원당시장 맛집 탐방을 시작해 보자.  

1. 맛도 가성비도 꽉 채운 혜성만두
고기만두? 김치만두? 찐방도 빠지면 섭섭

커다란 찜솥 뚜껑을 열면 하얀 김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먹음직스런 만두가 모습을 드러낸다. 간편한 식사로, 또는 든든한 간식으로 만두만한 게 또 있을까.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는 한입 크기로 딱이다. 어떤 걸로 먹을까 고민하다가 반반으로 주문해 둘 다 맛본다. 푸짐한 식감을 즐기려면 큼직한 왕만두를 골라도 좋다.  

만두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다. 수입산 식재료를 쓰는 만두집들도 있다는데, 혜성만두에서는 주재료인 무말랭이는 제주도에서 택배로 받고, 고기를 비롯한 다른 재료들은 원당시장에서 싱싱한 것들로 직접 장을 본다. 매일같이 그날 쓸 양만큼 씻고 삶고 갈고 짜서 만두소를 만들고 만두피를 하나하나 손으로 밀어 만두를 척척 빚는다. 50여 년 가까이 음식 장사를 해온 사장님의 손길은 달인이 따로 없다. 원당시장에서는 18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찐빵에 들어가는 팥을 삶으려면 잠시라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전날 밤부터 불려놓은 팥을 아침 일찍 한번 삶고, 물에 헹군 후 또 한번 끓이고 졸여야 달고 맛있는 팥소가 만들어진다. 식재료값이 인상돼 가격을 올려야하나 고민되지만, 혜성만두는 만두도 찐빵도 여전히 착한 가격 4000원을 고수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훨씬 바빠진다.

만두·찐빵뿐 아니라 식사메뉴도 맛있고 저렴하다. 냉면과 쫄면 비빔국수는 6000원, 떡만두국·돌솥비빔밥은 7000원이다. “좀 덜 남더라도 꾸준히 장사하면 되는 거지 뭐”라고 말하는 사장님의 마음씨가 고맙고 미덥다. 문의 031-967-9484


2. 푸짐하고 다양한 차림 명성왕족발
왕족발 사러 왔다가 양념게장 맛에 반했네

원당시장에는 족발집이 몇 집 되는데, 오랜 단골들이 으뜸으로 손꼽는 집이 바로 명성왕족발이다. 규모도 크고 차려놓은 메뉴도 다양해 다양한 입맛의 손님들을 골고루 불러모은다. 

메인 상품인 왕족발과 미니족발은 국내산 돼지 앞다리만을 사용해 매일매일 삶는다. 보쌈과 편육, 매콤한 닭발과 껍데기볶음을 찾는 손님들도 많다. 특히 국내산 돼지머리를 삶고 발라내고 다지고 눌러서 모양 좋게 썰어내는 머릿고기 편육은 개업집, 잔칫집, 상갓집 등에서 대량 주문이 이어지는 명성왕족발의 인기상품이다. 

족발 판매대 옆에서는 홍어회와 홍어무침을 판매한다. 윤기 자르르한 기름진 족발과 톡 쏘는 홍어회, 매콤한 홍어무침은 환상의 궁합이다, 그런가 하면 간장게장과 양념게장, 생굴무침과 어리굴젓을 고르다 보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갓 지은 밥 생각이 절로 난다. 하나같이 가출했던 입맛을 귀가시키는 밥도둑님들이다. 

문어다리를 데친 숙회도 마트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두툼하다. 그밖에 명란젓을 비롯한 각종 젓갈류와 반찬 종류가 한가득이다. 덕분에 족발 사러 온 손님들이 일주일치 밑반찬을 넉넉히 장만해 가기도 한다. 족발 하나만 맛있게 삶아내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다양한 품목들을 한꺼번에 내놓는다는 건 음식솜씨와 회전율에 자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명성왕족발 간판 아래에 적어놓은 ‘맛의 승부사’라는 표현에는 원당시장 최고 맛집의 당당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문의 031-962-2214


3. 한번 맛보면 단골되는 원당수제고로케
그날그날 만들어 매일 매일 완판

‘황인호의 원당수제고로케’ 매장 입구에 ‘방송7사 맛집으로 방영된 대박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굳이 현수막을 볼 필요없이 하루 온종일 이어지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 집의 인기를 증명한다. 8년을 한결같이 일해온 부부 사장님과 아들 사장님이 손발을 맞춰 빚고 튀겨내는 고로케와 꽈배기, 도너츠는 한번 먹어본 이들을 어김없이 단골로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고로케 종류는 야채, 잡채, 고기, 감자, 크림치즈, 팥 등 모두 6가지나 된다. 고로케 외에도 꽈배기, 찹쌀꽈배기, 팥도너츠, 찹쌀도너츠, 찹쌀팥도너츠까지 모두 합쳐 11종류나 만들어낸다. 종류별로 소를 따로따로 만들어야 하고 조리법도 조금씩 달라 힘이 들지만, 골고루 찾는 손님들이 있어 어느 것 하나 종류를 줄이지 못한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야채고로케와 잡채고로케로,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각각 250개까지 나간다. 언제부터 인기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사장님이 “개업 다음날부터”라며 웃음과 함께 답한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한창일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지금은 예전의 인기를 완전히 회복했다. 역시나 비법은 “좋은 식재료를 엄선하고, 인심 좋게 속을 꽉꽉 채우기 때문”이란다.  

아침 일찍 가게문을 열고 고로케와 도너츠를 만들기 시작해 오전 8시면 상품들이 매대를 채우기 시작한다. 당일 판매량을 잘 예측해 재고가 남지 않도록 만들어 완판하고 저녁 7시 무렵에 가게 문을 닫는다. 욕심을 부려 더 늦게까지 장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무리하지 않는다. 한입 베어물면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채워지는 수제고로케, 원당시장에 들러서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 보너스팁  형제참기름 
 "참기름처럼 고소한 이웃 사랑" 

설 명절을 앞두고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와 얼어붙은 경기로 시름이 깊지만, 이웃과 함께 하는 이들이 있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원당시장에서 ‘형제참기름’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김형중·차순지 부부는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참기름을 나눠주려는 약속과 함께 새해를 시작했다. 형제참기름에서 정성껏 짜낸 고소한 참기름은 성사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독거어르신 등 70여 가구에 전달될 예정이다. 

 참기름처럼 고소한 이웃사랑을 전하는 김형중, 차순지 사장님 부부.
 참기름처럼 고소한 이웃사랑을 전하는 김형중, 차순지 사장님 부부.

형제참기름의 소박한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에는 복지관과 종교시설 등에 성금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직접 짠 참기름을 전할 수 있게 돼 기쁨이 더 크다. 형제참기름에서는  참기름, 들기름 외에도 맛있는 수제어묵, 고소한 냉콩국과 깨소금, 달달하고 시원한 식혜, 쫄깃한 떡볶이떡 등 다양한 식재료들을 착한 가격에 판매한다. 

부부가 원당시장에 참기름집 문을 연 게 35년 전이다. 30대 후반이었던 김형중 대표는 어느덧 일흔을 훌쩍 넘겼다. 하루 종일 오고 가는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원당시장에서 반평생을 보냈다. “이웃들 덕분에 오래도록 장사를 잘 해왔으니, 우리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말하는 사장님 부부의 순박한 마음씨가 시장 골목을 가득 채워주는 참깨 볶는 향기처럼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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